2015. 10. 3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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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스 함선이 행성에 착륙한 것을 발견한 621일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였다.

 

헌터킬러는 일기를 쓰고 있었다.

 

오늘이 627. 무슨 요일이더라?’

 

글을 써내려가다가 종종 곰곰이 생각해 가면서 그는 꽤 긴 일기를 썼다.

 

그런데 그는 일기장을 덮고 나서도 열심히 무언가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때 썼던 일기가 어디 있지? 어쩌면 이번 일의 힌트가 될 텐데!’

 

헌터킬러는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았다.

 

그게 어디 있더라? 이 방 어딘가에 분명 있는데…….

안 찾을 땐 잘만 보이더니 찾으려니까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

 

방 안을 둘러보던 그는 혹시 다른 방에 두었나 싶어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문고리를 잡는 순간 그는 찾고 있는 물건의 위치를 기억해냈다.

 

그래! 그 서랍에 넣어 뒀었지! 그럼 그렇지, 내가 그걸 어디 멀리 뒀을 리가 없지.”

 

그는 구석의 한 서랍에 다가갔다. 그 서랍에는 무거운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헌터킬러는 열쇠 꾸러미를 꺼내 들었다. 어떤 열쇠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열쇠를 하나씩 전부 돌려 보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찰칵 소리를 내며 자물쇠가 열렸다.

 

그는 열린 자물쇠를 서랍 위에 올려 두고 서랍을 열었다. 오랫동안 열지 않았던 서랍이었는지 삐걱대며 열렸다.

 

그는 서랍에서 작은 책 한 권을 꺼냈다. 분명 새것은 아니었지만 아주 낡은 책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내내 서랍 안에 있었던 책이어서 표지에는 먼지도 별로 없었다.

 

헌터킬러는 책을 탁탁 털고는 이곳저곳을 펼쳐서 확인해 보았다.

 

이 책이 맞겠지? 역시 이거 맞네.”

 

헌터킬러는 클레이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도통 보이지 않았다.

보통 클레이는 헌터킬러의 방 근처를 지키고 있는데, 웬일인지 지금은 어딘가에 가고 없었다.

 

헌터킬러는 클레이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에게는 간단한 일이었다.

 

‘너 어디 갔냐? 같이 볼 게 있으니까 얼른 와 봐!

 

클레이는 역시나 곧 왔다.

굉장히 빠르게 비행해 왔는데도 그는 해맑은 웃음과 함께 여유롭게 날아 들어오고는 했다.

 

클레이는 헌터킬러가 굳이 묻기도 전에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저쪽 큰 동굴 지키는 무리어미가 정찰하러 나가면서 저한테 아이들을 좀 지켜 달라고 해서요.

다행히 전 마침 한가해서 그렇게 했어요.

 

평소엔 보모 일만 하던 무리어미 같던데 지금 프로토스 함선이 와서

비상사태가 되는 바람에 갑자기 나갔나 봐요.

 

갑자기 말도 않고 사라져 버려서 미안해요…….”

 

헌터킬러는 클레이의 선행을 칭찬했다.

 

좋은 일 한 건데 뭐. 잘했어. , 그런데 네가 보고 있었다는 아이들은 어떻게 됐니?”

 

클레이는 다시 밝게 웃으며 말했다.

 

마침 부르시기 직전에 무리어미가 돌아왔어요.”

 

다행이네.”

 

곧이어 헌터킬러는 클레이를 부른 목적을 이야기했다.

 

방금 전에 이걸 봤어.”

 

그렇게 말하면서 헌터킬러는 조금 전에 찾은 일기장을 내밀었다.

 

일기장이네요? 이걸 여기서 갖고 계시다니

 

헌터킬러는 읽어 봐도 좋다고 했다. 클레이는 꼼꼼히 읽기 전에 일단 한 번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이건 그때 저랑 같이 올 때쯤의 이야기네요. 저도 대충은 아는 이야기들 같습니다만…….”

 

헌터킬러도 클레이의 옆에서 함께 기웃대면서 말했다.

 

그건 진짜로 대충이잖아. 너 그때 놀라서 기절해 가지고는 며칠 못 깨서 뭐가 뭔지 제대로 모르잖아?”

 

그렇죠. 그렇지만 그럴 만도 했어요! 그때 전 어리고 그렇게 긴 땅굴벌레도 처음이었어요.”

 

헌터킬러는 머쓱해하며 말했다.

 

하긴 그래. 그때 내가 전투 경험도 별로 없는 널 너무 위험한 데 데려가기는 했지…….”

 

그는 이어서 말했다.

 

어쨌든, 이거 같이 보자고! 내가 썼는데도 내용이 기억이 안 난단 말이지.

그리고 내가 이런 거 보면서 같이 추억에 잠길 친구가 이젠 너뿐이잖아?”

 

클레이는 몇 초가 흐른 후에 조금 슬픈 표정이 된 채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그렇지.’

 

그렇게 그 둘은 헌터킬러의 일기를 읽어 나갔다.

처음 잠깐은 대충 훑어보는 데에 그쳤지만 곧 한 자 한 자 꼼꼼히 정독하기 시작했다.

 

그 일기는 2500년 한 해와 그 전후 정도에 쓰인 글이었다.

 

 

 

 

 

 

 

 

 

 

 

 

 

 

 

 

 

Posted by 깜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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