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8. 18:48

11

 

그 일기장에 쓰인 첫 일기는 2500년의 첫 날에 쓰여진 것이었다.

 

 

250011

 

날씨: 는 쓸 생각이 없다. 어차피 늘 덥기만 한 날씨다.

 

제목: 시작

 

오늘은 2500년의 첫 날이다. 2499년에서 2500년으로 넘어왔으니 괜히 더 의미 있는 새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새삼스럽게 지금까지의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단지 회상하는 의미만은 아니다. 멀고 먼 미래에 이 일기장이 발견된다면

이 일기장의 글쓴이가 어떤 이인지 정도는 소개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리고 내 동료들은 오래 전부터 초월체 님에 의해 키워졌다.

같이 자란 녀석들 중에서 가장 친한 친구는 코헨(Cohen)이다.

이 일기장도 그 친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것이다.

 

초월체 님은 미래를 볼 줄 아신다. 물론 무엇을 보았는지 우리에게 자세히 이야기해 주시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귀동냥으로 조금은 들은 게 있다.

 

나중에 우리는 어떤 존재의 노예가 되어 이용당했다가 결국 흡수된다는 것이었다.

나와 코헨이 짜 맞춘 대로라면 대충 그랬다.

 

그건 우리 저그의 멸망을 의미한다. 물론 그분은 그런 끔찍한 결말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분은 우리의 멸망을 막을 후계자를 키울 계획을 세우고 계신다.

그것이 우리가 태어나고 키워진 이유라고 한다.

 

우리가 그 후계자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기엔 우리의 힘은 보잘것없다.

단지 우리는, 후계자를 보호하는 호위 부대가 될 존재들일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럽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우린 강력하게 진화된, 히드라리스크의 변종이다.

그런 우리의 이름은, ‘헌터 킬러이다. 멋진 이름이다.

 

사냥하는 자, 그리고 죽이는 자라는 근사한 의미를 담고 있는 이름이다.

 

우리는 모두의 이름뿐 아니라 각자의 이름도 가지고 있다. 나는 내 이름이 듣기 좋다고 생각한다.

 

내 이름은 헤이든(Hayden)이다.

 

 

250011일 일기의 내용은 이러했다. 헌터킬러는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듯했다.

그는 대체로 웃고 있었지만 이따금씩 씁쓸하거나 슬퍼 보였다.

 

날갯짓만큼이나 눈치도 빠른 클레이는 헌터킬러가 어딘가 슬퍼 보인다는 것을 곧 알아챘다.

사실 클레이는 그 이유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조용히 다음 일기, 그리고 그 다음 일기를 읽어 나갔다. 한동안은 그저 그런 일상적인 내용들이 이어졌다.

정예부대로서 받는 특별한 훈련에 관한 내용이나 코헨과의 우정에 관한 글귀들도 많았다.

 

 

2500218

 

제목: 빅 뉴스

 

초월체 님이 타소니스에서 엄청난 존재를 데려오실 것이다. 그는 테란이라고 한다.

 

아마 지금쯤 타소니스의 테란은 거의 죽어 버렸을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떤 테란이 사이오닉 방출기(Psi Emitter)로 우리를 유인했다는 듯하다.

 

당연히 그리로 엄청난 군중이 몰려들었고, (물론 우리 헌터킬러들은 거기에 없었다.)

그 행성에 있던 테란은 싹 사라졌을 것이다.

 

그 중에 어떤 테란 여자가 있었는데, 우리 같은 특수부대의 요원이었다는 듯하다.

 

초월체 님께서는 그를 바로 죽이지 말고 살려 두라고 명령하셨다.

그분은 나중에 그 테란을 이곳 차 행성으로 데려오실 것이니까.

 

그 테란 이름이뭐였더라, 사라 루이스 케리건이었나?

 

그는 굉장한 사이오닉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테란의 사이오닉 에너지는 정말이지 보잘것없는데, 그래서 그가 테란이라는 사실이 더욱 놀랍게 다가오고 있다.

 

그렇지만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은, 바로 그가,

우리의 미래가 달린 존재인 오버마인드 님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충성스러운 직속 부하들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일이 무척 자랑스럽다.

 

코헨은 나만큼 기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너무 감상적이었나?

 

어쨌건 초월체 님은 계획을 바로 실행 중이시다.

그 테란은 지금 작은 번데기(Chrysalis) 속에 있다.

 

번데기가 부화할 때까지 우리는 번데기를 지키는 데에만 집중할 것이다.

 

우린 차 행성에 있지만 번데기는 아직 타소니스에 있어서, 우린 타소니스로 갈 것이다.

번데기가 여기로 오기는 아직 무리이니 우리가 가야 한다.

 

우리 중에 전부가 가는 것은 아니다. 좀 강한 축에 드는 헌터킬러들만 가는데, 나와 코헨도 갈 것이다.

그 친구랑 함께 갈 수 있어서 좋다. 우린 곧 짐을 쌀 것이다.

 

 

218일 일기는 저그에게는 역사적인 사건이 담긴 내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쨌든 그전에는 훈련만 받고 연습만 하던 헌터킬러들은 그날부터 실전 임무에 투입되었다.

 

그러나 직접적인 전투에 참여하기보다는 주로 케리건의 고치를 방어하는 일을 맡았다.

 

218일 이후의 일기들 중에서 중요한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2500219

 

제목: 정신체(Cerebrate)

 

초월체 님께서 번데기를 지키기 위해 정신체를 만드셨다. 굳이 이름을 부르자면 보모 정신체이다.

 

정신체는 우리처럼 독자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며 수하들을 부릴 수도 있다.

 

우리는 단지 번데기를 지키는일만을 한다.

하지만 그 정신체는 방해 세력을 제거하는 등 여기에 관련된 전체적인 임무를 맡고 있다.

 

정신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약하기 때문에 차원 이동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당분간은 타소니스에 있어야 한다.

 

 

 

250036

 

제목: 이동

 

우리는 이곳에 와 있는 프로토스 군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훗날 군단의 대리인이 될 번데기를 잘 지켜냈다.

초월체 님은 아주 흡족해 하신다.

 

정신체는 어느새 자라서 차원 도약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강해졌다.

 

조금 있으면 정신체와 함께 타소니스를 빠져나가 차 행성으로 돌아갈 것이다.

 

다고스와 자즈도 도움을 주겠다고 한다. 애초에 우리를 이곳에 보낸 것도 그들이었다.

, 코헨이 얼른 오라고 부르고 있다. 가야겠다.

 

 

250037

 

제목: 클레이

 

우리는 차 행성에 돌아왔다. 초월체 님이 우리들 중 몇몇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셨다.

 

데리고 다니면서 전투에서도 도움을 받고 말동무도 되어 줄 수 있는, 친구 겸 부하를 하사하셨다.

 

나는 클레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쿠쿨자를 선물받았다.

코헨도 아마 쿠쿨자를 받았을 텐데 이름은 잘 모르겠다.

 

다른 몇몇 친구들은 거의 다 저글링 정도를 받았다.

 

 

2500315

 

제목: 테란의 방해

 

번데기가 부쩍 자랐다. 초월체 님은 번데기에서 나오는 사이오닉 에너지에 꽤나 놀라신 듯하다.

 

나 역시 그랬었다. 직접 말하기 좀 뭐하지만 내가 헌터킬러들 중에서도 꽤나 강한 편인데,

테란인데도 나보다 사이오닉이 강하다면 확실히 대단한 것이긴 하다.

게다가 아직 깨어나지도 않았는데 힘이 그 정도라면, 실제로는 얼마나 강할까!

 

우리 종족의 미래를 책임질 이가 충분히 강력하다는 건 기쁜 일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작은 문제가 생겼다.

 

무슨 일인가 하니, 번데기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너무 강력해서 테란을 끌어들였다.

 

우린 직접 싸우지는 않았고, 우리와 함게하는 정신체가 병력을 움직여 테란을 쫓아냈다.

 

다고스와 자즈는 테란을 더 이상 추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우리의 임무는 번데기를 지키는 것이니 더 쫓아갈 이유가 없기는 하다.

 

자즈의 말에 따라 우린 번데기를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남은 테란 세력은 다고스가 상대하고 있다.

 

 

250047

 

제목: 부화

 

번데기가 부화했고, 초월체 님의 대리인이 될 칼날 여왕 (The Queen of Blades)’ 님이 깨어나셨다.

그분은 이렇게 말하셨다.

 

당신의 뜻에 따라, 아버지, 섬기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초월체에 맞서는 모두가 군단의 분노를 느끼게 하겠습니다.”

 

굉장히 멋진 말이었다! 우리는 이제 그분의 명령만을 따를 것이다.

군단의 분노를 보여 주는 데에 우리도 한몫을 할 것이다!

 

 

 

 

 

 

 

 

 

 

 

 

 

 

Posted by 깜찍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