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1. 14:24

15

 

621일 오후였다.

 

테란과 저그는 그들의 작은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프로토스 함선에서는 갑자기 안내 방송이 나왔다.

 

엔 타로 테사다르(En Taro Tassadar).

 

지금부터 에리카 함장님의 명령을 전달하겠습니다. 전 함대원 여러분은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16시 정각에 함선을 행성의 넓은 평야 지대에 착륙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부함장 템페스트 님, 일등 항해사 피닉스(Phoenix) ,

 

……

 

지금 호명한 분들에게는 15분 후에 착륙 지접의 좌표를 전송해 드리겠습니다.

 

나머지 함대원들은 각자의 임무에 집중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송을 들은 프로토스들 중 일부, 특히 고위 기사단들은 웅성거렸다.

그들의 웅성거림은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이상하군, 분명 거주민들의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확인만 해 본 뒤 물러갈 계획이지 않았나! 갑자기 엉뚱한 지시를 내리다니.’

 

그러게 말이군. 무슨 일이지?’

 

이건 분명 뭔가가 있는 것이네! 착륙하지 않고도 우리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니 말이지.’

 

자네 말이 맞아. 확실히 좀 이상해. 요즘 들어 함장을 본 적이 거의 없단 말이지.

부함장만 자주 보이고. 함장이 우리를 피하는 것 같아.’

 

하지만 이상하게도 대부분의 프로토스들은 이 모순된, 갑작스러운 지시에 대해서

별다른 놀라움을 표출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각자의 할 일에 집중했다.

 

템페스트는 일등 항해사 피닉스에게 말했다.

 

지금 이 상황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계획에는 전혀 없던 일이잖습니까.

갑자기 착륙이라니, 그럴 필요가 조금도 없는데 말입니다.

 

피닉스 씨 생각은 어떻습니까?’

 

피닉스 역시 대부분의 프로토스들처럼 이상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함장님께서 이런 명령을 내리신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보다 곧 좌표가 전송된다고 하니 준비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오히려 그는 템페스트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 문제 삼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함장님께서 직접 내린 명령을 거부하실 작정입니까, 부함장님?’

 

템페스트는 아직도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어쨌든 그는 피닉스가 던진 협박조의 말에 적당히 대답했다.

 

, 지시에 대해 불만이 있거나 한 건 아닙니다.. 단지 이 명령의 이유가 좀 궁금했을 뿐이지……. , 별로 특별한 뜻은 없었습니다.’

 

오후 4시 정각에 함선은 행성에 착륙했다.

 

은폐 장치는 가동 중이었지만, 헤이든이나 베네딕트 등은 어렵지 않게 함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함선이 멀리 있어서 작게 보이기는 했지만 감시군주 등은 시야가 넓어서 웬만큼 먼 거리도 문제없었다.

 

그들은 꽤 오랜 기간 동안 함선에서 나오지 않았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프로토스 함선 내에서 어떠한 큰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627일이었다.

 

함장 에리카는 함장으로서 함선 내에서의 모든 일들을 총괄했다.

그런데 그녀는 실무에 있어서는 비교적 하는 일이 없었다.

 

때문에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에 혼자 있었다. 하지만 가끔씩 한두 명의 함대원을 따로 만날 때가 있었다.

 

그들 간에는 어떤 교섭과 모의가 있는 듯하였다.

 

그녀는 특히나 고위 기사단과 거의 접촉하지 않았다.

그들이 뭔가 수상하다고 의심할 만도 했다.

 

게다가 그녀는 부함장 템페스트마저도 잘 만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627일의 언젠가에,

함장 에리카는 부함장 템페스트에게 개인적으로 할 이야기가 있다는 전갈을 보내 왔다.

 

템페스트는 어리둥절해하며 함장실로 갔다. 그곳에는 에리카 혼자 있었다.

그녀의 언행은 평소보다 훨씬 친절했다.

 

그녀는 실실 웃으며 본론을 꺼냈다.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려나…….

 

확실히 이 행성은 정말 찾아보기 드문 괜찮은 곳이야.

구미가 당기는 것들이 많지!

 

테라진 가스나 갖가지 희귀한 광물, 귀한 원석들, 심지어 금지된 약물까지 있지.

 

자네도 알다시피, 어쩌면 내게 제독으로 승진할 기회가 올 수도 있네.

 

그렇지만그러려면 인사 담당자들에게 여기에 걸맞는 성의를 보여야 하지.’

처음에 상황을 잘 모르고 앉아 있던 템페스트는 이쯤 되자 굉장히 언짢아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리카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불행히도 난 아직 그만한 여력이 없다네.

 

하지만 이 행성의 보물들을 손에 넣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런데 이곳 원주민들의 거주지에 온갖 귀한 광물이 매장되어 있어서,

그 광물을 채굴하려면 어쩔 수 없이 거주지를 파괴하고 토착민들을 쫓아내야 하지.

 

이런 대규모 사업에는 부함장의 도움도 필요하니웬만하면 협조해 주면 좋겠네.

그리고 자네도 많은 지분을 갖게 될 것이네! 나도 좋고 자네도 좋은 일 아닌가?

 

그러니 협력해 주었으면 하네.’

 

템페스트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잘라 말했다.

 

한마디로 행성에 원래 살던 토착민들을 희생시키고 뇌물을 마련하겠단 말씀인 것 같습니다만, 저는 무조건 반대입니다.

 

함장님이 하시려는 일은 대울(Dae'Uhl)까지 위반하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물론 프로토스 보호령(Protoss Protectorate)이 세워진 뒤로 대울의 의미가 많이 약해졌고 세부 조항이 변경되기는 했지만,

그 기본 정신은 어쩌면 영원히 변하지 않을 진리입니다.

 

애초에 우리가 변방 행성들을 순찰하러 온 이유를 잊으셨습니까?’

 

대울(Dae'Uhl)은 프로토스 사회의 매우 중요한 원칙으로, 그 유래는 오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어에서 프로토스를 발견한 젤나가는 프로토스를 진화시켰다.

 

프로토스는 젤나가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그들을 존경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젤나가의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가르침을 회피하게 되었다.

 

결국, 젤나가들은 프로토스에 대한 그들의 실험이 실패했다고 결론짓고는 아이어를 떠나려 했다.

 

그런데 자신들의 신이 떠난다는 것을 알게 된 프로토스는 젤나가의 함선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고

대부분의 젤나가들이 죽는 비극이 일어났다.

 

남은 젤나가들은 몰래 함선을 타고 쓸쓸하게, 그리고 영원히 아이어를 떠났다.

 

신들이 영원히 떠나자 프로토스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으며 이로 인해

끝없는 전쟁(Aeon of Strife)’이라 불리는 내전이 발생하게 된다.

 

오랜 시간 동안 전쟁은 지속되었고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지만, 프로토스는 전쟁을 끝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젤나가의 가르침을 연구하던 프로토스 학자 카스(Khas)는 전쟁을 종결시킬 방법을 찾아냈다.

 

그 방법은 고대에 존재했던 정신적 링크를 다시 연결하는 것이었다.

카스의 노력으로 끝없는 전쟁은 종결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프로토스는 위대한 임무라는 의미를 지닌 규율, ‘대울을 만들었다.

 

대울은 자신들보다 약한 종족을 보호하고 문명을 발전시키도록 돕는다.’는 내용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프로토스들은 지난날에 젤나가들이 저질렀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지배를 받는 종족을 인위적으로 조종하거나 간섭하지는 않기로 했다.

 

프로토스는 평화롭게 살고 있는 허약한 종족들을 보호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보호받고 있는 종족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지 못하도록 숨겼다.

 

덕분에 수백의 외계 종족이 프로토스의 보호 아래 번성하였고,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을 멀리서 보호하고 있는 어떤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대울이 생겨난 직접적인 계기는 칼라스 중재(Kalath Intersession)’ 사건이지만,

이 사건에 대해서는 특별히 따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어쨌든 에리카의 계획은 단순한 부정부패의 차원을 넘어서서 그들의 기본 규율인 대울을 위반하는 것이었다.

 

 

 

 

 

 

 

 

 

 

 

Posted by 깜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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