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8. 12:09

16

 

사실 템페스트는 에리카의 계획에 대해 이전부터 그런대로 눈치채고는 있었다.

 

칼라로 연결된 칼라이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숨긴다거나 속임수를 쓴다거나 하는 일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템페스트는 이런 비양심적인 프로젝트에 동참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딱 잘라 거절했다.

 

그러나 에리카는 이런 반응을 예상했는지 여유 있게 말했다.

 

참 고지식한 친구로군. 아이어가 폐허가 되고, 모든 것이 무질서한 지금 세태에 그런 원칙, 규율이 무슨 의미가 있나?

자네도 이제는 대울의 의미가 퇴색되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부함장도 눈치를 챘을 것 같지만, 본국의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함선 내의 대부분의 인원도 이미 나와 한 배를 탔네.

 

자네를 설득하는 게 거의 마지막이지.’

 

 

 

에리카의 말대로 함선 ‘var’에 탑승한 대부분의 프로토스들은 꽤 오래 전에 에리카와 한편이 된 상태였다.

 

이 행성 근처에 오기도 훨씬 전부터 하나둘씩 그녀와 함께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들 중 중요한 이들은 자신들에게도 한몫 챙겨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나머지는 그저 명령을 따르는 일개 병사들일 뿐이었고 에리카의 계획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에게 반기를 들 만한 몇몇 함대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을 설득하는 일은 마지막으로 미뤄 두었다.

 

그건 나름대로 그녀의 전략이었다. 대다수의 함대원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뒤에

나머지를 다수의 힘으로 눌러서 어쩔 수 없이 동참하게끔 하려던 것이었다.

 

남아 있던 그 몇몇 함대원들에는 템페스트, 고위 기사단, 그리고 그 외에도 몇 명이 있을 뿐이었다.

아주 적은 인원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소수자라는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본국에 내부고발을 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했는데,

어차피 본국의 관계자들에게도 뇌물이 골고루 뿌려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을 머릿속으로 대충 정리한 템페스트는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함장님의 제안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시간을 주셨으면 합니다.’

 

 

에리카는 좋을 대로 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잘 생각하게.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나?’

 

 

템페스트는 여기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꾸 없이 밖으로 나갔다.

 

그 이후로 며칠 동안, 그는 처리할 업무도 없었고 27일 이후로 에리카가 따로 다른 말을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할 일 없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표면적으로는 이상할 만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덧 달이 바뀌어 71일이 되었다.

 

템페스트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니키타가 순간이동해서 들어왔다.

 

안녕?’

 

으아, 놀랐잖아!’

 

 

 

니키타는 히히 웃으며 말했다.

 

내가 새로운 정보를 가지고 왔지.’

 

 

템페스트는 대답 없이 멀뚱히 니키타를 봤다. 니키타는 그 새로운 정보를 말했다.

 

너 그냥 조용히 넘어갈까 고민하고 있지? 하지만 그러면 너한테 안 좋을걸.’

 

무슨 의미야, 니키타?’

 

함장이 약 잘 쳐서 목적을 이룬다고 하자. 당장은 별 문제 없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부정부패를 잡겠다고 조사가 이뤄질 거야.

 

그 때를 대비해서 함장은 자기가 한 일을 뒤집어쓸 누군가를 준비하겠지.

함선 기록을 조작하는 것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 누군가가 아마도 네가 될 거야.

 

확실하진 않아. 너 하나가 될 수도 있고 여럿이 될 수도 있지.’

 

놀라운데. 어차피 그분 계획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이렇게까지 되면 절대 협조하면 안 되겠어.

 

그렇지만이미 대부분의 대원들이 함장님과 함께하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지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대원들이 얼마나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건 걱정 마. 고위 기사단은 너와 같은 생각이니까. 고위 기사단 말고도 동료들은 얼마든지 많다고!

 

어쨌든 너는 우리와 같은 생각이니까, 동지가 되어 줘.’

 

고마워, 나야 좋지.’

 

 

 

평소에도 니키타를 비롯한 고위 기사단과 친한 편이었던 템페스트는

니키타와의 대화를 통해 동지들이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힘을 얻었다.

 

마침 이어진 니키타의 말은 템페스트에게 더 큰 안도감을 주었다.

 

우리의 의견이 같다는 건 이렇게 확실해졌네.

그렇다면 뭔가 행동을 해야겠지. 함장이 제멋대로 구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으니까.

 

우리가 생각해 둔 게 있어.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고 할 수도 있지. 대부분의 계획은 패트리샤의 머리에서 나왔어.’

 

 

 

그리고 니키타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니키타를 따라서 간 곳에는 거의 모든 고위 기사들이 모여 있었고,

기술자들과 조종사들도 몇 명 보였다.

 

니키타는 템페스트에게 말했다.

 

보다시피 나머지 동지들은 다 모여 있고, 네가 마지막으로 온 거야. 함장에게 마지막으로 불려 간 게 너거든.

 

누구누구 있는지 둘러봐. 대부분 누군지 알고 있지?’

 

 

 

템페스트는 말했다.

 

, 거의 아는 분들이네.’

 

 

 

모여 있던 프로토스들은 템페스트와 니키타를 발견하고는 반가워했다.

그 중 하나가 템페스트에게 말을 걸었다.

 

부함장님도 오셨군요!’

 

 

 

그녀는 항해사였고, 이름은 패트리샤(Patricia)였다. 나이는 365세였다.

템페스트도 그녀를 발견하고는 웃으며 인사했다.

 

패트리샤는 템페스트에게 조곤조곤히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부함장님은 특히나 함장님을 도왔다면 곤란했을 겁니다.

 

다른 항해사들에게서 정보를 캐냈는데, 함장님이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신 뒤에 기록을 적당히 조작해서

 

부함장님에게 책임을 떠넘길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대로 계셨으면 곤란한 처지가 되었을 겁니다.’

 

 

 

템페스트는 그녀의 말을 듣고 놀라면서 말했다.

 

니키타가 말해 줬습니다. 그래도 말해 줘서 고맙습니다.

여기 오길 잘한 것 같군요.’

 

곧이어 패트리샤는 옆에 서 있던 다른 프로토스를 소개했다.

 

 

 

이쪽은 차원장인 카슨(Carson)입니다.’

 

카슨(Carson)이라 소개된 그 프로토스는 621세의 노련한 기술자였다.

 

이런 식으로 모인 프로토스들은 서로서로를 소개받았고, 본격적으로 비장한 작전 회의를 시작했다.

 

 

 

 

 

 

 

 

 

 

 

 

 

 

 

 

 

Posted by 깜찍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