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9. 10:00

2화

 

2502621.

 

유인 시험 운행이 시작되는 날이다.

 

AX708을 관리하는 기술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철저히 점검했다.

 

이상 무, 출발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오전 118분경에 함선은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탑승자 70명은 전원 탑승했다.

 

그들은 많은 면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조종사는 물론이고 기술자, 민간인, 연구원, 군인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시험 운행의 과정은 간단하다.

우선, 코랄 IV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정해진 도약 지점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장거리 도약을 통해 지정된 식민지 행성으로 이동한다.

 

차원 도약은 수시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도착한 행성에서 잠시 머무르다가 다시 코랄로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돌아올 때도 갈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거꾸로 돌아오는데,

그렇기 때문에 테스트를 두 번 거치는 셈이기도 하다.

 

도약 지점에 도착하기까지는 여유 시간이 꽤 있었다.

함선에 탄 인원들은 테란답게 대화를 통해 서로를 파악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었다.

 

인맥에 의존해 인원을 모집했기 때문에, 서로서로 누구 친구의 동생의 지인의 친척이라는 둥

안면이 있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렇지만 어쨌든 초면인 사람들도 많았다.

 

마침 한쪽에는 처음 만난 것처럼 보이는 두 여성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한 사람은 샬롯 로즈(Charlotte Ross), 다른 사람은 레이아 에반스(Leah Evans)였다.

 

샬롯 로즈는 아름다운 백인 여성으로 큰 회색 눈동자와 윤기 있는 긴 금발이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레이아 에반스는 동양적으로 생긴 여성으로 역시 미인이었지만 약간 차가워 보였다.

 

저는 샬롯 로즈라고 해요. 25살이고, 의무관이죠.”

 

저는 레이아 에반스고, 17세입니다. 유령 요원으로 활동하다가 왔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몇 마디 형식적인 자기소개를 주고받은 후 두 여성은 커피를 홀짝거리며 한동안 계속 대화를 했다.

 

둘 모두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샬롯은 재능 있는 의무관으로 신체적인 부상뿐 아니라 정신적인 아픔을 돌보는 데에 타고난 면이 있었다.

물론 그녀는 굉장히 친절한 의사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샬롯과 대화하는 사람들은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곤 했다.

레이아 역시 샬롯에게 편안함을 느꼈고 차가워 보였던 표정도 사라지고 따뜻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유령 사관학교에 들어가면 그 이전의 기억이 제거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가족에 대한 기억은 최대한 남아 있게끔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레이아의 표정은 약간 슬퍼졌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는 정말이지 운이 없는 편이었습니다. 모든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나중에는 아주 약간 기억이 돌아와서 몇 가지 장면만 기억이 납니다.”

 

레이아는 그나마 가지고 있는 가장 선명한 기억이자 유령 사관학교에 끌려가게 된 이유라고 하면서

한 가지 기억을 이야기해 주었다.

 

어렸을 때 동네에 불량스러운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다른 약하고 어린 애들의 돈이나 물건을 빼앗고 다니는 녀석들이었습니다.

앞뒤 상황이 기억이 안 나서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그 아이들을 공격했습니다.

죽거나 최소한 치명상을 입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게 알려져서 이렇게 되었을 겁니다.”

 

자치령에서는 일정 등급 이상의 사이오닉 능력을 보유한 경우 의무적으로 유령 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받아야

한다. 또한 레이아가 말한 대로 기억도 제거된다.

 

샬롯은 레이아가 안쓰러웠다.

너무 어릴 때부터 시작된 군대 생활, 그것도 특수부대 생활이니 녹록치 않았을 것이 뻔했다.

게다가 레이아는 지금도 겨우 17살인데, 노바 테라(Nova Terra)에 버금가는 베테랑 유령 요원으로써

여러 가지 강도 높은 임무에 참여하고 있었을 것이다.

 

레이아는 화제를 돌렸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 것 같네요. 이런! 커피가 벌써 식었네요.”

 

그러면서 그녀는 씩 웃었다.

잠깐 후에 샬롯이 상당히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도약 지점에 거의 다 왔을 것 같ㅇ…

 

그때 그녀의 말이 맞다고 말해주는 듯이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안녕하십니까? 유쾌한 비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함장 제이콥 윌슨입니다.

현재 우리가 타고 있는 함선 AX708이 도약 지점에 근접해 있습니다.

 

10분 후에 차원 도약이 시작되오니 미리 좌석으로 돌아가 도약을 준비해 주십시오.

함선 내 카페에 계신 분들도 자리로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차원 도약에는 약 1시간이 소요되며, 도약 5분 전에는 함선 내의 모든 인원이 동면에 들어갑니다.

감사합니다. 이상입니다.”

 

안내 방송이 끝나고, 샬롯이 말했다.

 

우리도 얼른 자리로 돌아가야겠네요. 여기 카페 괜찮았는데 말이죠.”

 

레이아와 샬롯을 포함해 함선 내의 인원들은 모두 신속하게 도약 준비를 마쳤다.

 

한편, 잭은 연구에 참여한 모든 동료에게 동시에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잭 스미스입니다. 지금 도약 지점에 거의 도착했습니다. 10분 후면 차원 도약이 시작될 겁니다.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랍니다!’

 

잭의 옆자리에 있던 다른 연구원이 좀 심심했는지 괜히 하품을 해 댔다.

그러더니 잭이 문자를 보내는 것을 보고 슬쩍 말을 걸었다.

 

동료들한테 안부 문자 보내시나 보군요.”

 

잭은 그렇다고 대답하고는 곧 휴대폰을 껐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약간 웅성거렸지만 곧 조용해졌다.

아주 가까운 미래의 굉장한 이벤트에 대해서 많고도 복잡한 갖가지 감정들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도약 5분 전, AX708에 탑승한 70명 모두가 동면에 들어갔다.

 

정신이 육체가 움직이고 있는 극단적인 속도에 맞춰서 유지되는 것이 불가능하면

차원 여행은 매우 힘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장거리 여행 중에는

극저온 동면 기술 (Cryogenic hibernation) 이 사용되며, 이들의 여행도 그러했다.

 

안내 방송으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동면 이전에 녹음해 둔 카운트다운이었다.

이번에는 아까 전의 방송과 달리 여자 목소리가 나왔다.

 

차원 도약 1분 전입니다. 차원 도약 30초 전입니다. 10초 전입니다.

10, 9, 8, 7, 6, 5, 4,

 

“3, 2, 1, 도약 시작.”







Posted by 깜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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