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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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에 표류한 테란은 그럭저럭 이곳에 적응해 나간다.

이 행성의 훌륭한 자연환경으로 보아 임시로 생존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실상 정착도 가능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테란과 함께 표류한 물건들 중에 유용한 것들이 많았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들은 전부 원래 살던 곳이 있는 이들이다.

그래서 코랄에 남아 있는 연구원들 및 관계자들은 이들을 구출하려는 시도를 시작하였다.

 

행성의 테란과 연구원들은 수시로 홀로그램을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원들은 행성의 좌표를 알아내었다.

 

그래도 섣불리 구조선을 보낼 수는 없었다.

그들은 일단 행성과 주변의 환경에 대해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조사하고 탐색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연구원들이 별로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 왔다.

 

아무래도 여러분들을 구출하기는 당분간 힘들 것 같습니다.

저희로서도 설명하기 힘든 특이한 현상이기는 합니다만, 행성에 접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일단 행성 주변에 자잘한 천체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것부터도 벌써 특이하고도 힘든 환경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우주에 이런 케이스가 더 있을까 싶을 정도로 희귀하고 처음 보는 일인데,

그러니까 그게 뭐라고 해야 하나…….

 

쉽게 말해서, 이 행성은 블랙홀의 반대입니다. 블랙홀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반면,

이 행성은 외부에서 접근하는 물질을 튕겨 냅니다. 원인은 더 조사해 봐야 할 겁니다.”

 

표류한 테란은 의외로 이 통보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들은 전체적으로 낙관적이었다. 그들은 이 돌발 상황과 새로운 환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테란답게, 그들은 금세 적응했다.

그들이 쉽게 이곳에 적응한 데에는 자연환경과 함선에서 같이 온 물자들의 영향도 컸다.

그렇지만 그들의 낙관적인 태도도 중요한 이유였다.

그런 태도는 이 행성에 적응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고 한층 즐거운 생활을 하게끔 만들었다.

 

함선의 함장이기도 했던 제이콥이 리더 노릇을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리더의 의미는 거의 없었다. 그들 70명 모두는 거의 완전히 평등했다.

 

일단 테란에게는 살 집이 필요했다. 그들은 임시 막사를 만들었다.

 

가지고 있던 몇 개의 텐트도 활용했고, 행성의 나무를 몇 그루 잘라서 기둥을 세우고 천을 덮어 천막도 만들었다.

 

그렇게 임시 막사를 만들어 놓고 보자 굉장히 그럴듯했다.

 

먹을 것을 구하는 것도 그럭저럭 잘되었다.

비상식량이 있었지만 아껴 두기로 하고 행성에서 음식을 구해 먹었다.

 

석기시대부터 남자는 사냥, 여자는 채집이 정석으로 받아들여져 왔지만 이 사람들은 좀 달랐다.

 

음식을 구하는 데에 여자들, 특히 레이아와 샬롯의 활약이 대단했다.

10등급 사이오닉 능력을 보유한 레이아는 동물들을 그나마 덜 고통스럽도록 한 번에 죽일 수 있었다.

 

샬롯은 직접 사냥하는 데에는 별로 소질이 없었지만 중요한 일을 맡았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구해온 음식, 특히 식물이나 버섯 그리고 물고기 등이

먹을 수 있는 것인지 판별할 수 있었다.

 

샬롯은 의무관이 그런 일도 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곤 했다.

 

때때로 전투식량이 떨어지면 부득이하게 다른 식량을 구해야 해요. 그런데 가끔가다 독이 있는 것들이 있어서,

의무관들은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판별하는 것도 배워야 했죠.”

 

먹고사는 데 여유가 생기자 그들은 슬슬 이 행성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그들은 이 행성에 자기들 외에 다른 지적 생명체,

즉 다른 테란이나 프로토스 혹은 저그가 있는지 궁금해했다.

 

비록 그들을 구조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가끔씩 연락하곤 하는 연구원들이 말해 주기를,

 

다른 종족은 모르겠지만 여러분들 외에 테란은 없습니다.”

 

행성의 테란은 이제 프로토스나 저그가 있는지 알아보고 또 이런저런 목적들로

안전해 보이는 곳 중심으로 탐사를 해 보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의 생활도 그들에게 그다지 단조롭지는 않았다. 그런 고로 그들은 아직 탐사 활동은 많이 하지 않았다.

 

임시 막사와 그 주변만 해도 풍경이 좋았고 구경할 거리가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어느덧 그들이 이 행성에 온 지 한 달이 넘게 지나서 벌써 7월이 끝나가려 하고 있었다.

 

샬롯은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다. 얼마 전에 그녀는 안전하고 아름다운 산책길을 발견했다.

분명 자연 그대로일 테지만 일부러 꾸며 놓은 길처럼 예뻤다.

 

샬롯은 아침마다 산책을 하며 다람쥐 같은 작은 동물들과 친구가 되었다.

 

레이아가 그런 샬롯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동물들이 다른 사람들한테는 잘 안 오던데, 신기하네요. 이런, 지금 저 다람쥐도 절 보고 도망갔어요.

그런데 샬롯에게는 잘 오네요.”

 

동물들이 샬롯을 좋아하고 그녀가 자연과 잘 교감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반면에 동물들은 레이아를 유난히 경계했다.

물론 동물들이 원래 사람을 경계하기는 하지만 레이아를 경계하는 정도는 유난히 심했다.

 

샬롯의 특징은 인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특성이 그녀가 훌륭한 메딕이 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들 중의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729. 그날 아침에도 샬롯은 산책 중이었다.

 

샬롯은 날쌔게 움직이는 물체를 하나 보았다.

 

뭐지? 여기선 한 번도 본 적 없는 녀석 같은데, 새로운 동물인가?”

 

샬롯은 그 신기한 생명체를 찾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생명체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가끔 휙휙 지나갔는데 너무 빨라서 잘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그 생명체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샬롯 앞에 멈추어 섰다.

 

 

 

 

Posted by 깜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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