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1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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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성의 저그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살아가던 토착 저그였다.

저그 군단이 거주하는 다른 행성들에 비하면 숫자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들은 적지 않은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들은 행성 전역에 퍼져 살고 있었다. 작은 군락지들이 넓게 퍼져 있는 형태였고

군락지별 규모나 거주하는 개체 수는 거의 균일했다.

 

테란 식의 개념에 빗대면, 대도시 없이 작은 중소 도시들 혹은 작은 주들로 이루어진 나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마 큰 군락지가 한 곳 있었는데, 역시 테란 식으로 생각하면 수도쯤 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곳은 앞서 소개되었던 헌터 킬러가 머무는 군락지였다.

 

헌터킬러는 이곳 저그 전체의 리더이다.

그 휘하에 무리어미가 몇몇 있어서 대개는 하나 정도의 군락지를 통솔했다.

 

이 행성의 저그 무리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있으면서도 서로가 매우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연결되어 있는 방식은 일반적인 저그와는 달랐다.

 

우주의 모든 저그를 통틀어서 보면 크게 세 종류가 있다.

 

대다수의 저그는 저그 군단인데, 저그군단은 초월체(Overmind)에 의해 귀속된 저그들이다.

 

그들은 군체의식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고 교신을 할 수 있으며, 군체의식이 오염된 저그는 파괴된다.

 

그 저그들은 독립성을 잃은 개체들로 대부분 자아가 없다.

구체적으로, 우두머리인 초월체는 자아를 가지고 판단, 명령을 한다.

정신체(Cerebrate)는 마찬가지로 자아가 존재하며 판단도 할 수 있지만 초월체의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다.

 

여왕(Queen), 대군주(Overoad)는 약간의 자아를 가지고 있으나, 명령을 전달하는 역할만을 수행한다.

 

그 아래 대다수의 개체들은 직접적인 행동을 담당하며 자아 없이 명령에 따를 뿐이다.

 

원시 저그는 제루스에 있는 최초의 저그들이다.

그들은 초월체의 휘하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고 자기들 나름의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약육강식의 생존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의 정수를 흡수해 진화하고 강해진다.

저그군단과는 적대적이며, 강한 자들은 자신의 무리를 거느리고 있다.

 

야생 저그는 초월체 사후에 군단에서 나간 일부 저그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아무에게도 지배받지 않는 독자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중이다.

 

야생 저그는 때때로 저그군단의 소규모 군락지를 공격하거나, 반대로 다시 군단에 귀속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이 행성의 저그는 야생 저그이다.

 

물론 이들은 자아와 독립성을 누리고 있다.

 

저그군단의 경우 군체의식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이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당연히 이와는 다르다.

 

주로 땅굴망을 통해 이동하여 연락을 주고받는다. 이런 지하 땅굴을 통해서 직접 이동해 말이나 편지를 전한다.

그런 면에서 이들의 통신 방식은 먼 옛날 테란의 방법과 비슷했다.

 

사이오닉 능력을 보유한 일부 개체는 텔레파시를 통해 통신이 가능하다.

 

헌터킬러와 무리어미들은 이곳 저그의 리더들이다.

그들은 군체의식으로 부하들을 지배하거나 조종하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들은 이곳 저그들에게 진정으로 존경받고 있고 친근하기도 하다.

 

테란을 만나기 전에, 이곳의 저그는 이 행성의 외부 물체를 튕겨 내는 특성 때문에

오랫동안 외부와의 접촉이 단절된 채로 고립되어 있었다.

덕분에 그들은 어떤 다른 저그보다도 독자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곳 저그들이 외부의 다른 종족과 접촉한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첫 번째일 것이다.

 

그 때문인지 이곳 저그들은 호전적인 기질이 거의 없는 평화지향적인 개체들이었다.

전투가 필요한 상황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몇몇 저글링들이 어떻게 테란 말을 배웠는지는 아직 미스터리이다.

어쨌든 그동안 테란이 생각하던 저그의 이미지와 이곳 저그의 모습은 크게 달랐다.

 

그래서 테란은 약간의 감동을 받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저그의 입장에서도 테란의 태도가 호의적이었기 때문에 이들과 잘 지내서 나쁠 것이 없었다.

 

게다가 이 행성의 자원은 굉장히 풍족했다.

어쩌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많은 개체들이 나누어 쓰더라도 풍족할 것이다.

 

이 행성에는 석유나 석탄 등의 지하자원도 많고, 미네랄과 베스핀 가스도 풍부했다.

놀랍게도 이곳에는 테라진 가스 등의 희귀한 자원들도 상당량 존재했다.

 

또 기본적으로 식량도 풍부하고 아름다울뿐더러 주변 환경과 행성 자체의 특성상

천혜의 자연 요새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테란은 이 행성에 당분간 정착하는 것이 거의 확정된 상황이었고,

테란에게나 저그에게나 이런 행성에 사는 것은 큰 행복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테란과 저그는 아무런 마찰이나 싸움 없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데에 성공했다.

덕분에 이들 모두는 이곳의 환경으로부터 선물 받은 행복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테란에게는, 이 행성에 도착한 것이 전혀 의도치 않은 일이었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불운이고 사고였다.

 

그러나 그들은 낙관적이었다.

 

사실 그들 대부분은 26세기의 첨단 생활에서 오히려 공허함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그들은 이 표류로 갑자기 자연으로 되돌아갔다.

 

처음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적응의 종족답게 테란은 금세 이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졌다.

더군다나 그들은 예전보다 더 행복해했다.

 

저그와 만난 다음 날 저녁이었다.

 

행성의 테란은 연구의 관계자들에게 저그와 공존하게 된 것을 알려야 하는지 숨겨야 하는지 의논했다.

 

이 문제는 거의 만장일치로, 굳이 알리지 말자는 결정이 났다.

 

이들의 리더인 제이콥은 여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별로 고민할 이유도 없습니다. 이제 연구원들과 우리는 거의 연락하지 않아요.

물론 하려면 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 어차피 우리를 구조할 희망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아마 본국에서는 이 사고를 덮느라 바쁠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 만남에 대해 알린다고 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또 여기에 오기 전에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은 저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하긴 그건 편견이 아니라 사실이기도 하죠. 이 행성의 경우는 아주 특별한 경우니까 말이죠.

 

어쩌면 우리가 감염되었거나 공격받고 있다고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국에 연락하는 것은 나쁘면 나빴지 좋을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은 맞는 말이었다. 코랄의 연구원들은 이 사고를 은폐하는 데에 급급했다.

 

원래 이 프로젝트 자체도 비밀 프로젝트였던 데다가, 이 사고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관계자들은 실종된 70명의 행방을 그럴듯하게 위조하고 있었다.

 

결국 이 행성에서의 만남은 행성의 거주민들만이 아는 일이 되었다.

 

한편, 저그는 이 행성에 쭉 거주해 온 토착 원주민들답게 사냥감이 많거나 경치가 좋은 곳들을 잘 알고 있었고

테란에게 이런 정보를 알려 주곤 했다.

 

하지만 그들은 꼭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사냥하는 법이 없었다.

 

나중에 샬롯은 타키온과 톰 덕에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아침마다 그녀가 산책을 즐기는 산책로가 저그들이 꾸며 놓은 곳이었다는 것이다.

 

샬롯은 놀라워하면서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누가 꾸며 놓은 것처럼 근사하다 했어.”

 

그 산책로는 어린 저글링들의 놀이터였다. 그래서 샬롯은 마침 즐겁게 뛰어놀고 있던 타키온과 마주쳤던 것이다.

 

테란과 저그는 서로 다른 점도 있었지만 비슷한 점도 많았다.

 

테란은 26세기에 걸맞는 첨단 생활 대신에 약간은 원시적인 생활로 되돌아갔다.

그래도 그들은 이 느린 삶이 행복했다.

 

 

 

 

 

 

 

 

Posted by 깜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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