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3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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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핸슨. 아래층 왼쪽 방의 친구.

 

잘생겼다.

 

누군가를 소개할 때 다짜고짜 잘생겼다고 하는 것이 흔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히 하고 싶었다. 그는 제법 잘생겼다!

 

그는 아름다운 소년이었다.

 

그의 눈동자와 머리카락 색은 갈색 계열이다.

그 아름다운 옅은 갈색은 데이비드를 더욱 섬세해 보이게 한다.

 

이 친구는 근시가 심해 어릴 때부터 안경을 써 왔다.

오목렌즈가 그의 감성적인 눈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조금 아쉽다.

 

처음에 지나치게 외적인 가치에 치중했으니 이제 좀 방향을 돌리자.

 

데이비드도 나처럼 물리학에 깊은 흥미가 있는 친구다.

 

그는 무한히 작은 세계를 탐구한다. 나는 무한히 큰 세계를 탐구한다.

 

정반대 영역 같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작은 것이 큰 것이고, 큰 것이 작은 것이라고, 그 근본은 같다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런 관심 분야 덕에 우리는 교류할 것이 많았다.

 

데이비드는 온화하고 친절한 성격이다. 말수가 적고 그만큼 생각이 많다.

 

그래서인지 여자아이들과는 그런대로 잘 지냈다고 한다.

참을성 있게 잘 들어 주는 그 성격이 한몫한 것 같다.

 

하지만 앞에서도 밝혔듯이 남자 친구는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비슷한 기질의 조용한 친구들 몇몇과의 우정은 있었다는 것 같다.

 

그 역시 여기에서 잘 통하는 친구들을 만난 것을 기쁘게 생각했다.

 

어느 날 나는 이 친구의 책상 위에 있는 메모지들을 보았다.

그 중 이런 메모지가 눈에 띄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내가 그 구절을 음미하자 데이비드가 말했다.

 

희극이든, 비극이든, 무엇이라도 결국은 그렇지…….”

 

나는 데이비드에게 말했다.

 

멋진 말이네. 이것도 유라가 알려 준 거야?”

 

데이비드가 대답했다.

 

. 아마 타나크(Tanakh)’라는 엄청 오래된 책에 나오는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나는 말했다.

 

, 그건 옛날 지구인들이 믿던 종교 경전 아냐?”

 

데이비드가 말했다.

 

맞아. 우리 도서관에는 별의별 게 다 있는 것 같아!”

 

나도 우리의 사랑스러운 도서관에 감탄했다.

 

그러게. 그런 희귀 자료는 어떻게 구하는 건지. 굉장해.”

 

그러게. 참 신기하지.”

 

그 뒤 둘 다 얼마간 별 말이 없었다. 아무 말도 안 해도 괜찮은 친구였다.

 

나는 그 메모를 몇 번 곱씹다가 말했다.

 

이거 적어 가도 돼?”

 

데이비드는 물론이라고 했다.

 

나는 수첩을 꺼내 그 글귀를 적었다. 데이비드는 기분 좋게 웃었다.

 

데이비드는 섬세하고 손재주가 있다.

근처 집 친구들 중에는 조립식 장난감을 조립하다 막히거나 하는 일이 있을 때

데이비드를 찾아오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는 참을성이 있다. 느리고 꾸준하게 나아가는 그런 인내심이다.

 

작디작은 입자들의 행동을 그토록 묵묵히 관찰하는 것은 분명 감탄할 만한 의지를 요구하는 일이다.

 

언젠가 유라는 데이비드에게 이렇게 말했다.

비슷한 맥락이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 그러니까 네가 눈이 나쁜 거야!

 

요거, 얼굴 하얀 것 봐. 가끔 광합성 좀 해!”

 

데이비드는 그냥 적당히 대답했다.

그러면 유라는 이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저기 에이든 미쳐 날뛴다. 전구가 켜진 것 같은데. 놀아 줘야 하지 않겠어.”

 

그러면 데이비드는 에이든에게 다가가 낭만적인 즉흥곡을 듣거나,

어떤 때에는 에이든이 달려가는 뒤를 따라 힘겹게 언덕을 오르거나,

또 어느 날에는 어려운 과제에 관한 에이든의 모험담을 들었다.

 

여하튼 데이비드는 여러모로 그의 관심 분야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가 무한소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과제 이야기를 또 해야겠다.

 

과제 이야기를 위해 일단 이것을 말해야겠다.

 

나는 글에서 종종 유령이나 사이오닉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데,

이런 이야기는 아무나 아는 것이 아니다.

 

2500년 이전, 즉 연합이 다스리는 시기에는 유령의 존재는 특급 비밀이었다.

아마 웬만한 군 고위 간부들도 사이오닉 에너지가 뭔지도 몰랐을 것이다.

 

지배자가 선전의 명수 멩스크로 바뀐 후에는 방송에서도 보이는 등

유령이라는 이 강력한 요원의 존재 정도는 공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정보는 여전히 기밀이지만.

 

그럼 나는 어떻게 옛날부터 잘만 알았던 걸까?

 

일단 내가 코랄 출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쪽에는 반란 세력이 좀 많아서 별의별 정보가 다 돌아다닌다.

그래서 모두 정확하지는 않지만 많은 정보를 주워들을 수 있었다.

 

그때야 그냥 자연스럽게 알고 있던 것이지만,

다양한 행성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해 보니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타소니스로 온 뒤에는 더욱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뭔가 많이 알 기회가 있게 마련이다.

 

많이 안다는 건 좋기도, 나쁘기도 하다…….

 

이제 할 재미있는 과제 이야기가 바로 사이오닉에 관한 것이다.

 

사이오닉 방출기라 불리는 전술 병기가 있다.

 

유령의 파장을 응용해 만든 것인데 저그를 유인하거나 조종할 수 있는 도구이다.

실로 엄청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가공할 무기의 발명에 우리가 기여했다.

 

유령에게 저그가 길들여지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은 연구원들이 방출기를 막 연구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우리는 이 연구에 대한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는 우리가 어떤 발언권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구경쯤으로 그칠 일이었다.

 

연구는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대단히 강력한 위력을 갖게 하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문제는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걸 요원들이 직접 가져가서 가동시키면 그들이 죽습니다. 글자 그대로 몸이 부서진다, 이겁니다.

 

하지만 무인으로 폭발시키면 제대로 작동되지를 않습니다. 유령만큼 훌륭한 촉매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문제입니다.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했지만, 곧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작동법만 찾으면 되는 일 아닙니까? 일단 방출기 자체는 개발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 중 한 친구가 뭔가 생각해낸 것 같았다. 그는 주변의 친구들에게 말하며 그의 이론을 확인받았다.

 

그리고 그 이론에 도움을 준 친구들 중에는 나도 있었다…….

 

확신을 얻은 그 친구는 자기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저기, 저희들 생각에는이 파장을 그대로 두기보다는 이렇게 바꾸는 게 어떨까 해서요.”

 

연구자들은 처음에는 저건 뭐지?’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일단 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봅시다. 어쩌면 답이 나올지도 모르죠.”

 

그러자 모두가 경청하기 시작했다. 뭔가 생각해낸 친구는 더욱 자신감을 얻었는지 유창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걸 이렇게 저렇게 바꾸면 유령이 없어도 폭발할 수 있는 상태가 될 것입니다.”

 

앞서 발표하던 연구자는 흥미롭다고 생각했는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엄청난 폭발력이 필요할 텐데, 그것에 대한 생각도 있는 건가?”

 

. 폭탄이라면 우리에겐 이미 충분합니다. 핵탄두를 이용하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자 연구자들은 술렁였다. 친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핵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드나요?”

 

한 연구자가 대답했다.

 

아니다. 그런 건 상관없었어.”

 

발표하던 연구자는 그새 머릿속으로 검증을 마쳤는지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네 말이 맞아. 핵을 이용하면 돼. 이제 네가 사이오닉 방출기를 만든 거나 다름없는 거다.”

 

친구는 얼떨떨해하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 아닙니까?”

 

친절한 대답이 돌아왔다.

 

누구다 생각은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대부분 무시하고 스쳐 지나가게 마련이다.

자기가 했던 그 생각이 위대한 발견이라는 것도 모른 채로.

 

결국 그 아이디어로 뭔가를 해낸 사람은 너뿐이다.”

 

다른 연구자들도 한마디씩 했다.

 

천재적이야.”

 

전문가들도 못해낸 일을 영민한 아이 하나가 해결하다니.”

 

나중에 위대한 인물이 되겠어.”

 

사이오닉 방출기는 곧 완성되었다.

 

 

어쨌든 마지막은 데이비드에 대한 이야기로 마쳐야겠다.

 

데이비드의 말 중에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이 많았다.

쓸데없는 말은 잘 하지 않는 친구여서 한 마디 한 마디가 더욱 뜻 깊게 들렸다.

그가 뭔가 말하고 싶어 하면 다들 주목했다.

 

그가 내게 한 말 중 나에게 특히 각인된 것은 이것이었다.

 

너는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을 닮았어.”

 

나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외모를 말하는 거야? 아니면 가치관 같은 내면?”

 

.”

 

그리고 그는 천진하게 웃더니 말했다.

 

좋은 사람이야.”

 

좋았다. 내가 그런 좋은 사람을 닮았다니 기뻤다.

 

데이비드는 좋은 친구이다.

 

 

 

 

 

 

 

 

 

 

 

 

 

 

 

 

 

 

 

 

Posted by 깜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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