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1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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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모자의 한 유명 대학을 방문했다.

민간에 개방된 곳이어서 그다지 제약 없이 둘러볼 수 있었다.

 

역시 대학 연구소를 주로 구경했다.

여기에는 잘 알려진 프로토스 연구소가 있었다.

 

일단 외계 종족을 이렇게 전문적으로 연구한다는 사실에 감명을 받았다.

 

연합에서 온 나로서는 몹시 이질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쪽은 외계 종족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었다.

 

저그는 아예 벌레로 취급했고, 프로토스는 굳이 적으로 만들지는 않더라도 우호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살던 나라가 그런 곳이었으니 나 역시 외계 종족에 대해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도 프로토스 연구소 견학은 중대한 일이었다.

사고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지는 계기였다고나 할까.

 

우모자 보호령과 프로토스의 관계에 대해 말하자면 이렇다.

 

프로토스가 코프룰루 구역에서 처음 그 모습을 드러냈을 적에 보호령은 전쟁 방지 조약을 맺고 이들에게 협력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교류를 하긴 하지만 프로토스 쪽에서 그럴 마음이 들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

 

어쨌든 이 온화한 세력은 프로토스와 그런대로 왕래가 있었나 보다.

이렇게 제법 규모 있는 연구 시설까지 갖춘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연구소에서 또 한 가지 눈여겨본 것은 이곳의 개방적인 분위기였다.

 

일단 연구실의 문이 대부분 열려 있었고, 벽에는 커다란 유리가 있었다!

 

그런 구조였으니 연구실 안을 들여다보는 것은 쉬웠다.

본다고 나무라는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내가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것을 보면 들어오라고 하고 이것저것 보여 주고 소개해 주는 사람도 몇 있었다.

 

만약 내가 잘 아는 주제일 경우 나는 슬쩍 표시를 낸다.

그러면 연구자는 굉장히 반가워하며 좀 더 전문적인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즐거운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좋은 시간이 몇 번 있었다.

 

그 중 매우 중대한 한 가지를 소개한다.

 

 

연구소의 흥미로운 복도를 돌아다니던 나는 유난히 아름다운 한 연구실을 보게 되었다.

 

그 연구실에는 갖가지 모양과 갖가지 색상의 오묘한 광물들이 가득했다.

그것들은 프로토스 수정이었다.

 

나는 열린 문 앞에 멈추어 섰다. 그리고 잠시 고민했다.

 

아무도 없네. 허락도 없이 들어가도 될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문이 열려 있잖아. 이건 들어오라는 계시야!’

 

이렇게 멋대로 결론 내리고 활짝 열린 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에 들어와 보니 더욱 환상적이었다.

 

여기저기 붙어 있는 메모지들, 사이오닉 검을 든 전사들의 현란한 전투를 구현한 홀로그램, 재미있는 조그마한 로봇들까지, 온갖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뒤에서 쿵 하는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다.

 

뭔가 잘못하기라도 한 것처럼 깜짝 놀라 약간 손을 떨고는 곧 뒤돌아보았다.

 

어떤 남자가 서 있었다.

 

굉장히 선량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수정이 참 예뻐서 들어왔습니다. 잠시 구경만 했어요.”

 

그리고 나는 허락도 없이 들어와 미안합니다.”라는 상투적인 인사를 한 뒤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그는 명랑하게 말했다.

 

벌써 가려고요? 좀 더 구경해요.”

 

그는 이 무단 침입을 조금도 불쾌해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눈에 보이게 좋아하며 다시 들어왔다. 그는 말했다.

 

이 근사한 친구들을 알아본다니 기쁘네요.”

 

우리는 이 방의 볼거리들에 대해 대화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대단히 말이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났다는 것을!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중 나는 그의 이름을 물어봤다.

 

그나저나 이름이 뭐죠?”

 

여기가 타소니스 대학이었다면 개인 정보는 좀 더 늦게 물어봤을 수도 있지만, 나는 언제 우모자에 다시 올지 모르는 사람이었으니 이 새 친구를 그냥 아무개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잭 스미스입니다.”

 

나는 내 이름을 밝혔다.

 

나는 그레이스 쿠퍼에요.”

 

그 뒤 우리는 한동안 개인정보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가 나이가 같다는 사실도 알았다. 또 연락처도 주고받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말했다.

 

그러고 보니 벌써 네 연구를 하고 있는 거야?”

 

그러자 잭은 말했다.

 

, 그런 건 아니야. 이 연구실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교수님 거야.

 

그런데 그분이 좀 오래 휴가를 가셔서 연구실을 몇 달 비우게 됐거든.

나한테 연구실을 부탁하셔서 여기 있는 중이야.”

 

나는 생각했다.

 

연구실을 맡길 정도면 굉장히 신뢰하는 제자인가 보네.’

 

그나저나 너는 그냥 민간인이야?”

 

이 대학 사람인지를 묻는 것으로 생각하고 대답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말을 들어 보면 과학자인 것 같은데.”

 

과학 공부를 하고 있는 건 맞아.”

 

역시. 어느 대학에서 왔어?”

 

내가 우모자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말했다.

 

저기, 나는 우모자 보호령 사람이 아니야.”

 

? 그럼 혹시 연합?”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느 행성에서 온 거야?”

 

타소니스.”

 

.”

 

나는 어떻게 우모자에 오게 됐는지 말했다.

연합에서 보낸 스파이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야기를 듣고 잭은 말했다.

 

그랬던 거군. 그쪽에서 오는 손님이 잘 없어서 좀 의아했어.”

 

출신 지역 이야기가 나오니 나는 갑자기 코랄이 생각나서 말했다.

 

지금은 타소니스에 살고 있지만, 예전에는 코랄에 살았었어.”

 

잭은 당황하며 말했다.

 

잠깐만, 코랄이라고?”

 

, 코랄 IV.”

 

? 그게 가능한 일인가?”

 

나는 말했다.

 

이봐 친구, 왜 그래.”

 

나는 이런 반응의 이유를 모르면서 또 한편으로는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절대로 코랄을 찾아갈 수 없었던 이유를. 그 무서운 진실을…….

 

 

 

 

 

 

 

 

 

 

 

 

 

 

 

 

 

 

 

 

Posted by 깜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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