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5. 19:24

14

 

미안, 제일 당황할 사람은 너일 텐데.”

 

나는 , 괜찮아.”하고 평범하게 대답했다.

 

잠시 후 잭은 뭔가 생각했는지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그래, 그걸 확인해야겠다. 너 언제까지 코랄에 있었어?”

 

기억해내는 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굳이 따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언제까지였더라. 89. 맞아, 2489년에 타소니스에 왔어.

 

정확한 날짜는 좀 더 생각해야 기억날 것 같고, 이 정도면 되나?”

 

잭은 연도를 듣고는 기뻐하며 말했다.

 

, 역시 그런 거였어! 이것도 생각 안 하다니, 나도 참.”

 

그러나 나는 의문이 가득했다. 내가 모르고 있던 그것은 무엇일까.

 

그런대로 짐작은 해 왔다. 하지만 나는 그 실체를 몰랐었다.

 

나는 잭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내 고향 행성이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줘.”

 

잭은 그러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말없이 하나의 영상을 보여 주었다.

 

 

2491.

 

1000개 이상의 핵미사일이 행성 전역에 발사되었다.

 

연합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저항 활동에 대한 간단한 대답이었다.

 

정작 반란군 수장 아크튜러스 멩스크는 사전에 탈출했다.

 

결국 이것은 단지 3500만이라는 민간인 대량 학살이었다.

 

녹색 행성은 순식간에 검은 황무지로 바뀌었다.

 

완벽한 폐허이자, 죽음 그 자체.

 

 

이것이었다. 짐작이었던 것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잭은 묵념이라도 하는 듯 조용했다.

 

괴로운 감정이 찾아올 것을 각오했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꼭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아름다웠다. 멀리서 봤기 때문일까.

 

나는 운이 좋았다. 그 날의 납치가 아니었다면?

 

 

영 좋지 않은 일인데.”

 

나는 아주 덤덤하게 말했다.

 

상투적인 위로는 싫어하는 것 같아서, 그냥 가만히 있었어…….”

 

잭의 말이었다. 전적으로 옳았다.

 

고마워. 그 날 코랄에 없었던 것만큼이나 운 좋은 일인 것 같아, 이런 친구를 만난다는 건.”

 

내 생각을 그대로 말했다.

 

그런데 나는 잠시 후 괴로워졌다.

 

그럼 내 가족들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가 나의 새 친구는 말했다.

 

괜찮다면 이 일에 대해 너에게 말해 줄 게 있어.”

 

나는 계속하라고 했다.

 

우모자와 코랄은 제법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단도직입적으로, 우리는 코랄의 후예를 지원해.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거냐고? 원래는 안 되지.

네가 코랄 출신이니까 들어도 될 것 같아서.

 

, 코랄의 후예라는 이름은 처음 들었겠네.

 

네가 알고 있던 반란군이랑 물론 같아.

코랄의 반란이 그 전신이고, 7년 전 그 사건 후 코랄의 후예로 수립됐지.

 

어쨌든 이 동맹 덕에 보호령과 연합은 좀 껄끄러운 관계야.

 

그럼에도 우리가 이들을 돕는 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어.

가장 그럴듯한 명분은 인도주의를 위해서라는 것.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그것까진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고…….

 

본론은 이거야. 보호령은 코랄의 난민들을 받아들였어.

 

그리고 나는 지금 당장 신원 조회를 할 수 있어.

 

혹시 네 가족이 우모자에 있다면 바로 찾아낼 수 있을 거야.”

 

어차피 그 때 그곳에 있었다면 희망 같은 건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굉장히 고마운 일이었다.

 

시간 있으면 그렇게 해 줘. 너한테 도움 많이 받네.”

 

.”

 

못 찾았다. 기대는 못 했지만 우울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어쩌면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다라는 친구의 위로에도…….

 

 

무거운 이야기를 좀 했다.

 

하지만 우모자 여행은 코랄이 핵폭탄 맞고 폐허가 된 것을 이제야 알게 됨이런 씁쓸한 부분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러니 좀 더 밝은 이야기로 돌아오겠다.

 

 

일반적인 관광 같은 것은 나보다 훨씬 더 잘 기록한 사람들이 많을 테니

나는 프로토스 연구자이자 내 친구인 스미스 박사 이야기나 좀 더 해야겠다.

 

우리는 몇 번 더 만났다. 연구소에서 본 적도 있고 다른 곳을 선택한 적도 있다.

 

여행지에 현지인 친구가 생긴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덕분에 숨겨진 동네 식당 등을 많이 소개받았다.

그러면 나는 또 내 마을 친구들에게 슬쩍 소개하는 거다!

 

그러자 친구들은 존경의 눈으로 바라봤다. 언젠가 유라는 이렇게도 말했다.

 

너 이런 골목은 어떻게 알았어? 설마, 우모자에서 보낸 첩자는 아니겠지?”

 

나의 반응은 이렇다.

 

이런, 너 같으면 스파이로 나를 보내겠어? 기본적인 전투 능력도 없는데.”

 

그러면 유라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근데 넌 이게 좋잖아.”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톡톡 두드린다.

 

그거야 우리 다 마찬가지지 뭐.”

 

 

어느 날 잭이 맡고 있는 그 연구실에서 우리는 독특한 일을 좀 했다.

 

우리끼리 사용하는 암호를 만든 것이다!

 

내 키의 반쯤 되는 어린애들이나 할 것 같은 일이지만…….

그만할 때 못 했으니까 이제 와서 하는 것이다.

 

엄청나게 복잡한 암호를 만들지는 않았다.

 

물론 어려운 암호도 만들 줄 알지만 이건 지금 키의 절반이었던 그때에 맞춰서 좀 더 온건하게 만들었다

암호라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잭은 220, 나는 284.

 

이 두 수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Posted by 깜찍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