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16. 15:47

15

 

끝없는 여행이 아니었다. 시작과 마지막 시간이 정해진 여행이었다.

우리는 언젠가 여행을 마치고 타소니스로 돌아와야 했다.

 

큰 미련이나 아쉬움은 없었다. 우모자는 분명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우리의 마을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이 여행은 충분히 길었다.

 

새 친구와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것은 조금 신경 쓰였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언제든지 사용 가능한 다채롭고도 생동감 넘치는 연락 수단들이 존재했다!

 

우리는 모두 별 탈 없이 돌아왔다.

 

 

나는 코랄에 대한 충격적 진실을 나머지 친구들도 알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코랄에서 온 친구들이 여러 명 더 있었기 때문이고

고향이 어디인지와는 상관없이 이 이야기는 모두에게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내게 사실을 알려 준 잭에게도 동의를 구해 둔 채였다.

고맙게도 잭은 나에게 보여 줬던 영상을 전송해 주었다.

 

웬만큼 마음이 정리되고 여행의 여운이 사라져갈 즈음

나는 아주 중요한 일이라며 모두를 불러 모은 후 그 이야기를 했다.

 

영상이 워낙 잘 편집되어 있었기에 그 이상의 어떤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자료의 출처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우모자 보호령의 한 정의로운 과학자라고만 해 두었다.

 

직후의 반응은 외관상으로는 별로 다채롭지 않았다.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당장 혁명이라도 일으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 관한 대화는 많았다.

 

이 사실을 전한 나에게는 온갖 질문이 들어왔고 여러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에는 어느 날 저녁 집에서 넷이 예쁜 식탁에 둘러앉아 커피에 비스킷을 찍어 먹으며 했던 대화도 있다.

 

많은 경우에 그랬듯 유라가 시작했다.

 

이거 이렇게 가면 금방 망할 텐데.”

 

나는 처음에는 잘 알아듣지 못했다. 마찬가지였던 데이비드가 물었다.

 

뭐가? 연합?”

 

. 이런 식으로면 연합 오래 못 갈 걸.”

 

유라가 뭔가 설명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모두들 집중해 주었다.

 

어떤 국가나 세력이 일어나고 멸망하는 과정은 거의 늘 똑같아.

무슨 역사책을 봐도 나라가 망해 가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지.

 

지금 테란 연합이 딱 그런 전철을 밟고 있어.

 

썩을 대로 썩은 정치, 무지막지한 빈부 격차, 곳곳에서 일어나는 혁명.

 

수십 번, 수백 번을 반복해도 또 이렇게 되는 건가.”

 

더 재미있는 부분은 다음이다.

 

그대로 돌려받을 거야.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그 오래된 교훈처럼.

 

그렇게 한 행성을 잿더미로 만들었으니, 머지않아 똑같은 꼴을 당할 거다…….”

 

그러자 에이든은 똑같이 돌려받는다? 듣고 보니 그럴듯한데

왠지 네가 방금 큰 예언을 한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 유라는 그날 절묘한 예언을 한 것이었다.

 

행성의 니키타가 알면 재미있어할 것 같다…….

 

 

코랄 IV의 진실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 행성에 퍼부어진 끔찍한 공격의 폭로는 계속해서 밝혀진 연합의 또 다른 만행들에 앞선 전주곡일 뿐이었다.

 

이 강렬한 시작을 계기로 우리는 고향과 가족의 생존 여부에 대해 치밀하고도 매우 신중하게 캐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우리는 연합의 온갖 양민 학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선발된 60명의 또 한 가지 공통점이 밝혀졌다.

 

연고자가 없다

 

, ‘없어졌다가 맞는 건가.

 

타소니스로의 이주와 코랄의 참사는 약 2년 간격을 두고 있다.

 

다른 친구들의 고향 행성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마을에 온 후 2~3년 정도 후에 무슨 일이 터졌다.

 

농업으로 살아가는 어느 빈곤한 변두리 행성에서는 흉작으로 세금을 내지 못해 

모든 물자가 끊긴 채로 주민들이 집단 아사했다.

 

사라계의 한 행성에서는 연구소 근처의 어느 거주지가 알 수 없는 외계 종족의 공격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우리는 이런 비극에 대해 너무도 무지했다. 몇 줄의 건조한 글자들로나 알았을 뿐이었다.

 

적어도 2489년 이후에는 한가롭게 놀고먹으며 걱정 없이 공부나 조금 하면서 살아왔다.

 

더욱 무서운 것은 아직도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조사한 진상을 모두 정리하고 그 결과 우리의 예상치 못한 공통점을 발견한 후

매우 활발한 대화가 이루어졌다.

 

이번에는 어느 날 아침에 집에서 네 명이 푹신한 소파에 나란히 앉아 

녹차와 다식을 먹으며 했던 대화를 불러내겠다.

 

에이든의 의문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저 위에 계신 분들이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거지?”

 

그래서 나는 말했다.

 

무슨 면을 말하는 거야?”

 

굳이 고향도 가족도 날아간 아이들만 이렇게 모아서 집중 육성한 이유를 모르겠다 이거지.”

 

유라가 곧바로 말했다.

 

너 또 알면서 묻지. 우리도 알고 있나 궁금하니까.”

 

그럼! 재미없게 혼자만 생각하면 뭐 해. 같이 얘기해야 재밌지. 잠깐만, 너도 종종 그러잖아.”

 

나도 인정하지. , 그럼 해석은 내가 해 볼까?”

 

그리고 시원하게 말했다.

 

무 연고자, 무 협박.”

 

에이든이 말했다. “명쾌한 한 줄이군. 좀 감이 잡히는데.”

 

이상적인 흐름을 위해 내가 한 마디 얹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해 줘.”

 

, 방금 그 말 그대로야. 더 볼 것도 없어.

 

이쪽 분야가 협박이 워낙 많잖아. 제 수명 다 못 살고 가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지.”

 

들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왠지 유라는 그런 공갈 협박에 잘 대처할 것 같은데

잘은 몰라도 지금까지 본 성격대로라면.’

 

그러는 동안 유라의 이야기는 잘 흘러갔다.

 

전통적으로 최고의 협박이 가족을 잡아 놓는 거잖아. 사실상 제일 치사한 수이기도 하고.

 

차라리 자기 안전만 위협받으면 나 없으면 파일도 없거든!’하고 버텨 보기나 할 수 있는데

주변을 물면 문제가 달라지지.”

 

에이든은 감탄했다. “, 큰 그림 보소.”

 

데이비드가 그 말을 받아 말했다.

 

그러고 보니 큰 그림 또 있다. 우리가 일종의 납치를 당한 후 몇 년 후에 그 재앙들이 일어났잖아

어쩌면 이게 더 놀라운데?”

 

나도 마침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 생각 하고 있었는데! 그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나기 전에

그것도 한 2~3년은 이전에 이것들은 다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

 

유라가 말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너무 딱딱 맞아떨어지지.”

 

 

 















 

 

 

 

 

Posted by 깜찍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