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2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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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쿠퍼(Grace Cooper).

 

2504년 새해 언덕 위에서 아주 오랜만에 별을 보고 있던 사람이다.

 

그리고 나다.

 

앞부분에는 내가 거의 등장하지 않았으니 라는 말을 하지 않고도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안 되겠다.

 

 

내 친구 잭은 억지로 침착한 척을 했다.

우리는 어제 만났던 친구들처럼 평범하게 인사했다.

 

하지만 잭은 몇 초 안 지나서 발광하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에는 미지근한 반가움을 느끼는 정도였지만,

친구의 상태에 곧 전염되었다.

 

우리는 평소보다 한 옥타브 정도 높은 목소리로

 

얼마만이야, 284!” “참 극적인 상봉인데, 220!”

 

하고 인사했다. ‘220’‘284’에 대해서는 좀 나중에 이야기하겠다.

 

그리고 우리는 하이파이브를 여러 방향으로 돌려가며 연속 5회 실시했다.

그리고 정신나간 것처럼 헤헤 웃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친구의 상태를 글로 쓰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잭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말은 여전히 빨랐다.

 

이야, 널 여기서 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그나저나 뭔 일이 있던 거야? 연락이 갑자기 끊긴 데다

그냥 안 받는 것도 아니고 주소가 없어진 건 왜 그런 거야?

 

그리고 에반스 씨가 말도 없이 사라졌다가 너랑 같은 때에 돌아오고…….

 

하여튼 뭐가 뭔지 모르겠네. 설명 좀 해 줘!”

 

나도 빨리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싶었지만 좀 길어질 것 같아서 주저되었다.

잭은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 이야기는 나중에 들려줘도 될 것 같아. 일단 여기 친구들을 소개해 줄게.

너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나도 들려 줄 이야기가 많아.”

 

그래서 우리는 새해 파티에 합류하기로 했다.

 

원래 살던 존재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과연 나는 개인적인 생활은 가능해 보이지 않는 이 새 터전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언덕을 내려와 걷는 동안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한 갖가지 걱정거리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파티에 도착해 모여 있는 이들을 만나자마자,

나는 이런 걱정은 조금도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테란 중에는 아는 얼굴도 꽤 있었다.

하지만 일부 테란, 그리고 프로토스와 저그들은 완전히 초면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새로운 이방인을 환영했다.

 

새로운 테란이네요! 반갑습니다! 내 이름은 헤이든입니다.”

 

예전에 본 적이 있는 제이콥 윌슨 씨도 한마디 했다.

 

우리는 새로운 얼굴의 등장을 좋아하죠. 여긴 때때로 무료할 정도로 평화로우니 말입니다!”

 

꼬마 저글링 친구도 있었다.

 

과학자 형 친구라며? 나는 타키온이야! 누나는 물리 좋아하니까 알고 있지? 빛보다 빠르다는 뜻이라는 걸!”

 

파란 천을 두른 프로토스가 멋지게 팔을 펄럭이며 환영해 주었다.

 

반갑소, 여행자여! 나는 켈로서스라네. 그리고 이쪽은 기사단 동료들이지!”

 

작은 몸집의 고위 기사가 말했다.

그 고위 기사의 이름이 니키타라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히히, 이 테란도 나와 많은 대화를 할 수 있겠어…….”

 

많은 이들이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이런 인사말들은 가면을 쓰고도 건넬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이 존재들은 가면을 쓰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과학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그냥 느낌이 그렇다.

느낌에 의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확신해도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가면이 필요 없으려나.

 

웃어야 할 것 같은데 괜히 눈물이 나려 했다. 그때 잭이 말했다.

 

어때? 여기서의 삶도 재미있겠지?”

 

그러자 나는 빠르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나는 환하게 웃었다.

 

고맙게도 제이콥은 이렇게 말했다.

 

, 새 동지에게 궁금한 것이 많겠지만 질문은 조금 미뤄 두고, 일단 파티를 즐기도록 합시다!”

 

그렇게 나도 그들과 함께 파티를 즐겼다.

 

타키온은 풀피리를 불었다. 나도 재미있어 보여서 배웠지만 그다지 잘되지 않았다.

좀 더 연습하면 될 것이다. 타키온에게는 이런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재주가 많았다.

 

레이아와 니키타는 독특한 양궁을 보여 주었다. 그들은 화살을 만지지 않고도 움직일 수 있었다.

그 능력을 그저 오락거리고 쓰고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차원장인 카슨은 재미있는 초소형 로봇들을 보여 주었다. 그 로봇들은 웃긴 춤을 추었다.

 

 

얼마간 나는 텐트를 치고 지냈다. 행성 구경도 실컷 할 수 있었다.

다른 주민들의 이름도 열심히 외우고 있다.

 

며칠 후에 내 집이 완성되었다. 알렉스가 지은 집이었다.

알렉스는 훌륭한 기술자이다. 그는 이곳에서 많은 집을 지었고,

뭔가 수리할 것이 생기면 대개는 그의 몫이 된다.

 

 

이제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 이야기는 새로운 친구들에게도 들려 준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나의 의견이 반영되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들에게 말할 때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말하려고 노력했다.

 

내용들 중에는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나중에 알게 된 것도 있다.

 

그런 것들은 대부분 발레리안 멩스크가 알려 준 것이다.

그는 자치령의 황태자이고 조작된 언론을 접하는 민간인들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잭이 알려 준 것들도 많다.

중립적이고 비교적 민주적인 우모자 보호령 사람인 잭은

테란 연합, 테란 자치령의 민간인이었던 그 당시의 역사를 나보다는 객관적으로 알고 있었다.

 

당연히 나 자신의 판단도 있다.

다행히도 의식적으로 다양한 관점으로 현상을 바라보려고 애쓰면 웬만큼은 가능해진다.

 

그럼 이제 내 인생 이야기를 시작한다.

 

 

 

 

 

 

 

 

 

 

 

 

 

 

 

 

 

 

Posted by 깜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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