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10. 16:07

5

 

타소니스 여행, 확실히 아주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그러나 더 어릴 때부터도 나는 충분히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조금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그때 통신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침 멀지 않은 집에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빨리 집에 가야겠다고 판단했다.

 

나는 그 낯선 사람을 완전히 무시하고 빠른 걸음으로 말없이 집으로 걸어갔다.

 

이렇게 충분히 수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만약 당시의 내가 불친절하고 예의 없는 어린이라고 생각했다면,

좋을 대로 생각해도 된다. 그런 논평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 적응된 상태였다.

 

몇 걸음 걸어가자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친구들도 있을 텐데, 그것도 싫어?”

 

, 그건 더욱 재미있었다. 나는 잠시 멈칫했다가 그대로 뛰어갔다.

달리기 실력은 영 형편없지만 노력은 했다.

 

그런데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공포로 마비되었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 사람에 의한 것이었다.

 

그는 말했다.

 

역시 만만하지는 않네. 대부분 넘어오는데 말이지.”

 

강제로 정지해 있는 것은 답답했다. 10초나 될까 말까 하는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그래도 머리를 굴리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염력? 내 생각을 아는 것처럼 느껴진 게 기분 탓이 아니었군. 그렇다면 혹시 유령 징집인가?’

 

그 즈음 사이오닉 잠재력이 있는 어린아이들을 납치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그쪽으로 생각이 미쳤다.

 

그 사람은 멈춰 있는 내 쪽으로 여유롭게 걸어와 말했다.

 

, 그건 아니야. 너한테는 그들만한 사이오닉 잠재력이 없어.

하지만 너에게는 다른 능력이 있지.

 

이를테면, 그들을 만드는 능력?”

 

뭐라고 말을 해 보고 싶었지만 그것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몸의 마비가 해제되었다.

 

염력이 급격히 풀리는 바람에 다리에 힘이 풀려 잠시 휘청했지만 곧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 말도 할 수 있었다.

 

나는 방금 전 하고 있던 생각을 굳이 말로 옮겼다.

 

만든다니, 무슨 의미입니까?”

 

그러자 그 사람은 말했다.

 

곧 알게 될 텐데……. 그래, 이것 하나는 분명하게 해 둬야겠어.

 

우린 약물과 개조에 찌들어 있어. 실험 정신이 투철해 뭐든지 실험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기여하고 있지.”

 

그때는 그 단서에도 여전히 알쏭달쏭했다.

 

그나저나 이제 이 여행에 동의하지 않겠니?

 

완전히 억지로 가는 건 끔찍하게 싫잖아, 안 그래?

 

싫어도 따라오게 될 텐데, 차라리 좋게 받아들여.”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차피 이 압도적인 힘을 가진 사람에게 저항하는 것은 웬만한 성인도 불가능했다.

 

이런 여행은 조금도 내키지 않았지만, 나는 빠르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예감이 좋은데.’

 

 

나는 그 유령을 따라 멀지 않은 곳의 어느 신호소로 걸어갔다.

전에는 이런 게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여행을 위해 만들어졌던 것 같다.

 

신호소에 양쪽 발을 올리자 곧 어딘가로 순간이동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런 것 많이 설치하면 좀 편하겠는데.’

 

신호소를 타고 이동해 도착한 곳에는 작은 비행기가 있었다.

비행기에 올라타자 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몇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는데 나까지 포함해서 7명이었다.

 

나를 인솔한 유령이 말했다.

 

여긴 네가 마지막이다, 쿠퍼.”

 

그리고 그는 모두를 향해 외쳤다.

 

“7명이 다 모였다. 이제 수도로 이동한다. 잘 가라.”

 

그리고 그는 떠났다. 근처에 이런 비행기가 좀 더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것들에 채울 인원을 데리러 가는 것 같았다.

 

먼저 타 있던 아이들이 내게 밝게 인사했다. 기분이 좋았다.

 

집을 갑작스럽게 떠나고 있는 것이 당황스러웠지만 그때부터는 거의 의식하지 않게 된 것 같다.

 

우리는 한동안 즐겁게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그러던 중 한 명이 말했다.

 

이봐, 우리 깔끔하게 이름 정도는 소개하는 게 어때?”

 

그러고 보니 그랬다.

 

이름을 모르더라도 얼마든지 좋은 친구일 수 있지만,

그래도 썩 괜찮은 제안이었다.

 

그 제안대로 우리는 서로 이름을 말해 주고, 짧게 하고 싶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다시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곧 근처에 여러 장난감이 놓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보드게임을 했다. 그러는 동안 비행기는 출발했다.

 

조종사가 한 명 있었는데 우리에게 별로 관심은 없어 보였다.

 

 

우리는 동족의 얼굴들이 반가워 들떠 있었다. 그러나 이 비행은 제법 길었다.

얼마나 흘렀는지, 그리고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도 없는 막막한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슬슬 걱정하기 시작했다.

 

우리를 대체 어디로 끌고 가려는 거야?”

 

돌아갈 수는 있을까?”

 

이렇게 되니까 후회되는 일이 많네. 이젠 후회해도 소용없겠지만…….”

 

그러게 말이야. 동생이랑 많이 놀지도 못했는데.”

 

그나저나 이게 뭔 상황이야. 뭐라도 짐작 가는 거 있는 사람?”

 

, 요즘 생체실험을 많이 한다는데…….”

 

안 돼! 벌써 인생 하직할 순 없어!”

 

우리는 그 안에서 유일하게 뭔가 알 것만 같았던 조종사를 쳐다보았다.

몇몇 친구들은 조심스럽게 말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조종사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모두들 점점 더 불안해하고 있었다. 게임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런데 한 친구가 말했다.

 

저기, 터무니없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들어 봐.

 

우린 안 죽을 거야. 생각해 봐.

소모품이라면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이동시켰겠지.

 

그런데 여긴 쾌적하잖아. 겨우 7명이 이 함선에 있어.

생명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빽빽하게 끼워 넣으면 50개도 실을 수 있을 텐데 말이지.

 

게다가 갖고 놀 것도 넣어 놓았잖아. 좀 전까지 게임하고 있었고.

곧 죽일 사람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배려하고 있는데?”

 

그럴듯했다. 몹시 설득력 있었다!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마지막으로 편하게 보내 주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연합은 그런 알량한 자비조차도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 친구 덕분에 분위기가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처음처럼 들떠 있을 수는 없었다. 여전히 우리는 두려웠다.

 

그래도 한결 침착해졌다.

 

 

 

 

 

 

 

 

 

 

 

 

 

 

 

 

 

 

 

 

 

 

Posted by 깜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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