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1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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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폭스(Aiden Fox), 데이비드 핸슨(David Hanson), 유라 이(Yura Yi).

같은 집에 배정된 친구들의 이름들이다.

 

에이든은 2477년생, 데이비드는 나와 같은 2476년생, 유라는 2475년생이다.

 

그날 우리는 집을 구경했다.

 

아주 근사한 집이었다.

 

나는 집을 이루는 색들에 주목했다.

 

색상, 채도, 명도, 빨강, 녹색, 파랑 수치를 제시하면 

간단한 응용 프로그램으로 그 색상들을 쉽게 불러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

 

그 빛들을 측정해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직접적인 이유이다.

 

그리고그 아름다운 추억을 정확하게 복원해 내야만 할 이유도 못 찾겠다.

 

집의 지붕은 짙은 푸른색이었다. 매력적인 지붕이었다.

위를 향해 큰 창문이 나 있었다.

 

천장의 지붕은 채광에도 좋았고, 누워만 있어도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돌아다니기는 귀찮지만 관찰은 해야 할 때 딱 좋다.

 

벽의 주된 색은 연두색 계열이었는데 파스텔로 그린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연하고 부드러운 색이었다.

 

집 안에 들어가 둘러보니 무려 3층이나 되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층은 여럿이 함께 있기 좋은, 거실 같은 공간이었다.

2층과 3층에는 마주 보고 있는 두 개의 방이 있었는데 하나하나의 방은 작은 집 같았다

우리 네 명에게 딱 알맞고 풍족한 집이었다.

 

 

구경하는 우리는 아주 깊은 감명을 받았다.

 

에이든은 특히 신나 보였다.

 

, 이건, 이런 멋진 집은 감히 상상도 못 했었는데! 정말 여기서 사는 거야? 믿을 수 없을 정도야!”

 

그러더니 에이든은 갑자기 우쿨렐레를 연주했다

그러고 보니 그 친구는 처음부터 쭉 그 재미있는 악기를 들고 있었다.

 

우쿨렐레에서는 아름다운 즉흥 선율이 흘러나왔다. 신 나지만 슬픈 음악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듣기 좋기로는 최고의 연주였다. 지금도 기억날 정도이니 말 다 했다.

 

 

나는 노래하는 작은 카나리아

 

아름다운 목소리의 작은 새

 

나는 어미 찾는 어린 카나리아

 

목청 높여 슬피 우는 작은 새

 

나는 희망 잃은 야생 카나리아

 

다시는 울지 않을 작은 새

 

절대 길들여지지 않을 거야

 

그들을 위해 노래하지 않아

 

 

이 노래와 이야기가 연결되는 노래가 여러 곡 있다.

이어지는 노래들도 생각나는 대로 전하고 싶다.

 

집을 웬만큼 둘러보고 나자 우리는 1층의 안락한 거실에 모여 앉아서 즐거운 대화를 했다.

 

처음에는 이 호사스러운 집에 대한 감탄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다가 슬슬 미래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막연한 불안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려 했다. 그때 에이든이 말했다.

 

이런, 이런. 너무 걱정이 많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뭘 걱정해! 그냥 즐겨!”

 

데이비드가 차분하게 동의했다.

 

맞는 말이야. 아까 그 안내자들 말대로라면 아마도 우리에게 뭔가 특별한 투자를 하려는 것 같은데.”

 

유라와 나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가, 잠시 후 깨닫고 살짝 웃었다.

 

우리는 즐겁게 대화했다. 집에 있는 갖가지 놀이감도 적극적으로 꺼냈다.

 

 

그날 저녁, 우리에게는 2층과 3층의 네 방의 각각의 주인을 정하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건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많은 과제가 등장할 텐데, 그것들은 대개 선생님들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2층 왼쪽 방은 데이비드, 2층 오른쪽은 에이든, 3층 왼쪽은 유라, 그리고 3층 오른쪽은 나의 방이 되었다.

 

왼쪽과 오른쪽의 기준은 계단을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방향이다.

 

우리는 각자의 방에서 잠을 청했다.

풀 짐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따로 할 일도 없었다.

 

 

깊이 잠들어 있던 때, 노크 소리가 들려 문을 조금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옆방 유라도 자다 깨서 밖에 나가 팔짱을 끼고 졸린 눈으로 서 있었다.

 

찾아온 존재들은 데이비드와 에이든이었다. 데이비드가 말했다.

 

깨워서 미안. 그런데 꼭 와야 했어. 지금 하늘이 굉장하거든.”

 

에이든이 말했다.

 

맞아. 완전 장관이야! 꼭대기층에서 보면 더 좋겠더라고.”

 

우리는 누워서 바로 위에 보이는 하늘을 보았다.

 

유성우였다. 엄청나게 많은 별똥별들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그때의 나의 감상을 표현할 적당한 단어를 찾기는 힘들 것이다.

 

나중에 이야기해 보니 그 날 그 유성우를 본 건 우리뿐이었다.

한밤중이어서 다들 몰랐던 것이었다.

그 때 잠이 깬 에이든이 우연히 봤던 것이었다.

 

그 유성우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기억하고 싶을 때, 눈을 감으면 그 때의 영상이 펼쳐진다.

 

유성우가 끝나자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 마저 단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에 또 하나의 간단한 과제가 주어졌다.

 

집의 이름을 작명하는 것이었다

선생님들의 말에 의하면처음에는 ‘1’, ‘2’, ‘3이런 식으로 번호로 구별하려 했지만

특색 있고 재미있는 이름을 스스로 짓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우리 네 명은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의논했다.

 

금세 지을 줄 알았는데 꽤 오래 고민해야 했다.

 

그렇게 지은 우리 집의 이름은 별똥별 쏟아지는 지붕이었다.

어제 본 유성우에서 나온 이름이었다.

 

실제로 지붕에 별똥별이 쏟아진다면 영 좋지 않겠지만,

그 이름은 아주 멋진 이름이었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로 이름을 만들었다. 재미있는 이름이 많이 나왔다.

 

4명의 이름에서 글자를 가져와 만든 이름도 있었다.

 

방울나무라는 곳도 있었다. 그 집에 스즈키(Suzuki)라는 성을 가진 쌍둥이가 있었는데 

그 성을 한자라는 표의문자로 쓰면 방울나무라는 뜻이 된다고 한다.

또 방울나무인지 자두나무인지는 몰라도 그곳에는 진짜 나무도 있었다.

 

초록색 창문이라는 집도 있었는데, 덩굴식물이 창문까지 자라나 있어서 그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푸른 외투의 집도 있었다. 그 집의 외벽은 푸른색이었다. 독특한 색이었다.

 

청금석을 닮은 그런 푸른색이었는데, 그 벽을 쳐다보고 있으면 아이디어가 잘 떠올랐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하여튼 그랬다. 나를 비롯한 다른 집의 사람들도 종종 그 파란 벽에 머리를 대고 있었다.

 

 

황량한 성이라는 곳도 있었는데,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돌로 된 울타리가 있었는데 마치 성벽 같았고

마당은 온통 모래밭이어서 사막 한가운데의 성 같다는 것이었다.

 

그 집의 한 친구가 언젠가 근사한 모래성을 만들었었는데

며칠 후에 많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성이 없어져서 통곡했다는 일화도 있다

하지만 초기의 비극을 극복하고 더 멋진 작품을 만들었다. 그 친구는 타고난 건축가였다.

 

이것보다 많은 집이 있었지만 그 이름들을 여기에 다 밝히지는 않겠다

아마도 몇 집은 이 뒤의 이야기에서 언급될 것이다.

 

 

 

 

 

 

 

 

 

 

 

 

 

 

 

 

Posted by 깜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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