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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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우리의 낙원이 되었다.

 

원래 살던 곳에서 여기로 갑자기 이동하는 동안 우리는 다양하고 또 두려움으로 가득 찬

추측들을 만들어냈지만 다행히도 실제와는 딴판이었다.

 

선생님들을 만나고, 아늑한 집을 만나고, 친구들을 만나는 동안 두려움은 점차 사라져 갔다.

 

날 데려온 그 유령의 말은 전부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런 사탕발림은 대부분 진실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 경우는 아니었다.

오해하고 의심한 것이 조금 미안해질 뻔했다.

 

나중에 알게 된 바에 의하면 그는 친절함을 연습해야 했다고 한다.

 

다행히 그는 동료 요원들 중에서 가장 풍부한 감정 표현을 제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큰 업적을 달성했다!

 

 

여전히 이것저것 의심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유라는 한동안 음식에 독이 들어 있을까 걱정해서 갖가지 확인을 거친 뒤에야 식사를 했다.

물론 수상한 성분이 들어 있던 적은 없었다.

 

우리 중의 상당수는 신중한 유형의 사람이었다.

그 중에서도 더한 친구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자세는 여러모로 좋았다.

 

선생님들이 말한 대로 우리는 어떠한 기준으로 특별히 차출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 마을은 정부의 주도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우리는 연합에게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이 마을에 살면서, 거창하게는 연구’, 소소하게는 탐구라 불릴 그런 일을 했다.

 

우리에겐 과제들이 계속해서 주어졌고, 그것들을 끝없이 해결해 나갔다.

 

개인이 푸는 문제도 있었고 협동 과제도 있었지만 그런 구분은 별로 의미가 없었다.

어떤 과제든 친구들과 협력해도 되었다.

 

이 마을에 살기 전의 나는 조별 과제를 싫어했다. 썩 유쾌하지 않은 추억들이 있어서 말이다.

하지만 이곳에 살게 된 뒤로는 협동을 즐기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한 집이 한 팀이었지만, 다른 집 친구들과도 얼마든지 뭔가를 같이 해 나갈 수 있었다.

 

점수가 매겨지거나 평가당한 적은 없었다. 그러니 경쟁도 거의 없었다.

 

경쟁은 순전히 재미로 하는 것일 뿐이었다.

가끔 우리끼리 방정식 빨리 풀기 시합같은 친선 경기를 진행하곤 했다.

 

 

테란 연합은 우리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몹시 영리했다.

그 무능한 관료들이 여기에 관해서는 왜 이렇게 현명했던 걸까?

처음에 걱정했던 노동력 착취나 학대 같은 일은 전혀 없었다.

 

우리는 엄청나게 좋은 대우를 받았다.

 

빈부 격차가 끔찍했던 이 국가에는 복지라는 개념이 있는지조차 의문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오래된 가문의 자제들 못지않게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 갑작스러운 풍요는 익숙하지 않은 옷 같았고, 우리는 얼떨떨하다 못해 두려워하기까지 했다.

 

시간이 흐르자 우리는 자연스럽게 누리게 되었다.

그런데 몇몇 더욱 생각 깊은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잊으면 안 돼.”

 

여기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나머지 우리들도 이 말을 듣자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급여도 받았다.

여기서 돈이 필요할 일은 드물었기에 대개는 저축을 했다.

 

또한 우리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지냈다.

 

마을 밖으로는 무단으로 나갈 수 없었으니 우리에 갇힌 가축들의 자유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마을 안에서는 남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라면 뭐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을 만큼 살기 좋은 마을이었다.

 

그러니 우리는 그런대로 굉장한 자유도 있었던 것이다.

 

 

테란 연합의 전략은 아주 현명했다.

 

우리가 하는 탐구들은 창의력이 요구되는 분야였고,

연합이 평소 애용하는 재사회화 같은 것으로 될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정부에 감사하고 충성하며 주어지는 일들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물질적인 여유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이 마을에 있어서 최고로 좋았던 것은 친구들이었다.

 

나는 혼자 놀기에는 일가견이 있었고, ‘혼자여도 행복하다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함께할 좋은 사람이 있다면 더 행복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어쨌거나 우리는 테란이었으니까…….

 

여기서 만난 친구들은 통하는 데가 있었다.

일단 말이 통했고, 더 나아가서 생각도 통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했다. 우리는 서로를 존경했다.

 

이 마을로 이동하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내 마음은 여러 번 이렇게 외쳤다.

 

동족이다!’

 

다른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데이비드는 이렇게 말했다.

 

친구라고 할 만한 친구를 만난 게 손에 꼽을 정도였지.

그런데 여기 수십 명의 친구들이 있지 뭐야!”

 

데이비드는 약골이나 여자애 같다는 놀림을 받은 일이 많다고 한다.

아무래도 좋지 않은 운동신경과 섬세한 성격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럴 일이 없었다.

 

여긴 비슷한 동지들이 많았다.

 

사소한 예를 들면 우리는 물건을 던져서 주고받지 않는다.

던지는 사람과 받는 사람 중 적어도 하나, 대부분의 경우 둘 다 엉망이니까.

 

굳이 그걸 해보겠다고 연습해서 개선시키는 근성의 친구들도 있긴 했다…….

 

우리끼리의 친선 경기 중에 언젠가 휴지통에 휴지 던져 넣기도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많은 친구들은 이 마을에 일찍 오게 되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2489년 당시 나는 13살이었고, 다른 친구들의 나이도 13살 전후의 비슷한 나이였다.

가장 많은 나이가 15세로 3명인가 있었다.

 

그런 15년 될까 말까 하는 짧은 기간 동안에도 우리는 씁쓸한 경험들을 꽤나 많이 축적한 상태였다.

 

그러니 마을에 살게 된 우리는 행복했다.

 

 

이쯤에서 우리의 안전제일 정신이 이루어낸 아름다운 결과물을 하나 소개해야겠다.

 

그것은 대피소이다!

 

순전히 우리들이 힘과 머리를 합쳐서 구상하고, 설계하고, 건설해낸 그런 대피소였다.

 

10대 초중반의 아이들이 만들어냈다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걸작이었다!

 

이 대피소는 완성되었다고 선언된 적이 없다.

웬만큼 완전해진 뒤에도 그때그때 개조되고 보강되었다.

 

처음 제안한 사람은 자랑스럽게도 우리 집의 유라였다.

 

, 우리도 대피소 같은 거 만드는 거 어때?

우리가 민간인이라 잘 모르지만 여기저기 많이들 터뜨리고 있을 것 같거든.”

 

그다지 진지하게 제안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모두의 시선이 유라에게 향했다. 존경심이 보이는 눈빛들이었다.

 

그냥 해 본 얘기였어. 개집도 아니고 대피소를 어떻게 짓겠어?”

 

그런데 한 친구가 몹시 희망차게 말했다.

 

못할 게 뭐 있어? 한 번 해 보자!”

 

그는 앞서 얘기한 황량한 성에 사는, 근사한 모래성을 지은 바로 그 친구였다.

뭔가 만드는 데 있어서는 타고난 친구였다.

 

그 친구는 대피소의 원래 목적도 목적이지만 뭔가 짓는 것 자체가 좋아서

그렇게 극적으로 호응해 준 것이었다.

 

그런 그가 그렇게 힘차게 말하자 우리는 추진력을 얻었다.

 

그래 좋아! 도서관 가서 자료 좀 찾아볼게.”

 

멋진데! 지하에 파는 게 좋겠지?”

 

이런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우리는 바로 시작했다.

 

여러 과정을 거쳐서, 우리는 최초의 대피 공간을 만들었다.

 

그것은 황량한 성의 지하에 만들어졌다.

모래성 건축가 친구가 엄청나게 많은 기여를 했기에 첫 번째를 그 집에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집에 지하실이 있었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가장 좋았다.

있던 지하실을 적당히 개조했더니 괜찮은 지하 대피소가 탄생했다.

 

그 뒤 다른 집들의 지하에도 하나하나 대피소를 건설했다. 물론 우리 집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작업을 하다 보면 장비가 필요해지는데,

마을에는 우리가 쓸 수 있을 만한 웬만한 도구들도 있었다!

 

에이든은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이 정부 놈들은 우리한테는 왜 이렇게 예산을 많이 부은 거야?

, 우리야 좋지만.”

 

초기의 대피소는 일반적인 무기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었다.

 

보병이나 전차가 다니는 것쯤은 끄떡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폭격기로 땅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거나 핵미사일 같은 공격을 해 온다면 좀 곤란해진다.

 

대피소가 점점 더 발전하며 그런 최첨단 공격에도 버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대피소를 보다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비록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의 비상사태일 때 머무르는 공간이지만,

그럴 때일수록 마음의 안정을 찾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었다.

 

우리는 비상식량의 종류도 다양하게 했고 최대한 맛있는 것으로 준비했다.

 

비상식량은 한 집에 3개월 분량이 있다. 그런데 그것은 4명이 풍족하게 먹을 때의 기준이다.

그러니 아껴 먹으면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고, 혼자 먹게 된다면 1년을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 집에 한 대씩 휴대용 PC를 설치했는데 갖가지 게임과 여러 권의 책을 넣어 두었다.

 

우리가 건설한 대피소에는 또 한 가지의 엄청난 특징이 있다.

 

모든 대피소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자신이 머물고 있는 대피소가 붕괴되려 한다면 땅굴을 통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대피소는 우리들의 위대한 작품이었다.

 

 

 

 

 

 

 

 

 

 

 

 

 

 

 

 

 

 

 

 

 

 

 

 

 

 

 

Posted by 깜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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