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1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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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 쏟아지는 지붕아래에 함께 사는 세 친구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 친구들과의 모든 추억을 풀어놓고 싶지만 그러면 지나치게 긴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러니 기억들을 고르고 골라서 여기서는 조금 간단하게 써야겠다.

 

어쩌면 훗날 나머지 기억들도 모두 기록으로 만들어 놓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럴 만한 시간도 충분히 있다. 지금의 이 행성에서는 말이다.

 

 

바쁜 연구원으로 지내다가 여유로워지니 처음에는 기분이 이상했다.

심지어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기도 했다.

 

쓸데없고 배부른 걱정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관점은 인정한다.

 

이와 관련해서 잭과 대화한 적이 있다.

 

나도 처음엔 그랬어.

 

바쁠 때는 간절하게 쉬고 싶었지. 어딘가로 떠나 버리고 싶었어.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됐지! 여기로 떠나 왔고, 얼마든지 쉴 수 있게 됐어.

 

그런데 그토록 바라던 여유를 찾으니까 불안하더라고. 할 게 없으니까 허전해졌어. 아이러니지.”

 

역시 잭 너도 마찬가지였구나.”

 

그렇지만 여기도 나름 일 있다?

 

방금 허전할 정도로 할 게 없다고 한 때는 처음엔 함선에서 같이 온 물자들로 그럭저럭 지낼 때였고,

나중엔 달라졌지.

 

아예 여기 정착할 마음을 먹고 한창 집도 짓고 그럴 때는 꽤 분주했어.

직접 농사짓고 가축도 기르려면 그것도 그다지 만만하지 않더라고.”

 

나는 이제 와서 이미 웬만큼 터전이 마련돼 있으니까 더 급격히 할 일이 없는 것 같네!”

 

그런가? 그래도 이제 네가 도울 일들이 많을 거야. 과학자가 필요할 만한 데가 많아서.

 

하여튼 너도 마음의 평화를 얻으면 좋겠다!

너도 이 행성에 살다 보면 진정한 내면의 평화를 찾게 되겠지.”

 

그러게. 그나저나 여기 동료들은 종족 불문하고 비슷한 점이 또 있는 것 같다.

다들 성실이 몸에 밴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맞아, 다 열심히 살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참 이상적인 모습이지.”

 

그런 건 학습하는 걸까, 타고나는 걸까……?”

 

좀 어려운 문젠데.

 

, 저기 파인애플 사탕 먹어 봐. 파티 때 쓰고 남은 거야.

네가 좋아한다니까 로즈 씨가 주더라고. 샬롯의 사탕은 예술이지! .”

 

 

잠시 현재의 이야기를 했다.

 

이제 별똥별 쏟아지는 지붕아래에 함께 사는 세 친구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일단 옆방 친구인 이유라부터 소개한다.

 

유라의 검은 눈과 머리카락은 아름답다.

어두운 색의 눈동자는 꼭 그 안에 우주를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유라는 머리가 길면 거추장스럽다며 짧은 머리를 유지한다.

앞머리 역시 얼굴에 닿으면 짜증이 나기 때문에 시원하게 넘기는 것을 좋아한다.

 

좀 날카로운 인상이지만, 그런 날이 선 외관은 때로 묘하게 매력적일 수 있다.

유라가 이런 경우다.

 

유라가 주로 파고들어가는 분야는 화학이다. 유라가 실험을 할 때면 대개는 내가 조수가 된다.

 

이 친구는 암기력이 끝내준다. 그래서인지 언어적 능력도 굉장하다.

유라는 취미로 고문서 해독을 즐긴다.

 

오래된 문서라는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료실에 가면 오래된 자료들이 많았다.

종이책 역시 오래된 것이 많이 있었다.

 

그런 고어로 된 문서들은 읽어도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유라가 그것들을 요즘 말로 번역하는 것이다. 존경할 만한 능력이었다.

 

그래서 유라는 재미있는 옛이야기를 많이 알았다.

속담이나 명언 같은 것도 유라와 얘기하다 보면 많이 주워들을 수 있다. 그리고 역사에도 빠삭하다.

 

이 글에 있는 인상적인 글귀나 혹은 몇 세기쯤 이전의 시대와 관련 있을 것 같은 인용은

거의 유라에게 들은 것이다.

 

유라는 꼼꼼하고 예민하다. 유라의 방은 늘 질서정연하다.

물건의 위치가 바뀌면 안 되고, 모든 물건들은 나름의 좌표가 정해진 것처럼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다.

 

화학 실험을 즐기는 사람에게 그런 성격은 좋다. 약품 정리를 잘못해서 섞여 버리면 매우 곤란하니까!

 

언젠가 한 덜렁대는 친구가 달고나를 만든다면서 설탕도 아닌 소금에 불을 붙인 적이 있는데

안 좋은 의미로 장관이었다.

 

하루는 어떤 친구가 유라에게 지우개를 빌린 적이 있는데, 지우개를 뾰족한 모서리 쪽으로 사용했다!

 

그 친구는 다른 집의 친구였고, 유라의 지우개는 한쪽으로만 써야 했다는 것을 몰랐다.

   

유라는 , 괜찮아. 미리 안 알려 줬으니까 당연히 모르지.”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날 유라는 지우개를 좀 자주 만지작거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유라는 매너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직설 화법을 즐긴다.

그리고 그 즈음의 여자아이들이 대개 그렇기는 하지만,

감정 기복이 있는데 때때로 조금 신경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들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그 다수의 사람들은,

그녀와 같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언젠가 유라는 이렇게 말했다.

 

착한 척하면 평판이 좋아지긴 하지. 하지만 결국은 다를 게 없더라고. 뒤에서는 실컷 물어뜯더라.

 

어차피 친절하게 대해도 재수 없다고 할 거고, 내 마음 편하게 굴어도 재수 없을 거면

 

나 좋을 대로 하는 게 낫지. 안 그래?

 

그래서 편할 대로 행동하니까, 이상하게 바라보고 욕하긴 해도

 

그 이상 귀찮게 하지는 않더라.”

 

이제 그 때의 내 생각이다.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존중할 생각도 없는 사람들끼리 억지로 교류하는 건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난 너를 이해할 수 있어, 유라. 마찬가지로 너도 나를 이해하고.

멋진 일이야.’

 

유라를 잘 안다면 그녀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일단 약속을 잘 지킨다. 간과하기 쉽지만 몹시 중요한 덕목이다.

 

그리고 유라가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하고 무시할 수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유라는 떳떳하다. 털어도 나올 먼지가 없다.

 

유라의 매력은 또 있다. 이 친구는 관심 없는 체하면서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이런 감동적인 일화가 있다.

 

언젠가 마을 친구들끼리 문제풀이 시합을 했었는데, 그날의 문제들은 속력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 작은 대회에는 엄청난 상품이 걸려 있었다.

 

무려 한정판 파인애플 후리가케 한 박스였다! 조그만 파인애플 조각들이 들어 있는 몹시 아름다운 후리가케였다.

 

내가 주로 공부하는 분야였기 때문에 상품을 얻을 자신도 있었고 그러기를 고대하고 있었는데…….

 

하필 열감기에 걸려서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했다.

 

나중에 상태가 나아지고 나서야 파인애플 후리가케를 놓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불운에 안타까워하고 있을 적에, 유라가 갑자기 방에 들어와 내게 뭔가를 건네주었다.

 

후리가케 세 봉지였다. 우승한 친구에게 얻어 온 것이었다.

 

그 친구도 나만큼이나 그 한정판을 원하고 있었고,

음식에 대해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였으니 그냥 줬을 리는 없었다.

 

유라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무언가를 주고 바꾸어 왔었을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눈앞의 봉지를 믿지 못하고 멍해 있다가,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몇 번이고 고맙다고 말하며 감동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었다.

 

유라는 말했다.

 

, 됐어. 옆에서 다 죽어가는 것처럼 우거지상을 하고 있으면 짜증나잖아.”

 

이렇게 답답해서 못 보겠으니 도와주겠다는 투의 말을 덧붙여 주는 것이 특히 정이 가는 특징이다.

 

나는 봉지를 안고 행복하게 웃었다. 그러자 유라도 픽 웃었다.

 

유라는 좋은 친구이다.

 

 

 

 

 

 

 

 

 

 

 

 

 

 

 

 

 

 

 

Posted by 깜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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