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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 밀레니얼 세대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정지우)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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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는 서너 페이지의 에세이 여러 편으로 이루어진 책이었습니다. 하나하나가 잘 읽히는 글이었죠. 그래서 저자의 다른 책들에도 관심이 생깁니다. 그 중 ‘분노사회’는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는 비교적 최근인 2020년 1월에 나온 책입니다. 인스타그램을 포함해서 지금 시대와 세대의 모습을 잘 풀어내고 있죠. 적절한 제안들도 곁들여져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편을 갈라 싸우는 문제들 중에는 잘 들여다보면 약자와 약자의 싸움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자는 이런 사례들을 정확히 짚으며 서로 증오하기보다는 손을 잡고 세상의 부조리에 함께 맞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주요 소재인 인스타그램 문화에 대해서는 많은 청년들이 소비적이고 즉각적인 ‘이미지’, 그것도 상향평준화된 이미지를 쫓고 있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핫플레이스를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을 중시하는 삶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삶의 양식을 통해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을 거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인스타를 안 해서 잘은 모르지만 인스타그램을 위한 변명을 덧붙여 보자면, 두 가지 포인트를 떠올려 볼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로 인스타그램에 흔한 인식처럼 허망한 허영만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카카오톡도 안 하던 시절에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인스타스러운’ 것들만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해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시, 자신이 그린 그림 등을 프사로 내걸며 멋지게 자기표현을 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아마 인스타그램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고 보니 사회적인 의제를 담은 캠페인이 SNS를 통해 확산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사실 이건 저자도 짚어 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포인트는 좀 더 근본적입니다. 유행하는 이미지에 주목하는 ‘인스타스러운’ 삶이 그저 허망한 것은 아닐지 모릅니다. 무엇이 의미 있는지 고전적인 기준으로만 재단하는 태도를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합니다. 인스타 감성의 생활이라는 것은 달리 말하면 트렌드를 잘 안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죠. 책을 자세히 보면 이 부분도 저자가 잘 짚어 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책의 내용이 표면적으로만 기억날 때를 대비해서 적어 두고 싶었습니다. 어쨌든 인스타그램의 전반적인 경향으로 말하자면 이 책의 제목대로 ‘절망이 없다’는 것은 분명한 진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 감성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떠나서 정말이지 절망이 없죠. 위에 써 놓은 것처럼 인스타를 직접 하지는 않지만 인스타를 설치한 주변 사람들이 보여준 것을 보니 그랬습니다.


이 책은 세상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기회였습니다. 1부에 있는 ‘세상이 좋아질 것 같은가’라는 글을 읽기 시작할 때는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미래의 세상이 오면 누구나 아파트 한 채쯤은 가지고 어느 정도 생활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이 모두에게 주어질까?” 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보니 ‘음… 아닐 수도.’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나 이후 3부의 ‘인문학 열풍이 남긴 것’을 보자 역시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는 10년 전(당시 11세)의 사회 분위기까지는 객관적으로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자를 신뢰해 본다면, 10년 전에 비해 지금은 사람들이 독서를 중시하고, 교양의 가치를 알아주고, 일상과 사회를 비판하는 담론에 익숙해졌다고 합니다.


“단언컨대 10년 전만 해도 소수성과 환대에 대해 말하면 들어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라는 문장이 특히 기억에 남네요. 환대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런 종류의 책에 이 단어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아마 《사람, 장소, 환대》의 영향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