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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튀프 (몰리에르 희곡선집) (열린책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207권 '타르튀프'입니다. 아래쪽에 있는 알라딘 캡처가 책을 구매하면 바로 보이는 표지일 겁니다. 도서관에는 위쪽 사진처럼 겉부분을 벗겨낸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몰리에르의 희곡 세 편이 실려 있습니다. '타르튀프 혹은 위선자', '동 쥐앙 혹은 석상의 잔치', '인간 혐오자' 이렇게 세 편이었죠.


'타르튀프'의 주인공 타르튀프는 겉으로는 독실한 종교 수행자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 위선자입니다. 그는 어떤 집안의 가장인 오르공을 속여 그 집에 빌붙습니다. 그러나 다른 통찰력 있는 가족 구성원들 덕분에 사기꾼이라는 것이 들통납니다. '동 쥐앙'의 주인공 동 쥐앙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마을마다 새로운 여자와 결혼을 하는 인물입니다. ('돈 후안'이라는 발음으로 좀 더 유명한 인물인 것 같네요!) 결혼을 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여자를 버리고 마을을 떠나 새로운 타깃을 물색하는 사람이죠. 그는 하느님을 믿지 않으며 또한 위선적이기도 합니다. 그가 천벌을 받아서 지옥으로 끌려가면서 결말이 납니다. '인간 혐오자'의 알세스트는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한 사회(사교계)를 못 견뎌합니다. 남을 비판하는 것에 주저가 없기 때문에 다른 인사들의 불쾌함을 사서 소송을 당하기도 하죠.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사랑하는 셀리멘은 험담과 '어장관리'에 능한 위선적인 인물입니다.

 

 

 

 

출처: aladin.co.kr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처럼 각각 두세 문장으로 간단하게 요약될 수 있습니다. 세 작품 모두 '위선'이 핵심 키워드라는 공통점이 있고요. 그런데 디테일에 주목하면 좀 더 재미있습니다. 주인공 외의 주변 인물들 중 매력 있는 캐릭터가 많았습니다. '타르튀프'의 등장인물 도린은 오르공 집안의 하녀입니다. 여러 번 등장하여 재치 있는 말을 하는 캐릭터죠. 오르공의 딸 마리안의 연애사를 돕기도 합니다. 또한 타르튀프에게 속고 있는 오르공을 거의 조롱하다시피 하며 일깨워 주려고 합니다. 그녀가 말하는 것을 보면 '도린 마음 = 독자 마음'이라는 코멘트를 달고 싶어집니다. 도린의 대사 중 하나를 가져오면 이렇습니다.


"제일 웃기게 하고 다니는 자들이 험담에는 항상 앞장선다니까요. 남녀 사이에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눈치가 보이면 여지없이 잽싸게 그 기미를 포착해서 사람들이 믿었으면 싶은 대로 얘기를 꾸며 가지고는 신 나게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지요. 남들의 행동에 멋대로 색을 입혀 가지고는 그걸 핑계 삼아 자기들의 행실을 정당화하려는 거예요. 그렇게 남들도 자기들과 비슷할 거라는 기대를 품고서 자기들의 사랑 놀음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하거나, 자기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다른 데로 좀 돌려놓을까 싶어서 그러는 거죠."

 

'동 쥐앙'에서도 하인 캐릭터인 스나가렐(스가나렐일 수도 있고 스나가렐일 수도 있습니다)이 감초 역할을 합니다. 그는 자신의 주인 동 쥐앙이 잘못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종종 조언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귀족인 동 쥐앙의 권위 및 어쨌든 그가 자기 월급을 준다는 사실 때문에 조언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잘못을 지적하려고 말을 꺼내다가도 결국 비위를 맞추는 대사로 바뀌면서 끝나곤 하죠. 이 캐릭터는 신앙이 있다는 점에서도 동 쥐앙과 대비됩니다. 형이상학적인 교리 탐구를 한다기보다는 '하느님을 믿으며 착하게 살자' 정도의 신앙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역자 해설에서도 '소박한 신앙'이라고 표현되었던 것 같네요. 하느님의 천벌과 유령의 경고를 믿는 그는 주인이 마음을 고쳐먹지 않으면 곧 벌을 받을 것이라며 걱정합니다. 결국 동 쥐앙이 지옥으로 끌려가자 그가 '내 월급!'을 외치면서 이 희곡은 마무리됩니다.



'인간 혐오자'에서는 알세스트의 친구인 필랭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사람들과 사회의 가식을 인정하고 현실에 타협하며 즐겁게 살아갑니다. 그래서인지 알세스트를 포함한 누구와도 원만하게 잘 지내죠. 알세스트와 필랭트에 대한 역자의 설명을 일부 옮기면 아래와 같습니다.



"알세스트는 (...) 지나치게 까다로운 그의 가치관 때문에 예절이라는 잉름의 위선이 보편화된 이 세상살이가 힘겨운 인물이다. 그와 대비되는 (...) 필랭트는 기질적으로 행복한 인물이다. 그 역시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풍자적인 감각만 있으면 이 세상이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세상이 악덕에 빠져 있다 비판하면서도 그런 악덕에 빠져 있는 연인을 사랑으로 교정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끝까지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알세스트와는 달리 이 타락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에 순응하고 살아가는 필랭트는, 이 세상의 교정을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알세스트보다 더한 <인간 혐오자>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자 해설에는 작품들의 특성은 물론 몰리에르의 삶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는 종교계와 사교계의 위선에 대한 풍자가 들어간 희곡들을 써서 공연이 금지되는 등의 고초를 겪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당시 프랑스의 왕이었던 루이 14세의 역할이 흥미롭습니다. 그는  몰리에르의 작품들을 최대한 보호하려 했습니다. 예술에 대한 애정도 작용했겠지만 정치적인 의도도 있습니다. 왕권을 강화하려 하는데 귀족과 성직자들이 방해가 되니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 준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