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4. 21:49

14

 

산책로에서 놀고 있던 톰, 타키온, 그리고 몇몇 저글링들은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끼고는

재빨리 풀숲으로 숨었다.

 

산책로에 나타난 것은 광전사 셋이었다.

풀숲에 숨어 있던 저글링들은 웅웅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톰은 타키온에게 속삭였다.

 

, 들려?”

 

타키온이 톰의 입을 막으면서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이 어린 저글링들은 모두들 겁을 먹고 웅크려 있었다. 그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시간이 좀 지나자 저글링들은 두려움이 약간은 사라졌는지 풀숲의 틈새로 바깥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운나쁘게도 한 저글링과 프로토스의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저글링은 얼른 다른 곳을 쳐다보았지만, 그 프로토스는 풀숲 쪽으로 걸어왔고, 푸른 사이오닉 검을 뽑아 들었다.

 

 

2503620일의 일이었다.

 

그날은 행성의 테란이나 저그에게는 다음 날에 열릴 작은 파티를 준비하는 그런 하루였다.

 

620일은 프로토스의 함선이 착륙하기 바로 전 날이기도 했다.

 

함선의 이름은 ‘Var'.

영광이라는 의미의 이름이었다.

 

선체는 칼라이를 상징하는 특유의 금색을 띤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 황금빛 함선의 군데군데에는 푸른 수정이 있어서 어디에 있더라도 찬란하게 빛났다.

 

함선은 소박한 탐사선도 아니고, 웅장하고 거대한 전투용 함선도 아닌, 중간 정도 규모의 함선이었다.

 

그러나 날렵한 형태를 띤 이 함선은 그 이름값을 할 만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함선 ‘Var'에는 도합 500명의 칼라이가 탑승해 있었다.

 

이전에 테란이 타고 온 AX70870명이 탑승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많은 인원이었다.

 

함선의 함장은 에리카(Erica)라는 여성 프로토스로, 453세의 중견 조종사이다.

그녀가 함장으로서 근무하는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부함장은 템페스트(Tempest)287세의 유능한 조종사이다.

 

그 외에 이 함선에는 다양한 계급과 직책을 가진 프로토스들이 탑승해 있었다.

 

조종사들, 기술자들, 주로 각종 시설의 경비병 역할을 하는 광전사들은 물론이고 고위 기사도 꽤 많았다.

 

그날 저녁쯤이었다.

 

함선은 행성 근처에 접근해 있었고, 곧 행성의 대기권으로 접근할 예정이었기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부함장 템페스트는 고위 기사단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는 의자를 흔들면서 앉아 있는 한 고위 기사에게 인사했다.

 

엔 타로 아둔(En Taro Adun), 니키타.’

 

니키타(Nikita)라 불린 프로토스는 템페스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이제 겨우 77세인, 어린아이라는 것이 확실히 티가 나는 프로토스였다.

어쨌든 그녀는 템페스트의 안부 인사에 대답했다.

 

엔 타로 아둔(En Taro Adun).’

 

니키타는 씩 웃었고, 템페스트와는 일상적인 대화를 몇 마디 더 했다.

 

템페스트는 동료들을 잘 챙기는 성격이었는데, 니키타와는 유난히 친해 보였다.

 

사실, 그 둘은 얼마 전에 친구가 되었었다.

 

함선이 본국을 떠나고 얼마 안 되었던 시점이었다.

 

템페스트는 함선 내부의 여기저기를 점검하고 감독하러 다니다가 니키타를 비롯한 고위 기사단과 마주쳤다.

 

그때 니키타는 천진난만한 듯하면서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템페스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그녀는 말했다.

 

나는 그대와 함께, 그대는 나와 함께(Ankh laranas, Nas laranakh).’

 

그렇게 니키타가 갑자기 말을 걸어 온 것을 시작으로 그 둘은 몇 마디의 대화를 했다.

 

그러는 동안 템페스트는 그녀가 부함장인 자신에게 별다른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렇지만 그는 그런 격식을 그다지 신경 쓰는 편은 아니었는지 별생각 없이 넘겼다.

 

니키타는 템페스트에게 말했다.

 

넌 친절한 것 같아. 사실 함장은 성격이 별로 좋지 않잖아.’

 

템페스트는 니키타가 갑자기 에리카에 대해 언급하자 의아했다.

 

잠시 후에 그는 언젠가 에리카에게 들었던 말을 기억해냈다.

 

예전에 에리카가 니키타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저 니키타라는 고위 기사는 어리지만 특별한 능력들을 가진 것 같군.’ 

 

그렇습니다, 함장님.

 

다른 능력도 뛰어나지만, 특히 이 아이는 고위 기사들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가지고 있는 예언(Prophecy)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예언 능력은 단편적으로나마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입니다.

게다가 니키타의 예언 능력은 비교적 정확한 편이라는 듯합니다.’

 

그랬었군. 저 아이가 가끔 이상한 말이나 행동을 하던데, 예언 능력과 관련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 그렇습니까?’

 

내가 한 말은 별로 신경 쓰지 말게.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한다는 것이지, 하여튼 별것 아니네.’

   

니키타와 잠시 대화해 본 템페스트는 그녀가 재미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 꼬마 아가씨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고, 덕분에 금세 친해졌다.

 

620일 저녁에 그들은 행성의 대기권에 진입할 준비를 했다.

 

외부의 이물질을 반사하는 에너지장이 행성을 둘러싸고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이 에너지장을 해제할 수 있었다. 이 작업에는 고위 기사들의 사이오닉 능력이 필요했고,

그래서 함선에 고위 기사단이 있었던 것이었다.

 

620일에서 21일로 넘어가는 12시 정각에,

그들은 별 어려움 없이 이 행성의 에너지장을 해제하고 행성의 상공에 진입했다.

 

그런 뒤 그들은 바로 에너지장을 다시 복구했다.

 

템페스트는 에리카에게 말했다.

 

일단 행성 대기권의 가장 상층부에 머물겠습니다. 은폐 기능도 활성화했습니다.’ 

 

당분간 그래야겠군. 이곳의 미개한 원주민들을 놀라게 하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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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05 09: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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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 26. 16:17

13

 

헤이든의 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들은 이쯤에서 책을 덮었다.

클레이는 마저 다 볼 줄 알았는지 의아한 표정으로 헤이든을 쳐다보았다.

 

그런 클레이를 본 헤이든이 말했다.

 

그 뒤의 이야기는 너도 잘 알잖아. 마저 볼까?”

 

어느새 약간은 웃음을 되찾은 클레이가 말했다.

 

괜찮아요.”

 

원래 차 행성에서 살던 그들이 이 행성으로 오게 된 경위는 이러하다.

 

 

케리건이 부화한 뒤에도 헌터킬러들은 그녀의 명령에 따라 다양한 임무에 참여했다.

 

2500427, 초월체가 이끄는 대규모의 저그 군단이 아이어를 침공했다.

 

아이어 침공 당시 케리건은 다른 저그 무리들처럼 아이어로 가지 않고

차 행성에서 대기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헌터킬러들의 경우, 몇몇은 케리건 곁에 머물러 있었지만 나머지는 아이어로 파견되었다.

 

이런 종류의 전투에 능했던 헤이든은 그 날 다른 헌터킬러 둘과 함께

아이어의 안티오크 지방으로 파견될 예정이었다.

 

안티오크 지방은 집행관 아르타니스와 치안관 피닉스가 방어하는 중요한 지역이었고,

때문에 헌터킬러들 중에서도 전투 능력이 뛰어난 이들이 파견될 것이었다.

 

헤이든은 먼 원정을 나갈 때 자신의 일기장을 꼭 챙기곤 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또 헤이든은 클레이도 데리고 갔다.

 

그들은 정해진 차원 입구를 통해 아이어로 가야 했다.

 

그날따라 그들은 길을 잘 찾지 못하고 헤매었다. 차원 도약을 위한 입구들은 물론이고

가까운 지역을 이동하기 위한 땅굴벌레들이 꽤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그럴 만도 했다.

 

몇 시간 뒤 그들은 찾던 것과 비슷해 보이는 입구를 발견했다.

 

클레이는 왠지 여기가 아닌 것 같다며 의심했다. 이동하는 동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헤이든은 그들이 헤매는 동안 이미 다른 저그들이 아이어로 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가 보자! 아이어가 아니라도 뭐 어때?”

 

그들은 곧 차원 여행을 시작했고, 광속보다 더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니 얼마 안 가 도착했다.

 

그런데 그곳은 아이어가 아니었다. 대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곳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고요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이 이야기의 중심 무대인, 작고 아름다운 외딴 행성이었다.

 

클레이는 제가 아닌 것 같다고 했잖아요!” 라며 볼멘소리를 했지만 헤이든은 듣지도 않더니,

갑자기 환호성을 질렀다.

 

클레이는 생각했다.

 

친구를 잃고 힘들어하시더니정신이 살짝……. 에휴, 나도 마음이 아프네.’

 

좀 진정이 된 헤이든은 말했다.

 

클레이, 걱정하지 마. 나 안 미쳤어. 그냥 행복한 거야!”

 

그들은 잠깐 동안 경치를 넋놓고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클레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어떻게 돌아가요?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누가 사는 건지도 모르겠고, 아무것도 아는 게 없잖아요.”

 

헤이든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네 말이 맞아. 우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감이 안 잡히고 있지. 그렇긴 하지…….”

 

평소에는 클레이가 해맑았고, 헤이든이 차분하고 생각이나 걱정이 많았는데 그 때는 정반대였다.

말끝을 흐리던 헤이든이 말했다.

 

근데 우리가 뭐 하러 돌아가?”

 

헤이든은 속사포처럼 말을 이었다.

 

원래대로 아이어에 가서 프로토스 죽이고, 우리도 죽고, 그러고 있으려고?

그냥 여기서 살자! 먹을 것도 널렸고, 얼마나 좋냐?

 

그리고 난 이제 전투에는 질렸어! 지금까지만 해도 너무 많이 부수고 죽였거든.

게다가 네 말대로 당장 돌아갈 방법도 없잖아.

 

맘 편하게 여기서 지내자고!”

 

처음에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하던 클레이는 점점 헤이든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렸고,

평소처럼 낙천적인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그들은 그럭저럭 먹고 자며 즐겁게 지냈다. 헤이든은 함께 온 일기장에 일기도 썼다.

 

그들이 길을 제대로 찾아갔다면, 안티오크에서 피닉스를 첫 번째로 죽이는 데에 일조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일기장에 쓰여 있는 날짜대로라면,

59일에 그들은 오래 전부터 이 행성에서 살아 왔던 야생 저그와 처음 만나게 된다.

 

헤이든은 대다수의 저그 군단과 달리 오버마인드의 군체의식에 의해 지배받지 않았고,

클레이 역시 헤이든의 직속 부하였기 때문에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 둘은 야생 저그들과 금세 동고동락하게 되었다.

 

야생 저그들의 생활 방식은 저그 군단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들은 잘 몰랐지만 행성의 환경은 테란의 고향 행성인 지구와 흡사했고,

그래서 언젠가부터 이 행성에 살던 야생 저그는 테란과 비슷한 생활 양식을 가지게 되었다.

 

어쨌든 헤이든과 클레이는 곧 새로운 환경과 야생 저그들과의 생활에 적응했다.

 

그들은 군락지 내에서의 대소사에 함께했고, 그러다 보니 그 둘은 더 이상 낯선 이방인이 아니었다.

 

 

한편, 프로토스의 특별한 움직임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프로토스 함선이 행성에 착륙한 지 거의 1주일이 지났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별다른 행동이 없었다.

 

함선이 착륙한 곳은 저그 군락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었기에 서로 마주칠 일이 상대적으로 적기는 했다.

 

저그와 테란 모두 저 멀리 어딘가에 착륙해 있는 프로토스 함선만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마저도 은폐장 때문에 몇몇만 볼 수 있었다.

 

헤이든과 클레이가 일기장을 읽은 날의 다음 날인,

 

2503628일 아침이었다.

 

알렉스는 마을 구석의 창고에서 쓸 만한 연장이 있나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그는 잡동사니들 사이에서 뭔가 좋아 보이는 것을 찾아냈다.

그가 주로 쓰는 종류의 도구는 아니었다. 그것은 웬 고글이었다.

 

알렉스는 고글을 끄집어내 먼지를 털어냈다. 그 고글은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였다.

그렇지만 그는 곧 그 고글이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의 테에는 탐지 고글(Detector Goggles)' 이라고 쓰여 있었다.

 

알렉스는 일단 고글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에게 그것을 흔들어 보였다.

 

창고에서 괜찮은 걸 건졌어요! 이게 뭘까요?”

 

가장 먼저 제이콥이 다가왔다. 그는 알렉스가 그랬듯이 고글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펴보고, 써 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말 그대로 탐지 고글인 것 같은데? 은폐하거나 잠복한 것들 볼 수 있는 그런 거겠지.”

 

사람들이 삼삼오오 그들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그 중에는 레이아도 있었는데, 그녀는 고글을 보고는 말했다.

 

이거 내가 가져온 건데요? 창고에 있었구나……. 어디로 사라졌었나 했었습니다. 잠깐 저 좀 줘 보세요.”

 

알렉스는 레이아에게 고글을 넘겨주었다. 그녀는 고글을 써 보고는 뭔가를 찾았다.

잠시 후에 그녀는 고글을 도로 벗고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유령들이 쓰는 장비인데 탐지기 기능도 있습니다. 며칠 전에 왔다는 프로토스 함선이 저기 저쪽 먼 데 있어요.

이걸 쓰면 보일 겁니다.”

 

사람들은 차례로 고글을 써 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함선의 모습에 놀랐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고, 멋지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냥 감탄만 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함선을 실제로 본 뒤 조금은 위협을 느꼈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갖가지 추측들이 나왔다.

 

그날 저녁에는, 헤이든은 클레이와 함께 군락지 근처의 들판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한 감시군주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베네딕트(Benedict)였는데,

이 행성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이들 중 하나일 것이다.

 

베네딕트는 둘을 보고는 선선히 인사했다.

 

안녕하신가, 헤이든. 클레이도 반갑네. 그러고 보니 이 쿠쿨자 친구는 며칠 전에 만났었군!”

 

헤이든과 클레이도 평범한 인사를 했다. 곧이어 헤이든은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베네딕트에게 말했다.

 

요즘 좀 불안합니다. 갑자기 프로토스까지 출몰했으니까요.

 

요전에 테란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다들 당황했었죠. 어떤 적대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우린 당연히 잘 지내보고 싶었으니까,

아시다시피 산책로에 통역하는 아이들 풀어놓고 마주치면 제 우호적인 편지를 전하라고 했던 것입니다.

 

다행히 이 테란은 대부분 민간인들이고 평화적이어서 잘 지내게 됐지만,

프로토스는좀 다를 것 같습니다.

 

좋게 말하면 애국심이 투철하고 나쁘게 말하면 오만한 족속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최근 몇 년간 이 행성에 이방인들이 자주 들어왔군요. 저 역시 원래는 다른 곳에 살았으니까요.”

 

헤이든은 멈추었다 말했다 하며 떠오르는 대로 그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베네딕트는 그저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는 말수가 적은 대신 어떤 이야기라도 잘 들어 주었다.

 

베네딕트는 단지 잘될 것이네. 우린 늘 방법을 찾아 왔으니까.” 라고 말했다.

어쨌든 그 짧은 대답은 헤이든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별일 없이 하루가 가고 그 다음 하루가 갔다.

 

71일 정오쯤이었다.

 

늦잠을 자서 아직 부스스한 이들도 있었고 이미 오래전부터 뭔가 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어쨌든 아직까지는 평범한 일상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날 오후 3시에서 4시 정도였을 것이다.

 

샬롯이 타키온과 마주친 그 산책로의 한복판에 무언가가 소환되었다.

 

소환된 것은 어떤 프로토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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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28. 20:21

12

 

헤이든을 비롯한 헌터킬러들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저그의 여왕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헤이든의 일기장은 역사적인 사건들이 많이 다루어져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일기장은 결코 역사책은 아니었다.

헤이든의 일기에는 그 자신에 관한 글들과 동료들에 관한 일상적인 글도 많이 있었다.

 

헤이든은 여전히 클레이와 함께 일기장을 읽고 있었다.

 

클레이는 어떤 부분에서는 다 아는 내용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또 다른 어떤 부분에서는 전혀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고는 놀라서 같은 부분을 자꾸 다시 읽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들의 눈은 어느 한 줄에서 멈추었다.

 

 

2500413

 

어제 코헨이 죽었다.

 

 

그 한 줄짜리 일기에는 다른 부연 설명은 없었다.

그러나 그 한 줄은 가장 친한 벗을 잃은 헤이든의 참담함을 보여 주기에는 충분했다.

 

클레이가 들고 있던 일기장은 어느새 헤이든의 손으로 넘어가 있었다.

헤이든은 일기장을 넘기지 않고 있었다. 그는 단지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2500412일의 일이었다.

 

케리건은 초월체의 가장 강력한 대리인으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그녀의 힘은 아직 완전히 각성하지 못했다.

유령 요원이었던 시절에 그녀에게 심어진 신경 제어 장치가 그녀의 능력을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케리건은 테란의 사이언스 배슬 아메리고(Amerigo) 에 잠입했다.

 

그녀의 목표는 아메리고 호의 슈퍼컴퓨터에 접근해 테란 유령에 관한 폐기된 문서를 빼돌리고,

그녀의 힘을 제한하고 있는 신경 제어 장치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정신체 자즈는 개인적인 행동을 하려는 케리건을 책망했다.

하지만 케리건을 신뢰했던 초월체는 그녀를 보내라고 했다.

 

케리건은 다고스가 제공한 가장 잘 죽이는 이들을 데리고 함선에 잠입했다.

몇몇 저글링들, 그리고 헌터킬러 헤이든과 코헨이 이 임무에 동원되었다.

 

결국 케리건은 원하는 기록을 찾아냈다.

헤이든은 이제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겠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케리건은 뜻밖의 명령을 내렸다.

 

헤이든, 그리고 저기 있는 셋은 나를 따라 함선을 나가서 군락지로 되돌아간다.”

 

헤이든은 그럼 코헨이랑 나머지 저글링들은?’ 이라고 생각했다.

케리건의 다음 한 마디가 그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나머지는 함선에 남아 있는다. 추가로 접근할 테란 병력을 처리하는 것이 너희의 임무다.”

 

헤이든은 코헨을 두고 함선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코헨은 당황한 친구에게 텔레파시로나마 따뜻한 말을 건넸다.

 

걱정하지 마, 친구! 늘 그랬듯이 살아 돌아올 테니까!’

 

 

그 몇 마디를 끝으로, 코헨은 돌아오지 못했다.

 

헤이든은 코헨이 돌아오지 않자 아메리고 호로 다시 향했다. 그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금세 알 수 있었다.

 

헤이든이 함선을 빠져나가 집에 돌아간 직후에,

테란은 아메리고 호가 감염되었다고 판단하고 폭파 전문 기술자와 소수의 병력을 접근시켰다.

 

하지만 그들은 코헨을 포함한 매복해 있던 저그와 맞닥뜨렸다.

 

그러자 테란은 폭발물을 폭파시키고 함선, 그리고 저그와 함께 폭발하는 자폭을 감행했다.

 

헤이든은 폭발한 함선의 잔해 속을 뒤졌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헤이든의 다음 일기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휘갈겨 쓴 글이었고, 몇몇 글자들은 번져 있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2500416

 

예전에 코헨은 가끔씩 이런 열변을 토하곤 했다.

아마 나에게만 이야기했었을 것이다

 

그때그때 세부는 달랐지만 보통 이런 이야기들이었다.

 

이봐 친구, 생각해 봐. 우주는 무지하게 넓고 아무리 생명체의 숫자가 많아도 먹고사는 데에 부족함이 없어!

부족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풍족하다고도 할 수 있을걸?

 

물론 옛날옛날에는 부족했을 수도 있지. 한두 행성에 붙박이로 있었을 테니까.

 

그렇지만 이제 우리는 어마어마하게 넓은 구역을 장악했고

생명이 살 만한 행성은 충분히 널려 있어! 우리 모두가 풍족하게 살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우리는, 테란 프로토스 저그는 허구한 날 이렇게 쓸데없이 치고받고 싸우고 있어!

따지고 보면 엄청 웃긴 짓이지!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는데도 더 가지고 싶어서, 남의 것을 뺏고 싶어서 싸운다고. 대체 이게 무슨 꼴이람?

 

난 싸우기 싫어. 전쟁이 싫어.

사실 나도 이미 많은 생명을 죽였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나 모르겠다만, 어쨌든 싫어.

 

너는 군단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희생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잘 모르겠다.

뭐 어쨌든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으니까.”

 

뭐 이런 식의 이야기였다.

 

그 친구 말마따나 나는 전투를 즐겼고, 그래서 그런 말들을 별 생각 없이 흘려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 녀석이 없는 지금은 절실히 깨달았다.

정말이지 지금 우리는 뭘 하고 있는 걸까?

 

그 친구 말대로 우린 모두 부족함 없이 지낼 수 있다. 물론 우리 헌터킬러가 상대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고 있고,

그래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우스울 수도 있다.

 

그래도 다른 저그라던가, 때때로 다른 종족의 군인이나 민간인들의 생활도 많이 보았다.

결론은, 이렇게 쓸데없이 싸우지 않는다면 다들 그런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나는 가장 소중한 친구를 잃은 뒤에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친구가 내 옆에 있을 때 백날 이야기해 줘도 이해를 못 했으면서, 이제 와서 이러고 후회하고 있다.

 

오늘 이렇게, 서로 싸우고 죽일 이유도 의미도 없다는 것을 깨닫기 이전에,

나는 이미 너무 많은 생명을 학살했고 그들로부터 너무도 많은 것들을 빼앗았다.

 

이미 손에 너무 많은 피를 묻혔고 씻을 수도 없다.

 

마음만 같아서는 그 녀석을 따라가고 싶지만 그러기도 뭣하다. 그 친군 그런 허무한 결말을 바라지 않을 거다.

 

그렇다고 평생 죄책감을 안고 우울하게 살아가지도 않을 것이다.

 

그 녀석이 원했던 평화를 내가 대신 만들어 놓는 편이 가장 좋겠다.

확실히 그게 가장 낫겠다.

 

생각으로만, 말로만 평화를 떠들어대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해야겠다.

 

너무 거창한 계획 같지만 못할 것도 없다.

 

우주의 아주 작은 일부, 작은 행성 한 곳에서라도 다양한 종족이 공존하는 그런 평화를 이룰 수만 있다면

 

난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을 것이다.

 

 

그의 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헤이든과 클레이는 이 글 뒤쪽의 글들은 비교적 대충 읽었다.

 

헤이든은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

 

클레이, 나는 이제 그 친구가 바라던 것, 내가 결심한 것을 어느 정도는 이룬 셈인 것 같아.

 

며칠 전에 갑자기 나타나서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프로토스가 좀 마음에 걸린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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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8. 18:48

11

 

그 일기장에 쓰인 첫 일기는 2500년의 첫 날에 쓰여진 것이었다.

 

 

250011

 

날씨: 는 쓸 생각이 없다. 어차피 늘 덥기만 한 날씨다.

 

제목: 시작

 

오늘은 2500년의 첫 날이다. 2499년에서 2500년으로 넘어왔으니 괜히 더 의미 있는 새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새삼스럽게 지금까지의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단지 회상하는 의미만은 아니다. 멀고 먼 미래에 이 일기장이 발견된다면

이 일기장의 글쓴이가 어떤 이인지 정도는 소개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리고 내 동료들은 오래 전부터 초월체 님에 의해 키워졌다.

같이 자란 녀석들 중에서 가장 친한 친구는 코헨(Cohen)이다.

이 일기장도 그 친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것이다.

 

초월체 님은 미래를 볼 줄 아신다. 물론 무엇을 보았는지 우리에게 자세히 이야기해 주시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귀동냥으로 조금은 들은 게 있다.

 

나중에 우리는 어떤 존재의 노예가 되어 이용당했다가 결국 흡수된다는 것이었다.

나와 코헨이 짜 맞춘 대로라면 대충 그랬다.

 

그건 우리 저그의 멸망을 의미한다. 물론 그분은 그런 끔찍한 결말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분은 우리의 멸망을 막을 후계자를 키울 계획을 세우고 계신다.

그것이 우리가 태어나고 키워진 이유라고 한다.

 

우리가 그 후계자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기엔 우리의 힘은 보잘것없다.

단지 우리는, 후계자를 보호하는 호위 부대가 될 존재들일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럽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우린 강력하게 진화된, 히드라리스크의 변종이다.

그런 우리의 이름은, ‘헌터 킬러이다. 멋진 이름이다.

 

사냥하는 자, 그리고 죽이는 자라는 근사한 의미를 담고 있는 이름이다.

 

우리는 모두의 이름뿐 아니라 각자의 이름도 가지고 있다. 나는 내 이름이 듣기 좋다고 생각한다.

 

내 이름은 헤이든(Hayden)이다.

 

 

250011일 일기의 내용은 이러했다. 헌터킬러는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듯했다.

그는 대체로 웃고 있었지만 이따금씩 씁쓸하거나 슬퍼 보였다.

 

날갯짓만큼이나 눈치도 빠른 클레이는 헌터킬러가 어딘가 슬퍼 보인다는 것을 곧 알아챘다.

사실 클레이는 그 이유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조용히 다음 일기, 그리고 그 다음 일기를 읽어 나갔다. 한동안은 그저 그런 일상적인 내용들이 이어졌다.

정예부대로서 받는 특별한 훈련에 관한 내용이나 코헨과의 우정에 관한 글귀들도 많았다.

 

 

2500218

 

제목: 빅 뉴스

 

초월체 님이 타소니스에서 엄청난 존재를 데려오실 것이다. 그는 테란이라고 한다.

 

아마 지금쯤 타소니스의 테란은 거의 죽어 버렸을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떤 테란이 사이오닉 방출기(Psi Emitter)로 우리를 유인했다는 듯하다.

 

당연히 그리로 엄청난 군중이 몰려들었고, (물론 우리 헌터킬러들은 거기에 없었다.)

그 행성에 있던 테란은 싹 사라졌을 것이다.

 

그 중에 어떤 테란 여자가 있었는데, 우리 같은 특수부대의 요원이었다는 듯하다.

 

초월체 님께서는 그를 바로 죽이지 말고 살려 두라고 명령하셨다.

그분은 나중에 그 테란을 이곳 차 행성으로 데려오실 것이니까.

 

그 테란 이름이뭐였더라, 사라 루이스 케리건이었나?

 

그는 굉장한 사이오닉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테란의 사이오닉 에너지는 정말이지 보잘것없는데, 그래서 그가 테란이라는 사실이 더욱 놀랍게 다가오고 있다.

 

그렇지만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은, 바로 그가,

우리의 미래가 달린 존재인 오버마인드 님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충성스러운 직속 부하들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일이 무척 자랑스럽다.

 

코헨은 나만큼 기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너무 감상적이었나?

 

어쨌건 초월체 님은 계획을 바로 실행 중이시다.

그 테란은 지금 작은 번데기(Chrysalis) 속에 있다.

 

번데기가 부화할 때까지 우리는 번데기를 지키는 데에만 집중할 것이다.

 

우린 차 행성에 있지만 번데기는 아직 타소니스에 있어서, 우린 타소니스로 갈 것이다.

번데기가 여기로 오기는 아직 무리이니 우리가 가야 한다.

 

우리 중에 전부가 가는 것은 아니다. 좀 강한 축에 드는 헌터킬러들만 가는데, 나와 코헨도 갈 것이다.

그 친구랑 함께 갈 수 있어서 좋다. 우린 곧 짐을 쌀 것이다.

 

 

218일 일기는 저그에게는 역사적인 사건이 담긴 내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쨌든 그전에는 훈련만 받고 연습만 하던 헌터킬러들은 그날부터 실전 임무에 투입되었다.

 

그러나 직접적인 전투에 참여하기보다는 주로 케리건의 고치를 방어하는 일을 맡았다.

 

218일 이후의 일기들 중에서 중요한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2500219

 

제목: 정신체(Cerebrate)

 

초월체 님께서 번데기를 지키기 위해 정신체를 만드셨다. 굳이 이름을 부르자면 보모 정신체이다.

 

정신체는 우리처럼 독자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며 수하들을 부릴 수도 있다.

 

우리는 단지 번데기를 지키는일만을 한다.

하지만 그 정신체는 방해 세력을 제거하는 등 여기에 관련된 전체적인 임무를 맡고 있다.

 

정신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약하기 때문에 차원 이동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당분간은 타소니스에 있어야 한다.

 

 

 

250036

 

제목: 이동

 

우리는 이곳에 와 있는 프로토스 군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훗날 군단의 대리인이 될 번데기를 잘 지켜냈다.

초월체 님은 아주 흡족해 하신다.

 

정신체는 어느새 자라서 차원 도약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강해졌다.

 

조금 있으면 정신체와 함께 타소니스를 빠져나가 차 행성으로 돌아갈 것이다.

 

다고스와 자즈도 도움을 주겠다고 한다. 애초에 우리를 이곳에 보낸 것도 그들이었다.

, 코헨이 얼른 오라고 부르고 있다. 가야겠다.

 

 

250037

 

제목: 클레이

 

우리는 차 행성에 돌아왔다. 초월체 님이 우리들 중 몇몇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셨다.

 

데리고 다니면서 전투에서도 도움을 받고 말동무도 되어 줄 수 있는, 친구 겸 부하를 하사하셨다.

 

나는 클레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쿠쿨자를 선물받았다.

코헨도 아마 쿠쿨자를 받았을 텐데 이름은 잘 모르겠다.

 

다른 몇몇 친구들은 거의 다 저글링 정도를 받았다.

 

 

2500315

 

제목: 테란의 방해

 

번데기가 부쩍 자랐다. 초월체 님은 번데기에서 나오는 사이오닉 에너지에 꽤나 놀라신 듯하다.

 

나 역시 그랬었다. 직접 말하기 좀 뭐하지만 내가 헌터킬러들 중에서도 꽤나 강한 편인데,

테란인데도 나보다 사이오닉이 강하다면 확실히 대단한 것이긴 하다.

게다가 아직 깨어나지도 않았는데 힘이 그 정도라면, 실제로는 얼마나 강할까!

 

우리 종족의 미래를 책임질 이가 충분히 강력하다는 건 기쁜 일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작은 문제가 생겼다.

 

무슨 일인가 하니, 번데기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너무 강력해서 테란을 끌어들였다.

 

우린 직접 싸우지는 않았고, 우리와 함게하는 정신체가 병력을 움직여 테란을 쫓아냈다.

 

다고스와 자즈는 테란을 더 이상 추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우리의 임무는 번데기를 지키는 것이니 더 쫓아갈 이유가 없기는 하다.

 

자즈의 말에 따라 우린 번데기를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남은 테란 세력은 다고스가 상대하고 있다.

 

 

250047

 

제목: 부화

 

번데기가 부화했고, 초월체 님의 대리인이 될 칼날 여왕 (The Queen of Blades)’ 님이 깨어나셨다.

그분은 이렇게 말하셨다.

 

당신의 뜻에 따라, 아버지, 섬기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초월체에 맞서는 모두가 군단의 분노를 느끼게 하겠습니다.”

 

굉장히 멋진 말이었다! 우리는 이제 그분의 명령만을 따를 것이다.

군단의 분노를 보여 주는 데에 우리도 한몫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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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31. 17:51

10

 

프로토스 함선이 행성에 착륙한 것을 발견한 621일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였다.

 

헌터킬러는 일기를 쓰고 있었다.

 

오늘이 627. 무슨 요일이더라?’

 

글을 써내려가다가 종종 곰곰이 생각해 가면서 그는 꽤 긴 일기를 썼다.

 

그런데 그는 일기장을 덮고 나서도 열심히 무언가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때 썼던 일기가 어디 있지? 어쩌면 이번 일의 힌트가 될 텐데!’

 

헌터킬러는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았다.

 

그게 어디 있더라? 이 방 어딘가에 분명 있는데…….

안 찾을 땐 잘만 보이더니 찾으려니까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

 

방 안을 둘러보던 그는 혹시 다른 방에 두었나 싶어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문고리를 잡는 순간 그는 찾고 있는 물건의 위치를 기억해냈다.

 

그래! 그 서랍에 넣어 뒀었지! 그럼 그렇지, 내가 그걸 어디 멀리 뒀을 리가 없지.”

 

그는 구석의 한 서랍에 다가갔다. 그 서랍에는 무거운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헌터킬러는 열쇠 꾸러미를 꺼내 들었다. 어떤 열쇠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열쇠를 하나씩 전부 돌려 보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찰칵 소리를 내며 자물쇠가 열렸다.

 

그는 열린 자물쇠를 서랍 위에 올려 두고 서랍을 열었다. 오랫동안 열지 않았던 서랍이었는지 삐걱대며 열렸다.

 

그는 서랍에서 작은 책 한 권을 꺼냈다. 분명 새것은 아니었지만 아주 낡은 책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내내 서랍 안에 있었던 책이어서 표지에는 먼지도 별로 없었다.

 

헌터킬러는 책을 탁탁 털고는 이곳저곳을 펼쳐서 확인해 보았다.

 

이 책이 맞겠지? 역시 이거 맞네.”

 

헌터킬러는 클레이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도통 보이지 않았다.

보통 클레이는 헌터킬러의 방 근처를 지키고 있는데, 웬일인지 지금은 어딘가에 가고 없었다.

 

헌터킬러는 클레이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에게는 간단한 일이었다.

 

‘너 어디 갔냐? 같이 볼 게 있으니까 얼른 와 봐!

 

클레이는 역시나 곧 왔다.

굉장히 빠르게 비행해 왔는데도 그는 해맑은 웃음과 함께 여유롭게 날아 들어오고는 했다.

 

클레이는 헌터킬러가 굳이 묻기도 전에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저쪽 큰 동굴 지키는 무리어미가 정찰하러 나가면서 저한테 아이들을 좀 지켜 달라고 해서요.

다행히 전 마침 한가해서 그렇게 했어요.

 

평소엔 보모 일만 하던 무리어미 같던데 지금 프로토스 함선이 와서

비상사태가 되는 바람에 갑자기 나갔나 봐요.

 

갑자기 말도 않고 사라져 버려서 미안해요…….”

 

헌터킬러는 클레이의 선행을 칭찬했다.

 

좋은 일 한 건데 뭐. 잘했어. , 그런데 네가 보고 있었다는 아이들은 어떻게 됐니?”

 

클레이는 다시 밝게 웃으며 말했다.

 

마침 부르시기 직전에 무리어미가 돌아왔어요.”

 

다행이네.”

 

곧이어 헌터킬러는 클레이를 부른 목적을 이야기했다.

 

방금 전에 이걸 봤어.”

 

그렇게 말하면서 헌터킬러는 조금 전에 찾은 일기장을 내밀었다.

 

일기장이네요? 이걸 여기서 갖고 계시다니

 

헌터킬러는 읽어 봐도 좋다고 했다. 클레이는 꼼꼼히 읽기 전에 일단 한 번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이건 그때 저랑 같이 올 때쯤의 이야기네요. 저도 대충은 아는 이야기들 같습니다만…….”

 

헌터킬러도 클레이의 옆에서 함께 기웃대면서 말했다.

 

그건 진짜로 대충이잖아. 너 그때 놀라서 기절해 가지고는 며칠 못 깨서 뭐가 뭔지 제대로 모르잖아?”

 

그렇죠. 그렇지만 그럴 만도 했어요! 그때 전 어리고 그렇게 긴 땅굴벌레도 처음이었어요.”

 

헌터킬러는 머쓱해하며 말했다.

 

하긴 그래. 그때 내가 전투 경험도 별로 없는 널 너무 위험한 데 데려가기는 했지…….”

 

그는 이어서 말했다.

 

어쨌든, 이거 같이 보자고! 내가 썼는데도 내용이 기억이 안 난단 말이지.

그리고 내가 이런 거 보면서 같이 추억에 잠길 친구가 이젠 너뿐이잖아?”

 

클레이는 몇 초가 흐른 후에 조금 슬픈 표정이 된 채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그렇지.’

 

그렇게 그 둘은 헌터킬러의 일기를 읽어 나갔다.

처음 잠깐은 대충 훑어보는 데에 그쳤지만 곧 한 자 한 자 꼼꼼히 정독하기 시작했다.

 

그 일기는 2500년 한 해와 그 전후 정도에 쓰인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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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9. 18:35

9

 

프로토스다.”

 

클레이는 놀라서 반사적으로 ?”라고 했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에 클레이는 높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전 아무 것도 안 보이는걸요?”

 

어느새 침착함을 되찾은 헌터킬러는 클레이에게 일러 주었다.

 

아마 저 함선에 은폐장이 쳐져 있어서 네가 못 보는 걸 거야.”

 

그리고 나서 헌터킬러는 클레이에게 명령했다.

 

텔레파시가 되는 무리어미들한테는 내가 소식을 전할 테니까 나머지 동료들에게는 네가 전달을 해 줘야겠다.

대부분 모르고 있을 테니까.”

 

클레이는 !”이라고 짧게 대답하고는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는 여기저기에 신속히 소식을 전했다.

 

클레이를 보낸 헌터킬러는 생각했다.

 

저 녀석이 좀 말이 많고 방정맞기는 해도, 엄청 날쌔단 말이지. 또 착하고 재미있는 녀석이고.’

 

클레이는 중간에 감시군주를 만났다. 그는 감시군주에게 급히 물었다.

 

프로토스 보셨어요?”

 

그럼, 물론이지. 꽤 큰 함선이던데. 갑자기 웬 프로토스람.”

 

클레이는 생각했다.

 

, 여기서 수다 떨 시간이 없지.’

 

그래서 그는 급히 이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그럼 전 가던 길 가겠습니다! 행운을 빌어요!”

 

클레이는 어디론가 곧바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멀리서 감시군주가 손을 흔드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얼마 안 되어서 프로토스가 나타났다는 소식은 곧 이 행성의 모든 저그에게 전해졌다.

 

한편, 헌터킬러는 테란에게도 프로토스의 갑작스런 출연에 대해 알려야겠다고 결정했다.

 

헌터킬러는 프로토스를 발견한 다음 날 아침에 통역병을 시켜서 테란에게 이 소식을 전하였다.

 

톰이 이 일을 맡겠다고 자처했다. 헌터킬러는 다른 나이 많은 아이를 보내도 되는데 그렇게 하겠냐고 물었다.

혹시라도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추측해서였다.

 

하지만 톰은 고개를 몇 번 젓고는 말했다.

 

제가 테란하고 가장 친하니까 제가 갈게요.”

 

톰은 그래도 헌터킬러가 걱정하는 눈치여서 이렇게 덧붙였다.

 

아직 프로토스가 우리랑 직접 마주치거나 공격한 것도 아니고,

테란이 사는 곳은 가까우니까 위험하진 않을 거예요. 걱정 마세요!”

 

헌터킬러는 조금은 마음이 놓였는지 이렇게 말했다.

 

그래, 괜찮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렴!”

 

톰은 테란의 거주지로 달려갔다. 보통은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걸어가곤 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렇게 뛰어서 마을에 도착한 톰은 숨이 턱까지 차서 말도 잘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걷기엔 딱 좋았지만 뛰어간다면 지칠 법한 거리였다. 기진맥진해진 톰은 바닥에 털썩 드러누워 버렸다.

 

가장 먼저 톰을 본 제이콥이 톰에게 말을 걸었다.

 

, 저글링 친구! 뭔 일이길래 그렇게 급하게 왔어?”

 

톰은 제이콥이 묻는 말에 잠깐 동안 대답도 하지 못했다. 제이콥도 톰이 많이 지친 것처럼 보이자 말했다.

 

이런, 힘들면 잠깐 숨 좀 돌려.”

 

잠시 후 톰은 자신이 보고 들은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 비록 직접 본 것은 별로 없기는 하지만 말이었다.

 

다들 꽤나 놀라서 한마디씩은 말했다. 쉘리가 중얼거렸다.

 

여기 저그처럼 프로토스도 성격이 좀 괜찮은 녀석들이었으면 좋으련만. 그런 걸 기대하긴 힘들려나.”

 

톰은 곧 돌아갔다. 다들 경각심을 가지게 되기는 했지만 프로토스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렇게 심각하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레이아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말했다. 반쯤 혼잣말이었지만 나머지 반은 샬롯을 향해 한 이야기였다.

 

이것 참 신기한 일이네.”

 

샬롯은 잠깐 동안 별 대답 없이 궁금한 표정만 짓고 있다가 잠시 후 뭐가?”라고 물었다.

 

그 꿈 말이야. 진짜 미래를 본 꿈이었잖아. 대충은 기억이 나는데 함선 생김새가

아까 그 톰인가 하는 저글링이 말해 준 거랑 똑같아.”

 

샬롯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 신기한데 무섭다.”

 

한편 다른 집에서도 프로토스의 갑작스런 출현에 대한 이야기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제이콥은 소파에 드러누우며 말했다.

 

에이, 프로토스인지 뭔지 갑자기 나타나서 신경 쓰이게 하네! 머릿속에서 온갖 이야기가 펼쳐지는걸.

몇몇은 별로 좋지 않은 쪽인데.”

 

제이콥은 이렇게 반쯤 투덜대며 조금 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알렉스는 밖에서 집을 여기저기 손보고 있었고 제이콥의 볼멘소리를 듣지는 못했다.

 

누가 들으라고 말하는 듯했던 제이콥의 혼잣말은 점차 작은 중얼거림으로 바뀌어 갔다.

 

하긴 우리도 갑자기 표류해 온 이주민들이었지.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나는군.

 

그러고 보면 우리가 지금 겪는 약간의 충격들을 저그는 두 번이나 겪은 셈인데.

다행히 우리랑 저그는 얘기가 통해서 잘 됐지만.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아직은 아무에게도 프로토스에 대해서 뭔가 피부로 와 닿는 것이 없었다. 특히 테란은 더더욱 그랬다.

 

그렇지만 이런 상태는 얼마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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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 28. 16:27

8

 

레이아는 좀 특이한 꿈을 꾸었다. 원래 그녀는 꿈을 거의 꾸지 않았다.

 

게다가 꿈의 큰 특징은 금세 잊어버리게 마련이라는 것인데, 이 꿈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꽤나 선명했다.

 

레이아는 꿈이 사라지기 전에 내용을 다시 곱씹었다.

 

분명 프로토스 함선을 봤어, 함선 안에서 그들이 뭐라고뭐라고 시끄럽게 대화하고 있었어.

이 행성에 대한 이야기 같았는데

 

그러더니 갑자기 어떤 어린 프로토스가 다가오더니 우린 한편이라는 둥 이상한 얘기를 하지를 않나

하여튼 이상한 꿈이었어!’

 

레이아는 다시 잠을 청하려 했지만 잠이 완전히 깨 버려서 다시 잠들지는 못했다.

어쨌든 아침은 변함없이 찾아왔다.

 

오늘은 즐거운 파티가 있었다. 맛좋은 음식들이 가득했고, 모두들 즐거웠다.

갖가지 특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오늘 파티의 주를 이루었다.

 

물론 재미있는 이벤트들도 있었다.

 

몇몇 히드라리스크들이 침 멀리 뱉기 대회를 했는데, 이색적인 경기여서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되었다.

 

어떤 사람이 옆에 있던 사람에게 말했다.

 

근데 이거 진짜 침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자 옆 사람은 그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아마 가시 등뼈겠지?”

 

테란은 어린 저그들을 키우는 군락지에도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어린 개체들은 샬롯을 유난히 잘 따랐다.

 

어린아이를 좋아하는 샬롯은 테란의 아기들뿐 아니라 저그의 아이들도 좋아했다.

 

파티가 끝나자 어느새 땅거미가 어둑어둑했다. 레이아는 집에서 파티를 회상하고 있었다.

 

대개 이런 축제나 파티는 끝나고 집에 오면 무척 피곤해지기 마련인데, 이 작은 파티는 그렇지 않았다.

 

오늘의 파티는 시끄럽지도 않았고, 장소나 참여한 이들이나 낯선 것이 없어서

지칠 일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레이아는 그런 편안함이 좋았다.

 

그런데 그녀는 문득 잊고 있었던 꾼 꿈 생각이 났다. 그녀는 일단 샬롯에게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샬롯은 꽤 놀라워했다.

 

프로토스에 대한 꿈을 꾼 것 자체는 별로 놀랍지 않은데,

마지막에 접근한 그 프로토스의 의미심장한 말들은평범하진 않은데.”

 

고작 꿈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들은 진지했다. 레이아는 샬롯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이오닉을 갖고 있는 사람은 종종 데자뷰를 일으켜. 내 생각에는 가끔 데자뷰가 꿈에서 일어나는 것 같거든.

 

그러니까 그게, 말 그대로 진짜 데자뷰라기보다는, 좀 미래를 보는 것 같은? 그런 꿈들을 가끔 꿔.”

 

레이아는 예전에 자신이 겪은 한 가지 에피소드도 이야기했다.

 

언젠가 프로토스 기지에 잠입하는 임무를 하기 전날에 관측선한테 들키는 꿈을 꿨었는데,

진짜 들켜서 죽을 뻔했어.

 

한두 번이면 몰라도 이런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좀 신기한 것 같아.

아마 이번에도 비슷한 게 아닐까?”

 

레이아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더니 놀란 눈으로 말했다.

 

그런 식이면 뭐야, 여기에 프로토스 함선이 온다는 건데?”

 

샬롯이 그럴듯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샬롯은 곧 반박했다.

 

그럴 리는 없는데, 분명 전에 연구원들이 이 행성이 외부 물체를 튕겨 낸다고 했잖아.

 

그래서 우리도 일단 나갈 방법도 없고 또 여기가 좋은 곳이니까 계속 여기 있는 거고.

아무리 프로토스라고 해도 어떻게 오겠어?”

 

레이아도 샬롯의 반박에 대해 다시 반론을 제기했다.

 

그래도 프로토스라면 뭔가 있는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그 반론은 막연했고, 이 상황 자체도 막연했다.

 

결국 이 꿈은 그렇게 수수께끼가 될 뻔하였다.

 

그러나 이쪽에서만 이상한 조짐이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헌터킬러는 자신의 군락지에서 조용히 쉬고 있었다.

 

그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특별한 의도 없이 그저 바깥의 밤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는 뭔가를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었는지 눈을 찡그렸다. 그러더니 그는 중얼거렸다.

물론 저그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었다.

 

뭐지저들이 왜 여기 있는 거지?”

 

그 중얼거림을 듣고 호기심 많은 한 뮤탈리스크가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왔다.

그는 헌터킬러를 호위하는 쿠쿨자(Kukulza)로 이름은 클레이(Clay)였다.

 

이런! 깜짝 놀랐잖아!”

 

그러자 그 뮤탈리스크는 머쓱한 듯 날개를 조금 퍼덕였다.

 

죄송합니다무슨 일인가 해서요.”

 

헌터킬러는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약간 불안해하고 있었다.

 

저길 봐.”

 

클레이는 열심히 두리번거렸지만 신경 쓰일 법하거나 놀라운 무언가는 찾지 못했다.

 

제가 보기엔 별것 없는데뭐가 보인다는 건가요?”

 

그리고 그는 농담을 한 마디 덧붙였다.

 

혹시 저 별이 총총한 아름다운 밤하늘 때문이에요?”

 

헌터킬러는 이제 약간은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별들 때문이면 차라리 좋으련만. 그러고 보니 넌 디텍터가 아니어서 안 보이겠네.”

 

그리고 그는 이제 원래 질문의 대답을 했다.

 

지금 나한테 보이는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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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 20. 14:01

7

 

시간이 흘러 어느덧 테란이 행성에 온 지도 1년이 다 되어 갔다.

 

2503620.

그들은 내일인 621일에 행성 도착 1주년 기념으로 작은 파티를 열기로 했다.

파티 준비를 위해 다들 평소보다 약간 분주했다.

 

그들은 이제 완전히 행성에 정착했다. 1년 동안 그들의 생활에는 꽤 많은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 테란은 텐트와 천막으로 대충 만든 임시 막사에 살았다.

그렇지만 이제 그들은 나무와 벽돌 등의 자연 재료로 집을 지어서 번듯한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그들의 마을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모양의 집들이 있었다.

한 명이 혼자서 사는 집도 있었고, 마음이 맞는 2~3명이 한 집에 함께 살기도 했다.

 

테란의 식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 사냥과 채집, 낚시 등으로 식사를 해결하던 테란은 이제 농경과 목축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인구가 70명 그대로였기 때문에 대규모의 농경이나 목축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들은 무엇이든지 필요한 만큼만 소비했다.

 

이런 생활은 이 행성의 경이로운 자연을 보존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생활이었다.

아마도 그들은 지구를 비롯해 앞선 거의 모든 행성에서의 실패,

환경이 파괴되어서 생겨난 폐해와 실패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협동해서 자급자족하는 작은 공동체였고, 화폐나 시장, 정부나 선거 등 

경제적, 정치적인 갖가지 개념들은 아직 없었다.

 

각자 잘하는 일이 있으니 분업이 이루어졌고,

크고 작은 일들을 결정할 때면 다 같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정도였다.

 

저그와의 공생도 이들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들의 마을과 아주 가까운 곳에 저그의 군락지가 있었다.

 

이들의 마을 한쪽에는 커다란 창고가 있었다.

거기에는 함선에서 함께 온 것들 중 당장 필요하지 않은 잡동사니들을 넣어 두었다.

 

잡동사니들 중에는 무기도 꽤 많았다.

 

총기류 등의 간단한 무기는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고,

그래서 그 창고에는 실질적으로 쓸 일이 없는 중장비들이 쌓여 있었다.

 

제이콥은 통나무로 기둥을 쌓은, 투박해 보이는 1층 나무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함선을 정비하는 기술자인 알렉스(Alex)와 지냈다.

 

덕분에 그들의 집은 잘 만들어져 있는 편이었다. 그 집은 둘이 살기에 딱 알맞은 넓이였다.

알렉스는 깔끔한 성격이었고 그래서 둘의 집은 늘 청결했다.

 

잭의 집은 생김새는 대충 지은 것 같은데 과학자답게 과학적으로 지어진 곳이었다.

또한 그의 집은 어질러진 것 같아 보였지만 그만의 체계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집은 철골로 지어 튼튼하고 심지어 1층인데도 불구하고 내진설계까지 되어 있었다.

 

혼자 살기에는 많이 넓어 보이는 집이었고, 넓이에 비해 방의 수가 적어 방 하나하나가 굉장히 넓었다.

잭은 자유롭고 널널한 것이 좋아 혼자서 넓은 집에 살고 있었다.

   

쉘리는 1층짜리 벽돌집에 혼자 살았고, 다락방을 없앤 대신 지붕이 높아서 개방감이 있었다.

그녀는 키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천장이 높은 집을 좋아했다.

 

그녀는 야생 고양이를 길들여서 키우고 있었다.

고양이의 이름은 주디(Judy)’였고 희고 풍성한 털을 가진 예쁜 고양이였다.

 

새끼 때 어미에게 버려지고 다른 야생동물에게 물려 죽을 뻔한 것을 데려와서 키운 것이었고,

그래서인지 쉘리를 무척 잘 따랐다.

 

샬롯과 레이아는 함께 살았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레이아는 혼자 살 생각이었지만 샬롯의 제안으로 마음이 바뀌어 함께 살게 되었다.

 

둘은 2층이고 그 위에 다락방도 있는 벽돌집에 살았다. 그녀들의 집은 무척 아름다웠다.

집 앞에는 정원이 있어서 꽃과 작은 나무들을 가꾸었다.

 

그들은 샬롯이 길들인 몇몇 야생동물들을 데려와 키우려 했다. 하지만 동물들이 레이아를 몹시 경계했고,

그 계획은 취소되었다.

 

층이 많아서 한 층은 그렇게 넓지 않았다. 레이아의 방은 1, 샬롯의 방은 2층에 있었고

다락방은 주로 샬롯이 사색하는 장소였다. 그녀는 때로 다락방에서 책을 읽곤 했다.

 

샬롯은 오늘도 다락방에서 이 책 저 책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턱을 괴고 잠깐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았다.

 

안에만 있으니까 더 늘어지고 피곤한데.”

 

그래서 샬롯은 밖으로 걸어 나갔다.

 

샬롯은 가축들이 방목된 넓고 푸른 초원으로 갔다.

거기에는 수의사인 테일러(Taylor)가 있었다. 그는 가축들을 돌보고 있었다.

 

샬롯은 군의관이었지만, 테일러는 행성에 오기 전에는 동물병원을 운영하던 민간인이었다.

 

그는 내일 열릴 파티를 위해 잡을 가축들을 고르고 있었다. 샬롯은 테일러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내일 먹을 소를 고르고 있는 건가요?”

 

, 지금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어요. 이상한 고기를 먹으면 안 되니까요.”

 

둘은 몇 마디 대화를 했다. 샬롯은 잠깐 동안 초원에 머무르다가 이내 집으로 돌아왔다.

레이아도 그새 집을 비우고 없었다.

 

그러고 보니 레이아가 사과 따러 갈 거라고 했었지, 아마…….”

 

그녀는 사과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마을에는 사과나무를 비롯한 나무들이 군데군데 심어져 있었다.

샬롯은 한 귀퉁이에서 커다란 사과나무와 그 아래에서 사과를 따고 있는 레이아를 보았다.

 

안녕, ! 사과 따는 거면 같이 따자.”

 

좋은데! 나도 방금 여기 와서 얼마 못 땄어.”

 

샬롯과 레이아는 사과를 따서 바구니에 담았다.

바구니가 거의 가득 채워질 무렵에 샬롯은 갑자기 재미있는 생각이 나서 옆에 서 있던 레이아를 툭 쳤다.

 

근데 너 정도면 사과도 염력으로 딸 수 있을 것 같은데그건 무리인가?”

 

할 수는 있지. 그런데 쉽진 않아. 열매를 터뜨리는 건 금방이어도 따는 건 좀힘들 것 같은데.”

 

샬롯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과일 바구니가 꽉 찼다.

 

, 이제 다 땄다! 이 정도면 충분할 거야.”

 

맛있겠다, 하나 맛봐야지.”

 

레이아는 잘 익은 사과 하나를 베어먹었다. 그녀는 사과를 우물거리며 사과가 참 달다고 말했다.

 

사과 하나를 다 먹은 레이아는 샬롯에게도 사과를 권했다. 그래서 샬롯도 사과를 한 개 먹어 보았다.

그녀는 그렇게 많이 먹을 생각은 없었는지 조금 작은 사과를 골랐다.

 

샬롯도 사과의 새콤달콤한 맛에 감탄했다. 샬롯은 말했다.

 

사과 정말 맛좋다. 맛보길 잘했네.”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각자의 집에서 혹은 밖에서 이 행성의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하고 있었다.

 

샬롯과 레이아는 조금 일찍 자기로 했다. 샬롯은 레이아에게 말했다.

 

좋은 꿈 꿔!”

 

고마워.”

 

레이아는 거의 꿈을 꾸지 않는 편이었다. 꿈을 잘 잊어버린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듯하다.

 

그날 밤, 샬롯의 인사 덕분인지 레이아는 정말로 꿈을 꾸었다.

 

아주 오랜만에 꾸는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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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 13. 16:40

6

 

이 행성의 저그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살아가던 토착 저그였다.

저그 군단이 거주하는 다른 행성들에 비하면 숫자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들은 적지 않은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들은 행성 전역에 퍼져 살고 있었다. 작은 군락지들이 넓게 퍼져 있는 형태였고

군락지별 규모나 거주하는 개체 수는 거의 균일했다.

 

테란 식의 개념에 빗대면, 대도시 없이 작은 중소 도시들 혹은 작은 주들로 이루어진 나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마 큰 군락지가 한 곳 있었는데, 역시 테란 식으로 생각하면 수도쯤 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곳은 앞서 소개되었던 헌터 킬러가 머무는 군락지였다.

 

헌터킬러는 이곳 저그 전체의 리더이다.

그 휘하에 무리어미가 몇몇 있어서 대개는 하나 정도의 군락지를 통솔했다.

 

이 행성의 저그 무리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있으면서도 서로가 매우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연결되어 있는 방식은 일반적인 저그와는 달랐다.

 

우주의 모든 저그를 통틀어서 보면 크게 세 종류가 있다.

 

대다수의 저그는 저그 군단인데, 저그군단은 초월체(Overmind)에 의해 귀속된 저그들이다.

 

그들은 군체의식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고 교신을 할 수 있으며, 군체의식이 오염된 저그는 파괴된다.

 

그 저그들은 독립성을 잃은 개체들로 대부분 자아가 없다.

구체적으로, 우두머리인 초월체는 자아를 가지고 판단, 명령을 한다.

정신체(Cerebrate)는 마찬가지로 자아가 존재하며 판단도 할 수 있지만 초월체의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다.

 

여왕(Queen), 대군주(Overoad)는 약간의 자아를 가지고 있으나, 명령을 전달하는 역할만을 수행한다.

 

그 아래 대다수의 개체들은 직접적인 행동을 담당하며 자아 없이 명령에 따를 뿐이다.

 

원시 저그는 제루스에 있는 최초의 저그들이다.

그들은 초월체의 휘하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고 자기들 나름의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약육강식의 생존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의 정수를 흡수해 진화하고 강해진다.

저그군단과는 적대적이며, 강한 자들은 자신의 무리를 거느리고 있다.

 

야생 저그는 초월체 사후에 군단에서 나간 일부 저그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아무에게도 지배받지 않는 독자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중이다.

 

야생 저그는 때때로 저그군단의 소규모 군락지를 공격하거나, 반대로 다시 군단에 귀속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이 행성의 저그는 야생 저그이다.

 

물론 이들은 자아와 독립성을 누리고 있다.

 

저그군단의 경우 군체의식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이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당연히 이와는 다르다.

 

주로 땅굴망을 통해 이동하여 연락을 주고받는다. 이런 지하 땅굴을 통해서 직접 이동해 말이나 편지를 전한다.

그런 면에서 이들의 통신 방식은 먼 옛날 테란의 방법과 비슷했다.

 

사이오닉 능력을 보유한 일부 개체는 텔레파시를 통해 통신이 가능하다.

 

헌터킬러와 무리어미들은 이곳 저그의 리더들이다.

그들은 군체의식으로 부하들을 지배하거나 조종하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들은 이곳 저그들에게 진정으로 존경받고 있고 친근하기도 하다.

 

테란을 만나기 전에, 이곳의 저그는 이 행성의 외부 물체를 튕겨 내는 특성 때문에

오랫동안 외부와의 접촉이 단절된 채로 고립되어 있었다.

덕분에 그들은 어떤 다른 저그보다도 독자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곳 저그들이 외부의 다른 종족과 접촉한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첫 번째일 것이다.

 

그 때문인지 이곳 저그들은 호전적인 기질이 거의 없는 평화지향적인 개체들이었다.

전투가 필요한 상황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몇몇 저글링들이 어떻게 테란 말을 배웠는지는 아직 미스터리이다.

어쨌든 그동안 테란이 생각하던 저그의 이미지와 이곳 저그의 모습은 크게 달랐다.

 

그래서 테란은 약간의 감동을 받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저그의 입장에서도 테란의 태도가 호의적이었기 때문에 이들과 잘 지내서 나쁠 것이 없었다.

 

게다가 이 행성의 자원은 굉장히 풍족했다.

어쩌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많은 개체들이 나누어 쓰더라도 풍족할 것이다.

 

이 행성에는 석유나 석탄 등의 지하자원도 많고, 미네랄과 베스핀 가스도 풍부했다.

놀랍게도 이곳에는 테라진 가스 등의 희귀한 자원들도 상당량 존재했다.

 

또 기본적으로 식량도 풍부하고 아름다울뿐더러 주변 환경과 행성 자체의 특성상

천혜의 자연 요새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테란은 이 행성에 당분간 정착하는 것이 거의 확정된 상황이었고,

테란에게나 저그에게나 이런 행성에 사는 것은 큰 행복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테란과 저그는 아무런 마찰이나 싸움 없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데에 성공했다.

덕분에 이들 모두는 이곳의 환경으로부터 선물 받은 행복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테란에게는, 이 행성에 도착한 것이 전혀 의도치 않은 일이었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불운이고 사고였다.

 

그러나 그들은 낙관적이었다.

 

사실 그들 대부분은 26세기의 첨단 생활에서 오히려 공허함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그들은 이 표류로 갑자기 자연으로 되돌아갔다.

 

처음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적응의 종족답게 테란은 금세 이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졌다.

더군다나 그들은 예전보다 더 행복해했다.

 

저그와 만난 다음 날 저녁이었다.

 

행성의 테란은 연구의 관계자들에게 저그와 공존하게 된 것을 알려야 하는지 숨겨야 하는지 의논했다.

 

이 문제는 거의 만장일치로, 굳이 알리지 말자는 결정이 났다.

 

이들의 리더인 제이콥은 여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별로 고민할 이유도 없습니다. 이제 연구원들과 우리는 거의 연락하지 않아요.

물론 하려면 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 어차피 우리를 구조할 희망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아마 본국에서는 이 사고를 덮느라 바쁠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 만남에 대해 알린다고 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또 여기에 오기 전에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은 저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하긴 그건 편견이 아니라 사실이기도 하죠. 이 행성의 경우는 아주 특별한 경우니까 말이죠.

 

어쩌면 우리가 감염되었거나 공격받고 있다고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국에 연락하는 것은 나쁘면 나빴지 좋을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은 맞는 말이었다. 코랄의 연구원들은 이 사고를 은폐하는 데에 급급했다.

 

원래 이 프로젝트 자체도 비밀 프로젝트였던 데다가, 이 사고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관계자들은 실종된 70명의 행방을 그럴듯하게 위조하고 있었다.

 

결국 이 행성에서의 만남은 행성의 거주민들만이 아는 일이 되었다.

 

한편, 저그는 이 행성에 쭉 거주해 온 토착 원주민들답게 사냥감이 많거나 경치가 좋은 곳들을 잘 알고 있었고

테란에게 이런 정보를 알려 주곤 했다.

 

하지만 그들은 꼭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사냥하는 법이 없었다.

 

나중에 샬롯은 타키온과 톰 덕에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아침마다 그녀가 산책을 즐기는 산책로가 저그들이 꾸며 놓은 곳이었다는 것이다.

 

샬롯은 놀라워하면서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누가 꾸며 놓은 것처럼 근사하다 했어.”

 

그 산책로는 어린 저글링들의 놀이터였다. 그래서 샬롯은 마침 즐겁게 뛰어놀고 있던 타키온과 마주쳤던 것이다.

 

테란과 저그는 서로 다른 점도 있었지만 비슷한 점도 많았다.

 

테란은 26세기에 걸맞는 첨단 생활 대신에 약간은 원시적인 생활로 되돌아갔다.

그래도 그들은 이 느린 삶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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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8. 30. 21:19

5

 

그것은 어린 저글링이었다.

 

샬롯은 약간 놀랐지만 그 저글링이 자기를 보고 더 놀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 어린 저글링이 놀라지 않게 천천히 움직이면서 말을 걸었다.

 

안녕? 꼬마 친구네. 여기 사니?”

 

샬롯은 저글링이 자기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은 알았다.

그 저글링은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아닌지, 그저 가만히 있었다.

 

 

 

샬롯은 한 번 더 말을 붙여 보았다.

 

이름이 뭐니?”

 

저글링은 발가락을 꼼지락대며 샬롯을 장난스럽게 툭툭 건드렸다.

 

샬롯은 그 저글링이 무척 귀엽다는 생각이 들면서,

저글링이 이렇게 귀엽고 온순한 존재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글링은 잠깐 머뭇대다가 대답했다.

 

타키온(Tachyon).”

 

샬롯은 저글링이 테란 말을 한 것에 약간 놀랐다.

 

! 테란 말을 할 줄 아는 거니?”

 

저글링은 머뭇거리며 대답이 없었다. 그러더니 곧 도망가 버렸다.

원래 저글링은 빠르지만 이 저글링은 특히 발이 빨라서 뛰어다니면 잘 보이지도 않았다.

 

샬롯은 어린 저글링의 천진난만함이 자꾸 떠올라 실실 웃으면서 막사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특이한 이름이네. 타키온이라면빛보다 빠르다는 건가.’

 

잭이 그런 샬롯을 보고 물었다.

 

즐거워 보이는데, 뭐 재밌는 일 있었나요?”

 

, 스미스 씨! 잘 만났네요. 사실은 방금 전에 웬 저글링을 봤어요.”

 

잭은 놀라며 진짜 저그를, 저글링을 본 거냐며 몇 번이나 되물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저글링이 공격하지는 않았는지도 물어보았다.

 

샬롯은 잭에게 타키온을 본 일을 말해 주면서 그 저글링은 귀엽고 온순하며 전혀 공격적이지 않다고

말해 주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금세 여기저기로 퍼져 나갔다.

 

곧 막사는 저그 이야기로 시끄러워졌다. 그렇지만 그들의 막연한 호기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날 오후, 저그는 그들을 직접 찾아왔다.

 

한 저글링이 막사를 돌며 서성이고 있었다. 잭이 샬롯에게 물었다.

 

아까 봤다는 그 저글링인가요?”

 

하지만 지금 찾아온 저글링은 타키온이 아니었다.

 

아닌 것 같은데요좀 더 어린 것 같아요.”

 

저글링은 놀랍게도 테란 말을 유창하게 할 줄 알았다.

 

저는 토머스(Thomas)라고 합니다. 간단하게 톰(Tom)이라고 불러 주세요.

저희의 리더인 헌터킬러(Hunter Killer) 가 여러분을 저녁 만찬에 초대하고 싶어 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 편지에 있으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저에게 물어보세요.

제가 여러분들을 우리의 군락지로 안내할 겁니다.”

 

다들 그 저글링의 언변과 정중함에 놀랐다. 편지 역시 자신의 군락지에 초대하겠다는 정중한 초대장이었다.

 

테란은 전투적인 벌레 떼 정도로 생각했던 저그의 매너 있고 평화로운 행동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의 저그의 이미지가 생각나자

혹시라도 이 초대가 자신들을 해치려는 함정이 아닌지 의심했다.

 

일단 테란은 어느 정도 경계는 하되 이들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톰은 샬롯을 발견했다. 톰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저기, 아침에 타키온 형이랑 마주친 그 분인가요? 분명 형이 아침에 놀러 나갔다가

금발 머리 예쁜 누나를 봤다고 했는데.”

 

샬롯은 예쁘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 내 이름은 샬롯 로즈야. 그나저나 우리말을 잘하는구나.”

 

다 할 줄 아는 건 아니에요. 저하고 몇몇 친구들, 형들이 테란 말을 할 줄 알아서 통역 노릇을 할 수 있죠.”

 

톰은 신이 나서 빠르게 말했다.

 

이제 저 같은 통역 저글링들의 역할이 커질 거예요. 그래서 기분이 좋아요!

가지고 온 편지도 제가 번역한 거예요.”

 

톰은 처음 본 테란이 신기한지 여기저기를 휙휙 둘러보며 이야기했다.

 

지금 몇몇 분들이 우리가 함정을 팠을까봐 걱정하고 있는데, 그러지 않아도 돼요.

헌터 킬러는 좋은 사람, 아니 좋은 저그니까요.

 

그리고 아침에 봤다는 타키온 형은, 우리 중에 제일 빨라요! 그래서 이름도 타키온이죠.

원래 별명이었는데 이름이 되어 버렸지 뭐예요.”

 

샬롯은 톰에게 나이를 물어 보았다.

 

“5살이요. 그리고 타키온 형은 7살이에요.”

 

잠시 후 테란은 저그 군락지로 향했다.

 

톰이 따라오세요. 위험한 곳은 아니니까 걱정은 안 해도 돼요.”라고 하며 앞장섰다.

 

군락지는 거대하지는 않았지만 생기 넘치는 곳이었다.

 

테란은 이 군락지에서 아주 특별한 점을 발견했다. 특이하게도 이 행성 저그의 군락지들에는 점막이 없었다.

 

건물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건물 주변 아주 작은 영역에 최소한의 점막만 존재했다.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레이아는 다양한 곡선을 그리며 즐겁게 날아다니는 뮤탈리스크들을 보았다. 그녀는 샬롯에게 조그맣게 말했다.

 

조종받고 있지 않아요.”

 

샬롯은 제대로 못 들었지만 굳이 다시 말해 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일행은 헌터킬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톰과 헌터킬러는 저그 말로 몇 마디의 대화를 했다.

 

곧이어 헌터킬러는 테란을 반갑게 맞으며 그들을 넓은 홀로 데려갔다.

 

그들은 함께 저녁 만찬을 먹었다. 저그가 준비한 음식은 테란의 음식과 비슷했다.

원래부터 식사가 테란과 비슷한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렇게 준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헌터킬러는 테란 모두를 향해 말했다. 통역은 역시 톰이 맡았다.

 

반갑습니다. 우리는 이 행성에 사는 토착민입니다. 오랫동안 이곳에 우리들끼리만 살아왔죠. 

즐거운 생활이었지만 조금은 단조로웠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을 만나니 좋은 변화가 생긴 것 같군요. 게다가 여러분들은 평화적이고 좋은 분들이니까,

우리와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헌터킬러는 테란에게 어떻게 해서 이 행성에 왔는지 물었다.

 

그들은 약간 고민했지만 이들의 친절한 태도 덕에 이곳 저그에 대해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이 행성에 왔는지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제이콥이 대표로 말했다.

 

우리는 차원 도약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연구를 위해 작은 함선 하나를 가지고

시험 운행을 해 봤죠.

 

그런데 차원 도약 중에 알 수 없는 문제로 함선은 도약을 시작한 지점으로 되돌아갔고

함선 안에 있던 물건들과 우리만 이 행성에 떨어졌습니다.

 

우리 역시 여러분의 친절하고 평화로운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여러분들과 좋은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저녁 식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식사가 될 것 같네요.”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각자 머무는 집으로 되돌아갔다.

잭은 해먹에 누워서 생각했다.

 

오늘은 정말 다이나믹한 하루였어. 저그를 만나고 잘 지내 보기로 하는 것까지!

갑자기,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

 

많은 이들이 이와 비슷한 감상을 가지고 이내 잠이 들었다.

 

그런데 레이아는 한참 전부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헌터 킬러, 그들은 사라 케리건을 지키는 그녀 직속의 최정예 히드라리스크 특수부대다.

아까 그 자도 그들 중 하나일 테고.

 

아니 잠깐만, 그렇다면 그 헌터 킬러는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아까 사람들을 봤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럴 테고, 나랑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은 없어 보이는군.

 

하긴, 다들 사라 루이스 케리건(Sarah Louise Kerrigan), 그녀의 악명은 들어 보았겠지만,

헌터 킬러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 그래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거군.’

 

 

 

 

 

 

 

 

 

 

 

 

 

 

 

Posted by 깜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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