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 대해 우리가 접하는 지식은 대부분 병원체로서의 바이러스와 관련된 지식입니다. 친구의 소개로 읽은 칼 짐머의 '바이러스 행성'은 그런 단편적인 관점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병원체로서의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더 깊이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자신들이 성공적으로 퍼져 나가려면 치사율이 너무 높은 것은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리노바이러스와 에볼라 바이러스를 다룬 부분을 각각 읽으면서 이에 대한 생각을 했습니다. 관련된 문장들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리노바이러스' - 일반 감기의 주된 원인이자 천식을 일으키는 - 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오래된 동료다. 사람은 생애에 평균 1년 정도를 감기에 걸려 앓아눕는다고 추정된다. 다시 말해 사람의 리노바이러스는 가장 성공한 바이러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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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의사들도 감기에 걸린 사람에게 그 이상 제공할 것이 많지 않다. 백신 따위는 없다. 바이러스를 죽인다고 확실하게 밝혀진 약물도 전혀 없다. 아연을 섭취하면 리노바이러스 증식이 느려진다고 시사하는 연구들이 있긴 했지만, 더 나중의 연구들에서는 결과가 재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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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노바이러스 양성으로 판정된 사람 중 40%는 아무런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사실 사람 리노바이러스는 숙주인 사람에게 유익한 기여를 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어릴 때 비료적 무해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걸려서 앓고 나면, 더 나이가 들어서 알레르기나 크론병 같은 면역 장애 질환에 더 내성을 띨 수 있다는 증거를 많이 찾아냈다. 사람 리노바이러스는 면역계가 사소한 촉발에 과잉 반응하지 않고 진정한 위협에 맞서도록 훈련시키는 일을 도울지도 모른다. 아마도 우리는 감기를 오래된 적이 아니라 경륜 있는 현명한 교사로 봐야 하지 않을까.
(…) 에볼라 유행병은 발생하면 수십 명이 사망하는 수준에서 끝난다. 사람들을 앓게 하는 능력이 너무나 뛰어난 까닭에 새 숙주를 찾기도 전에 희생자들을 죽이기 때문이다. 일단 에볼라 유행병이 끝나면, 그 바이러스는 여러 해 동안 나타나지 않는다. 에볼라 같은 바이러스는 끔찍할지 모르지만, 우리 종의 입장에서는 사망률이 더 낮으면서 더 많은 숙주로 퍼질 수 있는 바이러스보다 덜 위험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광합성에 바이러스가 기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문단들을 읽으면서 생물학 무기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과학 지식이 해로운 방향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의 중요성은 여러 사례에서 알 수 있죠.
책을 마무리하는 부분에 소개된 웹사이트에 들어가 봤는데 만화 등의 재미있는 볼거리들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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