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18. 21:54

이미지 출처: 알라딘 (aladin.co.kr)

 

 

 

 

 

 

 

 

 

어릴 때 아동용 삼국지 만화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동용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성인이 읽기에도 충분히 흥미롭고 도움도 되죠. 저도 최근에 (아마 작년 말이나 올해 초에) 다시 열어 봤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느낌으로 재미있는 역사 만화책을 발견했습니다. '고우영 십팔사략'인데 오늘 1권을 읽었습니다. 중국사의 시작 부분인 만큼 신화도 나옵니다. 그리고 은 왕조, 주 왕조처럼 비교적 현실적인 기록이 있는 시기에 대한 내용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나름대로 해석을 거치는 것이 좋을 만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건 만화책으로 각색하면서 그렇게 됐다기보다는 십팔사략의 내용이 원래 그런 것 같습니다.

 

말희, 달기, 포사에 대한 이야기는 매력적이지만 뭔가 의심스러운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하-은(상)-주 왕조의 멸망 과정이 너무 비슷하지 않나요. 물론 왕조들이 망하는 원리가 실제로 비슷비슷하긴 하지만요. 저 세 명의 특정 인물들이 실재했다기보다는 그냥 그 왕들이 여색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인상 깊게 표현하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너무 먼 과거여서 진실은 아무도 모르겠지만요.

 

요순 시대, 소부와 허유, 수양산의 백이숙제, 강태공 등 한국 고전 문학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고사들에 대해 흐름과 함께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여러 곳에서 들으면서 띄엄띄엄 알던 것들이 이제 연결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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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8. 22:14

 

 

 

 

 

 

 

 

요즘엔 러시아 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지하생활자의 수기, 죄와 벌, 체호프 희곡선집에 이어 오늘은 '체호프 단편선'을 소개하겠습니다. 이것도 도서관에서 빌렸기 때문에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세트에 속하는 다른 책들과 함께 꽂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민음사, 열린책들, 문예출판사의 세계문학 전집이 모두 비슷한 곳에 있기 때문에 그쪽에 가서 무슨 책이 있나 보는 것이 꽤 즐겁습니다.

 

이 책에는 "약혼녀, 골짜기, 귀여운 여인, 정조(貞操), 함정, 상자 속에 든 사나이, 아뉴타, 사모님, 약제사 부인, 우수(憂愁), 복수자(復讐者)" 이렇게 총 11개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약혼녀'에서는 사샤가 수상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의외로 본인이 말하는 그대로의 의도를 갖고 나쟈에게 접근한 것이라는 사실이 다행이었습니다. 사샤는 대학을 나온 사람으로 여주인공 나쟈에게 집을 떠나 대학에 갈 것을 권합니다. 그의 말 중 인상적인 부분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이를테면 당신이나, 당신의 어머니나 할머니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누군가 다른 사람이 당신들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뜻임을 아셔야 합니다." 이 작품을 읽고 검색을 해 보니 「А. П. 체호프의 《약혼녀》 연구 : 《약혼녀》의 성장소설적 읽기」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논문이 나왔습니다. 그냥 볼 수는 없고 DBpia 구독 기관에 소속되어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골짜기'는 이 책에 있는 소설들 중 길이가 가장 깁니다. 평이한 분위기로 흘러가다가 갑자기 대사건이 터져서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사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인데(어쩌면 제가 갖고 있는 '사람'의 기준이 좀 높은지도 모르겠지만요) 해당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네 놈이 내 땅을 빼앗았지!」 이렇게 말하며, 아크시니야는 끓는 물이 든 국자를 잡고 니키포르에게 퍼부었다." 니키포르는 갓난아이이며 아크시니야가 이렇게 한 이유는 상속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너무 강렬했는지 다 읽고 나서 첫 번째 감상은 '아크시니야 XXX'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외에도 인상적인 인물 및 장면들이 있었으므로 좀 더 생각을 깊이 해 봐야 할 것 같네요.

 

'귀여운 여인'의 주인공 올렌카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여인입니다. 그녀는 자기 주관이랄 것이 없어서 그 시점에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사람의 의견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방식으로만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 올렌카의 언행을 보면 '정말로 귀엽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데가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그녀처럼 살고 싶지는 않네요.

 

'함정'에는 성격이 올렌카와 정반대라 할 수 있는 여자인 수산나 모이세예브나가 등장합니다. 거칠게 말해 올렌카는 전근대적이고 수산나는 현대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수산나의 언행은 대담하고 자유분방합니다. 그래서 소콜리스키와 그의 사촌 형인 크류코프는 그녀에게 매료됩니다. 소콜리스키는 약혼녀가 있는 육군 중위이고 크류코프는 결혼도 한 사람인데 말이죠.

 

'정조(貞操)'의 여주인공 소피아 페트로브나의 심리는 좀 복잡합니다. 일리인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사랑인지 욕망인지 호기심인지 이 중 여럿이 섞인 건지, 뭐라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상자 속에 든 사나이'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성격의 그리스어 교사 '베리코프'가 중심 화제가 됩니다. 그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다른 인물의 말을 통해 언급됩니다. 그의 성격을 요약하기에 적합하면서 이 단편의 제목과도 관련 있는 부분을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요컨대 이 사나이에게서는 항상 무엇으로라도 몸을 감싸는, 말하자면 자기를 외계의 영향에서 격리시켜 보호해줄 상자 같은 것을 만들고자 하는, 좀처럼 타파하기 어려운 변함없는 성벽(性癖)을 엿볼 수 있었단 말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에서 '상자로 자신을 감싸는 경향'은 베리코프의 개인적 특성에서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장됩니다. 이와 관련된 문장들을 가져오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숨막힐 지경으로 답답한 거리에서 살며, 필요 없는 서류를 작성하고, 카드 놀이를 하는 것도 역시 상자와 다름없는 일이 아닐까요? 또 우리가 게으름뱅이, 수다쟁이, 영리하지 못하고 체신 없는 부인들과 일생을 보내며, 쓸데없는 말들을 주고받는 것도, 일종의 상자가 아닐까요?"

 

'아뉴타', '사모님', '약제사 부인', '우수(憂愁)', '복수자(復讐者)'는 모두 10페이지 내외의 아주 짧은 단편 소설들입니다. 이 책 마지막 부분의 작품 해설에 나오는 소품이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이 중 '우수'는 특히 공감 가는 내용이었습니다. 마부 일을 하는 요나는 얼마 전에 아들이 죽었고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들어 줄 사람이 없어서 마지막에는 자신의 말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말을 제대로 들어 주지 않는 다른 등장인물들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에게 그의 하소연을 들어 줄 의무는 없으니까요. 그들은 그의 가족이나 친지가 아니라 요나의 마차를 타고 가는 손님, 숙소의 다른 마부 등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슬픔을 토로할 수 없는 그의 심경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개인사를 털어놓을 만한 사람이 없는 것은 요나가 도시에 있다는 것과도 관련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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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5. 21:17

이미지 출처: 리디북스 (ridibooks.com)

 

 

 

 

 

 

 

 

몇 달 전에 Henry James의 'The Real Thing'을 읽으면서 '젠트리의 몰락'이라는 측면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안톤 체호프의 희곡 '벚꽃 동산'이 이와 비슷한 주제를 다룬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 중에 제목이 벚꽃 동산으로 되어 있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희곡 선집이 있었습니다. 단막극인 '청혼', '어쩔 수 없이 비극 배우', '기념일'과 4막 희곡인 '갈매기', '바냐 아저씨', '벚꽃 동산'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기 때문에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 여러 권이 꽂혀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전반적으로 이 책처럼 표지 디자인이 예뻤습니다.

 

이 글에서 제가 언급하는 장면이나 대사 내용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사람이 기억하기로는 이런 식이었나 보다'와 같이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청혼'은 마지막 장면이 볼 만했습니다. 이반과 나탈리야는 혼인 약속이 성사되는 와중에도 티격태격합니다. 그리고 나탈리야의 아버지 스테판 스테파노비치 추부코프는 가정의 평화가 이루어졌다면서 샴페인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이 스테판의 반응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비극 배우'는 '별장 생활의 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마지막에 알렉세이가 좀 너무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이반과 알렉세이가 서로 친구인데, 이반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심부름을 너무 많이 시킨다고 불평하고 알렉세이는 그의 하소연을 들어 줍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알렉세이가 이반에게 말하기를 누구에게 안부 전해 주고 이 물건 좀 갖다 달라고 합니다.

 

'기념일'은 계속 일을 방해받는 선임 경리 히린이 참 안됐습니다. 알렉세예브나와 메르추뜨끼나는 둘 다 공연히 시끄럽게 하는 역할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알렉세예브나는 대표이사 쉬뿌친의 아내로 사무실에 와서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실컷 합니다. 메르추뜨끼나는 남편이 실직했다면서 쉬뿌친의 회사에 찾아와서 돈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일하던 곳은 여기가 아닌 엉뚱한 곳이고, 그러므로 그녀의 사연은 이 회사와는 관련도 없습니다. 쉬뿌친이 이 사실을 설명해 주지만 입력이 안 되는지 계속 본인 사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니 어떤 면에서는 더 성가신 인물입니다.

 

'갈매기'는 앞의 단막극들에 비해 인물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 희곡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있다고 해서 관심이 갑니다. 그리고 이 책에 실려 있는 희곡들 중 여러 작품의 실제 연극 영상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바냐 아저씨'는 '갈매기'와 마찬가지로 총을 쏘면서 상황이 극적으로 전환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벚꽃 동산'은 읽다 보니 영지를 구입한 상인 로빠힌에게 묘하게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신분제가 사라진 현대에 살고 있어서 그런 것 같네요.

 

여섯 작품이 끝나고 해설을 읽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읽으면서 생각지 못했던 분석 포인트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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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31. 15:15

이미지 출처: 알라딘 (aladin.co.kr)

 

 

 

 

여름 계절학기 수업도 종강을 하면서 갑자기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공연히 웹서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책을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 며칠 동안 여러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 중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지하생활자의 수기>와 <죄와 벌>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지하생활자의 수기>는 '죄와 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같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대작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라고 합니다. 이후 소설들에 등장할 모티프들이 많이 담겨 있다고 하네요. 확실히 '죄와 벌'을 읽다 보면 '지하생활자의 수기'의 어떤 부분이 연상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분량이 아주 길지는 않으며 1부와 2부로 되어 있습니다. 1부는 전체가 주인공(지하생활자)의 독백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사람이 말하는 것을 보면 스스로도 혼란스러워하고 오락가락하는 데가 있어서 처음에는 말하려는 바를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가 체르니셰프스키의 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반박으로 이 글을 썼다는 것을 고려하면 1부에 담긴 주장이 무엇인지 이해가 되기 시작합니다.

 

지하생활자는 모든 인간에게 무엇이 이로운지 깨우치게 함으로써 모두가 이타적으로 행동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상을 '수정궁'이라 표현합니다. 그는 '수정궁'과 같은 완성된 이상 사회에서 개인은 기계의 부품이나 사소한 물건 같은 존재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마음대로 행동하고 싶어하는 의욕이 있으므로 그런 사회를 건설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이와 관련이 있는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보다도 만약에 인간의 이익이란 것이 자기에게 유리한 것보다는 불리한 것을 원하는 데 있다고 하면 어떨까? (…) 자기 자신의 자유로운 의욕, 아무리 엉뚱한 것일지라도 하여튼 자기 자신의 변덕, 미치광이 같은 것이라도 좋으니 하여튼 자기 자신의 공상 ― 이것이야말로 세상 사람이 간과하고 있는 가장 유익한 이익이다."

 

1부의 마지막에 그는 진눈깨비를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과거 이야기가 2부의 내용이 됩니다. 2부의 줄거리는 한두 문장으로도 요약될 수 있습니다. 아주 간단하게는 대략 '자신을 반기지 않는 동창회에서 행패를 부린 후 리자라는 여자를 모욕한 이야기' 정도가 되겠네요. 그러나 지하생활자의 복잡한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 볼 수 있기 때문에 전체를 읽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알라딘 (aladin.co.kr)

 

 

 

 

<죄와 벌>은 분량이 600쪽이 넘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어 다 읽어 보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이야기 자체가 생각보다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인물들의 관계 및 서로 연결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읽다 보면 흥미로운 데가 많습니다. 역시 분량은 조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지만, 의식적으로 장편 소설 읽기를 즐기려 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인터넷 여기저기의 자극적이고 짤막한 글에 너무 많이 노출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특히 스비드리가일로프가 왜 소냐와 동생들을 도와준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그런 행동이 없었더라면 아마 그에 대한 인식은 '사상이 이상한 호색한' 정도로 끝났을 것입니다. 아내가 있는데도 주인공의 여동생 두냐를 유혹하며 곤란하게 만든 인물이었으니까요. 또한 그가 하는 말을 보면 가치관이 불건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좋은 방향으로 돈을 쓰는 장면을 보니 이 인물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더 해 보게 되었습니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살해 동기에 영향을 주는 대화가 등장하는 페이지입니다. '죄와 벌'을 소개하는 텍스트에 곧잘 등장하는 유명한 부분들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원래 타깃이었던 알료나만 죽이는 데서 끝내지 못하고 무고한 목격자인 리자베타도 살해합니다. 그리고 자신도 혼란에 빠져서 훔친 금품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죠. 그가 이 대화 내용처럼 알료나만 죽이고 그녀의 재산을 어디 좋은 곳에 썼다면 그의 범죄에 대한 인상이 조금은 달랐을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물론 제가 보고 있는 것이 뉴스였다면 '어쨌든 사람을 죽이다니 아주 나쁜 일'이라고 결론짓겠지만, 소설을 읽을 때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해 볼 수도 있는 것이겠죠. 그래도 이후 라스콜리니코프의 상태가 어떻게 되는지를 생각해 보면 역시 죄는 죄인 것 같습니다.

 

 

 

 

 

 

 

 

실행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되겠지만 이런 식의 사고 실험은 당시 러시아에서 흔하게 있었다는 것 같습니다. 여러 사상이 떠오르던 시기였죠.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자수를 권유하는 인물이 크게 둘 있는데 '소냐'와 '포르피리'입니다. 소냐의 삶의 이력과 그녀의 깊은 신앙심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포르피리가 라스콜리니코프를 압박하는 방식도 근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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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28. 18:45

 

 

 

 

지난 1학기에 생물학 수업을 들었는데 교재는 '생명의 원리 (Principles of Life)'였습니다. 예전에는 일반생물학 교재라면 캠벨밖에 몰랐는데, 이것도 비슷하게 두껍고 방대하고 유용한 책이었습니다.

 

 

 

 

 

 

 

 

 

 

 

 

생물학 교재를 살 때는 주로 시험 공부를 할 때 볼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의외의 다른 쓸모가 있었습니다. 생명과학 관련 레포트를 쓸 때 참고문헌으로 아주 유용합니다. 지난 학기에 여러 편의 보고서를 써야 하는 실험 과목도 들었는데 그때 이 책을 많이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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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26. 09:13

 

 

 

 

 

 

 

 

지난 1학기에 여러 교양 수업을 들었는데 그 중에는 논리학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수능 국어 기출을 보면서 논리학 관련 지문들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대학에 가서 좀 더 정식으로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희망 사항이 이루어진 셈입니다. 그리고 수업 교재가 이병덕 교수의 '코어 논리학'이었습니다. 독학으로도 이해할 수 있게 쓰여 있는 좋은 책이어서 소개하고 싶습니다.

 

제가 들은 강의의 담당 교수님께서는 이 책을 교재로 선택한 한 가지 이유로 '외국 책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한국인 저자가 한국어로 쓴 논리학 책'이라는 점을 이야기하셨습니다.

 

 

 

 

 

 

 

 

 

 

 

 

PSAT, LEET 등의 시험 준비에도 논리학이 필요하다는데 저는 해당 시험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그런 시험들을 준비하는 것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직접 판단하기 어렵네요. 일단 교양 강의 교재로서는 아주 만족했습니다. 설명도 잘되어 있고 풍부한 예시와 연습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습 문제에 대한 해설도 있었습니다. 수업을 들으며 공부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논리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흥미롭게 읽으실 것 같습니다.

 

책에 있는 흥미로운 문제들 중 하나를 가져오면 이렇습니다. (정답은 댓글로 써 놓겠습니다.)

 

단지 선비들과 사기꾼들만이 사는 한 섬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이 섬에는 다음의 규칙이 성립한다. 선비들은 항상 진실만을 말하고, 사기꾼들은 항상 거짓만을 말한다. 이 규칙이 항상 성립한다고 할 때, 각 사람의 진술을 분석하여 그가 선비인지 아니면 사기꾼인지를 결정하시오. 

 

A: 적어도 우리들 중의 한 명은 사기꾼이다. 

B: A는 선비이다. 

C: B는 사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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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깜찍이^^ 2020.06.26 09: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A-선비, B-선비, C-사기꾼

2020. 6. 22. 20:11

 

 

 

 

 

 

 

 

 

 

안녕하세요. 제법 밀도 있는 1학기를 보내느라 블로그는 오랜만에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방민호 교수님의 '이상 문학의 방법론적 독해'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이상의 글에 관심이 많았지만 아무래도 흥미 위주였던 면이 있습니다. 줄거리, 근사한 몇몇 구절, 흥미를 끄는 소재들 위주로 단편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가장 많이 읽었던 '날개' 외에도 '실화', '종생기' 등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서의 내용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논문 모음집이어서 읽기에 쉽지만은 않지만 그만큼 이상에 대한 지식을 많이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앞표지의 사진은 이상과 친한 화가였던 구본웅이 그린 초상화입니다. 작품 제목도 '친구의 초상'입니다. 그림을 흑백으로 바꾸고 파이프 부분을 강조해서 표지를 만들었네요. 잘 보니 작품 속의 구절들도 써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열심히 읽은 부분은 4장인 '알레고리의 절정과 쇠락, 「날개」와 「실화」'입니다. '현해탄 콤플렉스'라는 개념에 의한 해석, 즉 이상이 일제 강점기 시대 작가로서 식민지 지식인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는 해석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상은 시대 상황에 대해 의식하고 세계적인 문학을 함으로써 이를 표현했다는 견해가 쓰여 있었습니다.

 

그의 모더니즘은 한국과 일본 문학만 고려해서는 이해하기 어렵고 전 세계 문학사의 맥락을 살펴봐야 하는 측면이 있죠. 그래서 이 책에도 당시 한국 문인들의 상황은 물론 서양 철학의 개념 같은 것도 많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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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21. 09:00

이미지 출처: 알라딘 (aladin.co.kr)

 

 

 

 

 

 

 

 

바이러스에 대해 우리가 접하는 지식은 대부분 병원체로서의 바이러스와 관련된 지식입니다. 친구의 소개로 읽은 칼 짐머의 '바이러스 행성'은 그런 단편적인 관점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병원체로서의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더 깊이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자신들이 성공적으로 퍼져 나가려면 치사율이 너무 높은 것은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리노바이러스와 에볼라 바이러스를 다룬 부분을 각각 읽으면서 이에 대한 생각을 했습니다. 관련된 문장들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리노바이러스' - 일반 감기의 주된 원인이자 천식을 일으키는 - 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오래된 동료다. 사람은 생애에 평균 1년 정도를 감기에 걸려 앓아눕는다고 추정된다. 다시 말해 사람의 리노바이러스는 가장 성공한 바이러스 중 하나다.

 

(…)

 

오늘날 의사들도 감기에 걸린 사람에게 그 이상 제공할 것이 많지 않다. 백신 따위는 없다. 바이러스를 죽인다고 확실하게 밝혀진 약물도 전혀 없다. 아연을 섭취하면 리노바이러스 증식이 느려진다고 시사하는 연구들이 있긴 했지만, 더 나중의 연구들에서는 결과가 재현되지 않았다.

 

(…)

 

리노바이러스 양성으로 판정된 사람 중 40%는 아무런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사실 사람 리노바이러스는 숙주인 사람에게 유익한 기여를 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어릴 때 비료적 무해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걸려서 앓고 나면, 더 나이가 들어서 알레르기나 크론병 같은 면역 장애 질환에 더 내성을 띨 수 있다는 증거를 많이 찾아냈다. 사람 리노바이러스는 면역계가 사소한 촉발에 과잉 반응하지 않고 진정한 위협에 맞서도록 훈련시키는 일을 도울지도 모른다. 아마도 우리는 감기를 오래된 적이 아니라 경륜 있는 현명한 교사로 봐야 하지 않을까.

 

 

(…) 에볼라 유행병은 발생하면 수십 명이 사망하는 수준에서 끝난다. 사람들을 앓게 하는 능력이 너무나 뛰어난 까닭에 새 숙주를 찾기도 전에 희생자들을 죽이기 때문이다. 일단 에볼라 유행병이 끝나면, 그 바이러스는 여러 해 동안 나타나지 않는다. 에볼라 같은 바이러스는 끔찍할지 모르지만, 우리 종의 입장에서는 사망률이 더 낮으면서 더 많은 숙주로 퍼질 수 있는 바이러스보다 덜 위험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광합성에 바이러스가 기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문단들을 읽으면서 생물학 무기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과학 지식이 해로운 방향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의 중요성은 여러 사례에서 알 수 있죠.

 

 

 

 

 

 

 

 

 

 

 

 

책을 마무리하는 부분에 소개된 웹사이트에 들어가 봤는데 만화 등의 재미있는 볼거리들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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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20. 15:00

 

이미지 출처: 알라딘 (aladin.co.kr)

 

 

 

 

작년(2019년)에 리처드 도킨스의 명저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습니다. 개정판이 여러 번 나와서 여러 종류의 표지가 있는데, 도서관에서는 토끼 여러 마리가 나오는 것을 가장 자주 봤던 것 같습니다. 저는 2018년에 나온 40주년 기념판을 읽었는데 이번 표지가 아주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을 저의 언어로 써 볼까 했지만, 아직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쉽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비슷한 생각이 나타난 인상적인 문장들을 인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가 이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어떠해야 한다는 주장'과 '어떻게 된 일인지에 대한 진술'을 구별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오해받을 소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비정한 이기주의라는 유전자의 보편적 법칙에만 기초를 둔 인간 사회는 매우 험악한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개탄스러운 일이라 해도 그것이 사실임에는 변함없다. 이 책은 독자가 흥미롭게 읽도록 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도덕을 이끌어 내고 싶다면 이 책의 내용을 하나의 경고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만약 당신이 나처럼 개개인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관대하게 이타적으로 협력하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한다면 생물학적 본성으로부터 기대할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을 경고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우리는 이기적으로 태어났다. 그러므로 관대함과 이타주의를 가르쳐 보자. 우리 자신의 이기적 유전자가 무엇을 하려는 녀석인지 이해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적어도 유전자의 의도를 뒤집을 기회를, 다른 종이 결코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Posted by 깜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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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27. 21:44

 

 

 

 

 

 

 

 

 

언젠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샌델의 철학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Public Philosophy) >를 읽었습니다. 원제를 직역하면 '공공철학' 정도가 될 것인데, 국내에서 번역 출판되면서 좀 더 친근한 제목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이 제목도 책의 핵심 내용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으로는 가장 최근의 미국 대선에 대한 그의 특별 기고문, '캘리'에 대한 이야기, 미국의 유명한 정치적 사건들에 대한 논평 등이 있었습니다. 아래에 그 중 몇 가지를 적어 두었습니다.

 

 

 

 

 

 

그러나 공동체에 목말라하지만 규제와 제한은 참을 수 없고, 도덕적 목적을 열망하지만 희생은 하지 않으려는 국민에게는 어떤 종류의 영혼통치술이 적합할까? 계획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직관에 따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클린턴은 "성인들을 도덕적으로 구속하지 마라. 대신 아이들에게 족쇄를 채워라"라는 해결책을 찾아냈다. V칩과 청소년 야간통행 금지, 교복을 장려하고. 무단결석과 미성년자 임신 및 흡연에 반대하는 운동의 공통점은 자녀들의 도덕성에 관심을 돌림으로써 도덕적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는 대중의 근심과 걱정에 응답한다 (…)

 

 

 

 

 

 

한편 커다란 아이디어가 없는 대신 빌 클린턴의 선거운동은 작은 아이디어들로 가득하다. 문맹퇴치 봉사활동 프로그램, 직업훈련 바우처, 방탄조끼를 무력화시키는 총탄의 사용 금지, 흡연 제한, 출산 후 48시간 이내에 산모를 퇴원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 911의 통화중 비율 낮추기. 이런 작은 아이디어들은 훌륭하기는 하지만 국가 통치를 위한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 클린턴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거창한 아이디어는 필요하지 않다고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옳은 판단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 유명인을 상품화하고 그들이 쓰던 물건을 사들이고 소유하려는 열망이 지나치게 높아져 있다. (…) 역설적이게도, 요즘 사람들이 이미지와 개인용품들을 손에 넣으려고 애쓰는 가장 인기 높은 문화 아이콘들(존 F. 케네디, 미키 맨틀, 비틀즈,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등)은 모두 지금보다 좀 더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시절, 좀 더 이상주의적인 시절인 1960년대의 인물들이다. 그때는 공인들의 사적인 취미나 결점들이 무자비하게 노풀되지 않던 시절,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나와 자신의 사각 팬티에 대해 말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어쩌면 시장원리에 중독된 우리는 지금 돈을 이용해 옛날로 돌아가려고 헛되이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 모든 것이 거래 대상은 아니었고 무엇이든 대중에 노출되지는 않았던 세상으로 돌아가려고 말이다.

 

 

 

 

 

 

영광과 자격 그리고 분노

 

고대의 정치학에서는 미덕과 영광을 중요시했지만 오늘날은 공정성과 권리를 중요시한다. 이 익숙한 금언은 진리에 가깝지만 어느 정도까지만 그렇다. 외면적으로 볼 때 현대의 정치적 논쟁에서는 영광에 대한 논의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영광이란 기사도 정신과 결투가 있었던 신분중심사회에나 어울리는 주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표면을 조금만 걷어내면, 공정성과 권리에 대한 가장 뜨거운 일부 논쟁들이 사회적 존경과 영광의 적절한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한 뿌리 깊은 의견 충돌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캘리 스마트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을 살펴보자. (…)

 

 

 

Posted by 깜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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