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썸네일형 리스트형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다산초당) 처음에는 가볍게 읽기 좋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각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마다 ‘이랬다면 어땠을까’ 하는 IF가 제시됩니다. 역사책에 IF가 있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책의 경우 그럴듯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두 권을 다 읽다 보면 은근히 세계사 상식이 쌓이는 느낌입니다. 특히 현대 편에서는 베트남 전쟁 발발 시의 상황 등 여러 번 등장하는 소재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에는 잘 몰랐던 사실 관계들에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더보기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 (더퀘스트) 전자책이 잘 읽히는 날이 있는가 하면 종이책이 잘 읽히는 날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었던 시기에는 대체로 후자였습니다. 이 책은 처음에 전자책으로 읽다가 한동안 흐름이 끊어졌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종이책을 빌려 놓았다가 어느 날 그 흐름을 다시 이어 붙였습니다. 저자 팰런의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 언급된 것을 본 적이 있어서 대략 이런 인물이 있는 줄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글을 직접 읽으니 역시 느낌이 다르네요. 그는 자신 성격의 매력적인 부분과 좋지 않은 부분 및 자신의 과거 만행들까지 (범죄는 아니지만 확실히 만행 정도의 표현은 쓸 만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진솔하게 밝힙니다. 그래서 서문에 이 책을 보고 지인들이 자신과 의절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하.. 더보기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짐 홀트) (소소의책) 부제목이 '사고의 첨단을 찾아 떠나는 여행'인데 아주 적절하다고 봅니다. 책을 열면서 가벼운 내용일지 무거운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완독에 걸린 시간이 제법 길었던 것을 보면 가볍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저자가 어떻게 이토록 많은 것을 깊이까지 갖춰서 알고 있는지 신기해질 정도였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로는 우선 앨런 튜링에 대한 것이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튜링이 자살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또한 ‘이미테이션 게임’이 튜링의 성격을 실제와 다르게 묘사했다면서 그는 동료들에게 상냥한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동시대의 다른 인물을 다루다가 튜링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도 몇 번 있었습니다. 그 내용들을 봐도 그는 우리가 갖기 쉬운 이미지와는 달리 성격이 좋.. 더보기 위대한 개츠비 오디오북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별글) 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정작 읽어보지는 못하고 있었던 작품인 위대한 개츠비를 오디오북으로 들어봤습니다. 오디오북이므로 모든 텍스트를 담지 않고 간결하게 정리해 놓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에는 별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따라가기 딱 좋은 밀도였습니다. 주요 인물들 모두 특징을 잡기가 좋은데 서술자인 닉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건 서술자를 객관적인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의도적인 조치인 것 같기도 하네요. 또한 주요 인물들 중 가장 멀쩡한 사람도 닉이었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딱히 비윤리적인 일을 주도한 적도 없는 데다가 인간에 대한 존중과 선의를 갖고 있으니까요. 더보기 마틸다의 비밀 편지 (스텐 나돌니 장편소설) (북폴리오) 지역 시립도서관에서 종종 재미있는 전시가 이루어집니다. 어떤 테마를 가지고 책들을 모아 놓는 경우가 많죠. 한번은 그런 작은 전시를 보다가 '마틸다의 비밀 편지'라는 책이 눈에 띄어서 집에 가지고 왔습니다. 마법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풍부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 데다가 20세기 유럽 시대 배경도 반영되어 있어서 흥미로운 내용이었습니다. 청소년 시기에 읽었어도 아주 재미있었을 것 같네요. 더보기 페드르와 이폴리트 (장 라신 희곡) (열린책들) 타르튀프를 쓴 몰리에르가 희곡에 집중했다면, 페드르와 이폴리트를 쓴 라신은 비극에 집중했습니다. 그것도 엄격한 형식이 중시되는 고전주의 비극이죠. 라신에게는 이런 규칙들이 본인의 특색에 맞았고, 그래서 규칙 안에서 걸작들을 쓸 수 있었다고 합니다. ‘페드르와 이폴리트’라는 제목이 나중에 ‘페드르’로 바뀐 이유에 대한 역자의 해설이 인상적입니다. 페드르의 정념은 그 대상이 무엇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이 정념 자체의 성격이 중시된다고 하네요. 이 작품도 타르튀프도 표현들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려 하면 쉽지 않겠지만 줄거리 위주로 ‘흐름을 타며’ 읽으면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게 읽혔습니다. 이 비극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게 됩니다. 페드르는 의붓아들 이폴리트에게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 더보기 신엘로이즈 2 (장 자크 루소) (책세상) '신엘로이즈'는 사회계약론과 에밀로 유명한 루소가 쓴 서간체 소설입니다. 루소는 민주주의는 작은 나라에서만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왕국인 프랑스에 대해 좋지 않게 여겼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후 프랑스 혁명의 아버지로 추앙받으며 무덤까지 팡테옹으로 옮겨졌으니 본인의 예상과는 아주 다르게 흘러간 셈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쥘리, 볼마르, 생프뢰 셋이라 할 수 있습니다. 쥘리의 사촌도 분량이 많으므로 넷이라 볼 수도 있겠네요. 저는 2권만 보고 앞의 절반은 인터넷 검색으로 보충했습니다. 셋이 숨기는 것 없이 함께 살자는 볼마르의 제안은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시 검색을 통해 이후의 전개에 대한 크게 두 가지의 해석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쪽은 쥘리와 생 프뢰가 이성과 정념.. 더보기 설득의 심리학 1 (로버트 치알디니) (21세기북스) / 쿨하게 사과하라 (김호, 정재승) (어크로스) 예전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대략 이런 주장을 하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사과를 안 하는 것이 우월전략이 되어 버렸다. 사과를 하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것이 되고, 그래서 그때부터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신명나게 물어뜯기 때문이다.' 저는 이 글의 주장이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어떤 유튜버가 남이 만든 눈사람을 부순 일로 인터넷이 활활 타오르기도 했던 것이 떠올랐죠. 물론 요새 늘상 그렇듯이 그것도 하루이틀이긴 했습니다. 새로운 '떡밥'은 항시 공급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나 '쿨하게 사과하라'의 주장은 이와 반대됩니다. 사과를 하는 것이 좋으며, 또한 제대로 된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써 놓은 것과 대응시켜서 써 보면 이렇습니다. '요즘 시대에 사과를 하.. 더보기 살아있는 한국 신화 - 흐린 영혼을 씻어주는 오래된 이야기 (신동흔) (한겨레출판) 신화는 수천 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오늘날에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계속해서 수많은 예술 작품의 소재가 되고 있기도 하죠. 천 년이 더 지나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제가 즐겨 보는 웹툰 중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각색한 것이 두 편이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학기에 들을 예정인 그리스 신화와 미학 관련 교양 수업도 흥미로울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여러 나라의 신화 중 가장 많이 접한 것은 그리스 신화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신화들에도 관심이 갑니다. 북유럽 신화에 대한 책도 읽어 본 적이 있고, 중국 역사를 다루는 ‘고우영의 십팔사략’ 1권은 거의 중국 신화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살아있는 한국 신화》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읽으면서 우리 신화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장 .. 더보기 트라우마 사전 (안젤라 애커만, 베카 푸글리시) (윌북) 부제는 ‘작가를 위한 캐릭터 창조 가이드’였습니다. 예전에 소설을 구상해 본 적이 몇 번 있는데 충분한 깊이와 복잡성을 갖춘 캐릭터를 만들기가 늘 어려웠습니다. 플롯에 인물들이 묻어가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이 살아서 줄거리를 만들어 가는 느낌의 소설을 쓰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런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캐릭터의 행동 양식, 결점, 변화 과정은 그의 과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온갖 고난과 역경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혹시 자신이 만든 캐릭터에 대한 애정 때문에 고통을 주는 것이 망설여진다면 이 문장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허구의 세계에서 이야기꾼은 보다 가차 없는 신이며, 창조물의.. 더보기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