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벚꽃 동산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희곡선집 (오종우 옮김) (열린책들 세계문학 22)

이미지 출처: 리디북스 (ridibooks.com)

 

 

 

 

 

 

 

 

몇 달 전에 Henry James의 'The Real Thing'을 읽으면서 '젠트리의 몰락'이라는 측면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안톤 체호프의 희곡 '벚꽃 동산'이 이와 비슷한 주제를 다룬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 중에 제목이 벚꽃 동산으로 되어 있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희곡 선집이 있었습니다. 단막극인 '청혼', '어쩔 수 없이 비극 배우', '기념일'과 4막 희곡인 '갈매기', '바냐 아저씨', '벚꽃 동산'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기 때문에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 여러 권이 꽂혀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전반적으로 이 책처럼 표지 디자인이 예뻤습니다.

 

이 글에서 제가 언급하는 장면이나 대사 내용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사람이 기억하기로는 이런 식이었나 보다'와 같이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청혼'은 마지막 장면이 볼 만했습니다. 이반과 나탈리야는 혼인 약속이 성사되는 와중에도 티격태격합니다. 그리고 나탈리야의 아버지 스테판 스테파노비치 추부코프는 가정의 평화가 이루어졌다면서 샴페인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이 스테판의 반응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비극 배우'는 '별장 생활의 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마지막에 알렉세이가 좀 너무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이반과 알렉세이가 서로 친구인데, 이반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심부름을 너무 많이 시킨다고 불평하고 알렉세이는 그의 하소연을 들어 줍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알렉세이가 이반에게 말하기를 누구에게 안부 전해 주고 이 물건 좀 갖다 달라고 합니다.

 

'기념일'은 계속 일을 방해받는 선임 경리 히린이 참 안됐습니다. 알렉세예브나와 메르추뜨끼나는 둘 다 공연히 시끄럽게 하는 역할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알렉세예브나는 대표이사 쉬뿌친의 아내로 사무실에 와서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실컷 합니다. 메르추뜨끼나는 남편이 실직했다면서 쉬뿌친의 회사에 찾아와서 돈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일하던 곳은 여기가 아닌 엉뚱한 곳이고, 그러므로 그녀의 사연은 이 회사와는 관련도 없습니다. 쉬뿌친이 이 사실을 설명해 주지만 입력이 안 되는지 계속 본인 사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니 어떤 면에서는 더 성가신 인물입니다.

 

'갈매기'는 앞의 단막극들에 비해 인물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 희곡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있다고 해서 관심이 갑니다. 그리고 이 책에 실려 있는 희곡들 중 여러 작품의 실제 연극 영상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바냐 아저씨'는 '갈매기'와 마찬가지로 총을 쏘면서 상황이 극적으로 전환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벚꽃 동산'은 읽다 보니 영지를 구입한 상인 로빠힌에게 묘하게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신분제가 사라진 현대에 살고 있어서 그런 것 같네요.

 

여섯 작품이 끝나고 해설을 읽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읽으면서 생각지 못했던 분석 포인트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