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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문학과지성사)

 

 

 

 

 

 

 

 

 

《사람, 장소, 환대》에 대해 그전에는 소개 문구에 나오는 아주 대략적인 내용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읽기도 전부터 저의 마음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문학 분야의 다른 책들에 많은 영향을 준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사람, 장소, 환대》의 주제 의식은 매우 광범위한 분야에, 사실상 어디에든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자가 ‘서바이벌 로터리’를 설명하고 공리주의를 비판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서바이벌 로터리는 여러 명이 동시에 서로 다른 장기를 필요로 하는 경우 무작위로 한 명을 뽑아서 그 사람의 장기를 가져오는 가상의 사회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보험처럼 구성원들의 상호 합의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뽑힌 사람은 가만히 있으면 어차피 죽을 테니 배신하고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겠죠. 이 사람이 배신하지 않게 하려면 이타적인 이유나 사후의 명예 등등을 가지고 설득해야 할 것입니다. 즉 공리주의적인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공리주의가 비판하는 바로 그 의무론적인 도덕관념과 신성함의 개념에 의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바이벌 로터리의 사례는 너무 극단적인 상상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비현실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미카제와 같은 역사적 사례를 떠올려 볼 수도 있고, 그런 것보다는 좀 더 부드러운 방식이겠지만 현대 사회에도 비슷한 것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